KBS 2TV <청춘FC 헝그리일레븐> 포스터

KBS 2TV <청춘FC 헝그리일레븐> 포스터 ⓒ KBS


프로그램 시작의 계기는 한 기업의 의뢰였다. 벨기에 축구 클럽 'AFC 투비즈'를 인수한 한 국내기업이 KBS 최재형 PD에게 우수한 축구 인재를 한두 명 선발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함께 만들자고 제안한 것이다.

하지만 최 PD는 이 제안을 받아들이는 대신 집단이 함께 도전하고, 그 실력을 세상에 선보이는 외인구단 형식의 프로그램 제작을 기획했다. 여기에 안정환, 이을용, 이운재 등 2002년 한일월드컵 국가대표 출신 지도자들이 힘을 합하여 지금의 KBS 2TV <청춘FC 헝그리 일레븐>(이하 <청춘FC>)이 탄생했다.

<청춘FC>을 보고 있자면 마치 이현세 작가의 만화 <공포의 외인구단>을 보는 듯하다. 이런 저런 이유로 축구를 그만둔 청춘들이 좋은 지도자를 만나 축구선수로 차츰 모양새를 갖춰가는 모습은 지난해 인기리에 방영한 tvN 드라마 <미생>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그래서 <청춘FC>를 두고 사람들은 '축구계의 외인구단' 혹은 '축구 미생'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한 때 축구선수를 희망했지만, 형편상 그 꿈을 포기해야했던 선수들에게 다시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만으로도 <청춘FC>는 분명 의의가 있다. 그리고 <청춘FC>에는 기회를 주는 것 외에 여러 가지 이야기가 존재한다.

앞에선 선수들에게 쓴 소리를 아끼지 않으면서도 뒤에서는 살뜰히 챙기는 '츤데레' 지도자 안정환의 이야기가 있고, 안정환을 도와 선수들의 기량을 높이고자 불철주야 노력하는 또 다른 지도자 이을용의 이야기도 있다. 그리고 오랜 시간 절친한 사이로 지내 온 두 사람이 만드는 케미도 프로그램에 빠질 수 없는 재미 요소다.

그러나 <청춘FC>가 가장 공을 들이는 것은 매 경기마다 최선을 다해 임하는 선수들의 이야기이다. 안정환·이을용·이운재의 세심한 지도 아래 나날이 실력을 키워 가는 <청춘FC>는 웬만한 축구팀들과 겨뤄도 대등한 경기를 펼칠 수 있는 팀을 만들기 위해 조금 느리지만 한 걸음씩 나아가는 중이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축구를 오래 쉰만큼, 현재 프로 무대에서 활약하는 또래 선수들과 비교했을 때 기량이나 경험이 부족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또 이들이 펼치는 경기 내용이 모두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다. 지난 12일 방영분에서는 프랑스 2부 리그 ASNL 낭시와의 연습경기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음에도 상대팀의 거친 플레이, 심판의 편파· 왜곡 판정으로 생각지도 못한 난관에 부딪히기도 했다.

허나 이 또한 축구 선수라면 헤쳐 나가야 할 또 하나의 관문이라는 관점에서, <청춘FC>는 선수들이 겪는 희망과 절망 그리고 다시 일어서는 과정을 모두 카메라에 담는다. 예능 프로그램임에도 불구하고 제작진의 개입을 최소화한 탓에 다큐멘터리처럼 보일 때도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여타 스포츠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볼 수 없었던 '각본 없는 드라마'가 펼쳐질 수 있는 것이다.

시청률은 한 자리를 벗어나지 못했지만, <청춘FC>는 상당한 마니아층을 자랑한다. 특히 지난 1일 K리그 챌린지 소속 서울이랜드FC와의 평가전에서는 수천 관객을 동원하며 프로그램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당초 12부로 기획됐던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의 성원에 힘입어 16부로 연장됐다.

물론 방송 이후 선수들의 진로를 두고 비관적인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형편상 축구를 그만둘 수 밖에 없었던 선수들에게 다시 기회를 주고, 축구 선수로서 마지막 도전이 될 지도 모르는 지금 이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후회없이 달리는 선수들의 이야기만으로도 프로그램이 존재할 이유는 충분하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권진경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neodol.tistory.com), 미디어스에 게재되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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