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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교육 해고노동자 유명자(왼쪽), 박경선씨가 원직 복직에 합의한 11일 오후 서울 혜화동 재능교육 본사 앞에서 '투쟁 승리보고대회'를 마친뒤 환하게 웃고 있다. 학습지 교사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싸워온 이들은 2822일이라는 장기 투쟁 끝에 원직 복직을 얻어냈다.
▲ 2822일 간의 긴 투쟁 끝에 '복직' 재능교육 해고노동자 유명자(왼쪽), 박경선씨가 원직 복직에 합의한 11일 오후 서울 혜화동 재능교육 본사 앞에서 '투쟁 승리보고대회'를 마친뒤 환하게 웃고 있다. 학습지 교사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싸워온 이들은 2822일이라는 장기 투쟁 끝에 원직 복직을 얻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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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누추한 천막을 접고 따뜻한 집으로 돌아간다는 게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데…."

2822일 만에 마침내 마침표를 찍은 재능교육 해고노동자들은 복직 합의서에 도장을 찍고도 실감하지 못했다. 그들 뒤로 보이는 검은색 천막에서 이들은 7년을 넘게 버텼다. 천막 앞에 걸려있는 붉은 펼침막은 가장 자리가 하얗게 바랬다. '단체 협약 체결 없이 재능 투쟁 중단 없다'라고 쓴 글씨 아래엔 농성일자를 매일 바꿔 적은 A4용지가 숱하게 붙어 있었다.

최장기 비정규직 농성 마침표, "버티면 이긴다"

학습지 교사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2822일 간의 긴 투쟁 끝에 '복직'을 얻어낸 재능교육 해고노동자 유명자씨가 11일 오후 서울 혜화동 재능교육 본사 앞에서 '투쟁 승리보고대회' 도중 눈물을 훔치고 있다.
 학습지 교사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2822일 간의 긴 투쟁 끝에 '복직'을 얻어낸 재능교육 해고노동자 유명자씨가 11일 오후 서울 혜화동 재능교육 본사 앞에서 '투쟁 승리보고대회' 도중 눈물을 훔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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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7시, 서울 혜화동 재능교육 본사 앞에서 열린 '학습지 노조 재능교육 투쟁 승리 보고대회'는 그야말로 축제였다. 10층을 훌쩍 넘는 빌딩 앞 인도에 모인 사람들은 실비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날 낮 사측과 만나 최종 복직합의서를 쓴 박경선·유명자씨는 물론 이 자리에 함께한 100여 명의 시민들도 쏟아지는 비를 기쁘게 맞았다. 지난 농성 과정을 회고할 때는 곳곳에서 눈물이 터졌다. 

최장기 비정규직 농성을 벌여온 이들은 지난 2007년 12월 사측과 임금 및 단체협상 과정에서 갈등을 빚고 이 자리에서 천막 농성을 시작했다. 이후 거리 투쟁과 종탑 고공 농성 끝에 지난 2013년 9월 해고자 9명이 사측과 최종합의를 거쳐 복직했다. 하지만 유씨와 박씨는 이 합의안을 거부하고 지금까지 농성을 이어왔다.

"주변에 잠정합의 소식을 전했더니 '사실이니?'라고 되묻더라고요. 네가 농담으로라도 그런 얘기를 해보고 싶어서 거짓말을 하는 줄 알았다면서요. 우리 곁을 늘 지킨 사람들마저 정말로 끝이 올 수 있을지 의심했었나봅니다."

학습지 교사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2822일 간의 긴 투쟁 끝에 '복직'을 얻어낸 재능교육 해고노동자 유명자(오른쪽), 박경선(가운데)씨와 강종숙 전 전국학습지산업노조 위원장이 11일 오후 서울 혜화동 재능교육 본사 앞에서 어깨 걸고 '사노라면' 노래를 부르고 있다.
▲ 2822일 만에 복직...목이 터져라 부른 노래는? 학습지 교사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2822일 간의 긴 투쟁 끝에 '복직'을 얻어낸 재능교육 해고노동자 유명자(오른쪽), 박경선(가운데)씨와 강종숙 전 전국학습지산업노조 위원장이 11일 오후 서울 혜화동 재능교육 본사 앞에서 어깨 걸고 '사노라면' 노래를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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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를 잡은 유명자씨는 본인조차 잘 믿기지 않았던 소식을 측근에게 전했던 날을 가장 먼저 떠올렸다. 이어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재차 밝힌 그는 현재 농성 중인 노동자들을 격려하는 일도 잊지 않았다. 유씨는 같은 자리에 있던 쌍용차 해고노동자와 동양 시멘트 해고노동자들을 호명하며 "자리를 지키고 있으면 반드시 승리한다"고 위로했다.

박경선씨는 이날의 기쁨을 함께해 준 사람들의 공으로 돌렸다. 그는 "복직 소식을 듣고 많이 놀라셨겠지만 우리는 승리할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며 "이는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덕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다른 투쟁 현장에서 뵙겠다"고 약속했다.

2822일 간의 긴 투쟁 끝에 '복직'을 얻어낸 재능교육 해고노동자들의 곁을 끝까지 지킨 강종숙 전 전국학습지산업노조 위원장이 11일 오후 서울 혜화동 재능교육 본사 앞에서 열린 '투쟁 승리보고대회'에서 7년 넘게 한결같이 입었던 닳고 닳은 노동조합 조끼를 "드디어 벗을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하고 있다.
 2822일 간의 긴 투쟁 끝에 '복직'을 얻어낸 재능교육 해고노동자들의 곁을 끝까지 지킨 강종숙 전 전국학습지산업노조 위원장이 11일 오후 서울 혜화동 재능교육 본사 앞에서 열린 '투쟁 승리보고대회'에서 7년 넘게 한결같이 입었던 닳고 닳은 노동조합 조끼를 "드디어 벗을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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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보고대회에는 두 해고노동자 외에 또 한명의 주인공이 있었다. 이들 곁을 끝까지 지킨 강종숙 전 전국학습지산업노조 위원장이다. 어깨와 등 곳곳에 구멍이 날 만큼 닳고 닳은 노동조합 조끼를 입은 그는 "드디어 벗을 수 있게 됐다"며 웃었다. 강 전 위원장은 농성이 끝날 벗겠다며 7년을 입은 조끼를 가리키며 "분해되기 직전에 이겨서 기쁘다"고 말했다.

2시간 넘게 진행된 보고대회는 참가자 모두가 일어나 '투쟁가'를 부르며 마무리 했다. 이들은 민중가수 박준씨의 기타 반주에 맞춰 오른팔을 흔들었다. 강 전 위원장은 어느 새 '단결투쟁'이라는 흰 글자가 선명하게 보이는 남색 조끼로 갈아입었다. 곧 철거될 농성장 앞에서 마지막 투쟁가를 부르는 순간, 유명자씨의 눈시울이 다시 붉어졌다. 그가 한 글자 한 글자 곱씹어 부른 <깃발가>의 한 구절은 이렇다.

"자욱한 연기 속에 끝없는 싸움 속에…끝내 우리가 움켜쥘 해방의 깃발이여."

학습지 교사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2822일 간의 긴 투쟁 끝에 '복직'을 얻어낸 재능교육 해고노동자 유명자(가운데)씨가 11일 오후 서울 혜화동 재능교육 본사 앞 농성장을 매일 지나던 이웃주민의 축하인사를 받고 있다.
 학습지 교사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2822일 간의 긴 투쟁 끝에 '복직'을 얻어낸 재능교육 해고노동자 유명자(가운데)씨가 11일 오후 서울 혜화동 재능교육 본사 앞 농성장을 매일 지나던 이웃주민의 축하인사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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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재능교육, #28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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