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10일 오전 국회 당 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노동자 단체가 만든 인쇄물에 '노동시장 구조개편? 정부발 신종 메르스!'라고 적힌 내용을 들어보이며 강력 비난하고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10일 오전 국회 당 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노동자 단체가 만든 인쇄물에 '노동시장 구조개편? 정부발 신종 메르스!'라고 적힌 내용을 들어보이며 강력 비난하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아무리 법에 보장된 합법 파업일지라도 어려운 시기에 머리띠를 두르고 구호를 외치는 모습이 얼마나 우리나라의 신인도를 떨어트리고 국가경쟁력을 약화하는지, 강성노조들은 좀 정신을 차려야 한다."

10일 오전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 녹음기를 틀어 놓은 듯 '노조 망국론'이 반복 재생됐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목소리였다.

김 대표는 공식 회의 석상은 물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연일 '노조 때리기'에 나서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진입이 늦어지고 있는 게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노조' 탓이라고 한 게 대표적이다. 김 대표는 또 "강경 노조의 밥그릇 늘리기 때문에 견실한 회사가 문을 닫았다"라며 그 예로 콜트악기·콜텍, 발레오공조코리아, 테트라팩 노조를 언급해 이들로부터 고발당했다. "허위사실을 유포해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김 대표는 멈출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시장 구조 개편에 대한 노동계의 반발을 "매국적 행위"라고 규정했다. 그는 "한 노동자연합회에서 '노동시장 구조 개편은 정부발 신종 메르스'라고 했는데 이건 나라 망하자는 소리다, 매국적 행위라고 규탄한다"라고 말했다.

노조·포털·교과서... 김무성의 전방위 보수 공세

김 대표가 집중포화를 쏟아붓는 대상은 노동계뿐만이 아니다. 지난 4일에는 네이버·다음 등 포털 사이트가 제공하는 모바일 뉴스가 정부·여당에 부정적이라며 '손 보겠다'고 했다. 총선을 앞두고 '포털 길들이기'에 나선 것이라는 비판이 일자, 정치적 편향성에 초점을 맞춘 종전의 태도는 거둬들였다.

그러면서 사실상 언론 구실을 하는 포털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포장했다. 하지만 포털을 '여권 편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의도는 여전히 곳곳에서 감지된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도 마찬가지다. 김 대표는 이승만 대통령 재평가론을 점화한 데 이어 '자학 역사관'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한국사 교과서 또한 '우향우' 시키겠다는 속내를 공공연히 드러내고 있다. 김 대표가 지난 2013년 재·보궐선거로 국회에 복귀한 뒤 첫 행보가 '근현대사 연구교실' 모임을 만들어 "좌파와의 역사전쟁"을 천명한 것이었다.

'노조 망국론'·'포털 길들이기'·'역사 전쟁' 등 김무성 대표가 꺼내 든 어젠다들은 모두 보수 이념색이 짙고 거칠다. 과거 여당이 불리한 국면을 전환하기 위해, 혹은 선거 승리를 위해 애용한 보수 결집용 카드이기도 하다.

실제 김 대표의 '노조 쇠파이프' 발언은 보수층에서는 공감도가 높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지난 6일부터 7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전국 성인 남·여 1000명 대상,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에서 전체 국민의 57.3%는 김 대표의 발언에 공감하지 않는다고 답했지만, 새누리당 지지층의 55.9%는 공감한다고 답했다.

속 들여다 보이는 노조 때리기

여당이 위기에 빠진 국면도 아닌데 김 대표가 보수 결집이라는 의도가 뻔한 행보를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일차적으로 노동시장 구조 개편을 밀어부치기 위한 여론 선점 성격이 뚜렷하다. 김 대표는 '총선에서 표를 잃을 각오'로 노동시장 구조개편을 완수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이는 수사일 뿐 새누리당으로서는 표 단속이 절실하다. 여권이 노동시장구조 개편을 일자리를 둘러싼 세대간 '제로섬(zero sum)' 게임으로 바꾼 것도 이런 의도에서다.   

특히 일부 대기업 노조에 '귀족노조'·'철밥통' 이미지를 덧씌우고 반(反)개혁 세력으로 묶어 일반 국민들과 편가르기에 성공할 경우 정치적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노조 및 야당을 고립하려는 전략인 셈이다.

이런 전략 구사는 김 대표 스스로 말했듯이 우리나라의 노조 조직률이 10%에 불과한 상황이 뒷받침하고 있다. 집권여당 대표가 노동조합에 적대적 인식을 마음껏 드러내도 정치 생명에 전혀 지장이 없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깔려 있다.

김 대표의 '보수 몰이'는 내년 4월 총선, 더 길게는 2017년 대선을 내다본 이념 공세라는 해석도 나온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김 대표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우파보수 정권의 재집권 기반을 쌓겠다는 이야기를 해왔다"라며 "김 대표의 행보에는 보수 장기 집권의 디딤돌을 놓겠다는 계산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적 여론 형성에 핵심 역할을 하는 뉴스 유통 통로인 포털을 장악하고, 역사 교육을 보수의 입맛에 맞게 재편하겠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보수적 색채를 강화해 여당에 유리한 정치적 환경을 만들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사실 새누리당이 전방위적인 보수 공세를 펴기에 지금처럼 좋은 시기도 없다. 야당이 지리멸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과도한 이념 공세에 따른 부작용, 즉 중도층의 이탈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야권 신당 가시화... 내분 이용하려는 새누리당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지난 9일 오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당 혁신안과 관련, 재신임을 당원과 국민께 묻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지난 9일 오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당 혁신안과 관련, 재신임을 당원과 국민께 묻겠다"고 밝혔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현재 정당 지지도는 새누리당이 40%를 넘어, 20%대 초반에 머무는 새정치민주연합을 20%포인트 넘게 따돌린 상태다. 박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도 다시 40%대를 넘어서 50%에 다가서고 있다. 앞서 언급한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에서도 박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해 '잘하고 있다'는 긍정평가는 51.1%로 나타났다.

게다가 야당은 같은 식구였던 천정배 무소속 의원이 신당 창당 준비를 서두르면서 내부 분열이 가시화되고 있다. 야권이 분열하는 상황에서 전통적인 지지층을 결집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 지지율 확보 수단이라는 점을 새누리당은 경험으로 잘 알고 있다. 세월호 참사와 성완종 리스트 등 초대형 악재 속에 치러진 지난해 7월과 올해 4월 재·보궐선거 승리가 그 예다.

정치 사회적으로 논란이 불가피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과 포털에 대한 통제 강화 등을 야권이 내부 분열로 무기력할 때 밀어붙이는 전술도 새누리당으로서는 포기할 수 없다. 당 혁신안을 둘러싼 주류와 비주류의 대립, 문재인 대표의 재신임 승부수 등 극심한 갈등을 겪고 있는 야당이 새누리당의 보수 몰이를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지 의문인 게 사실이다.

새누리당의 한 재선 의원은 "중도층 잡기가 절실했던 지난 대선과 달리 지금 김 대표는 어정쩡한 중도화를 고민할 필요 없이 당내 갈등만 잘 관리하면 되는 상황"이라며 "당 외부에 적을 만들고 청와대와 밀월관계를 최대한 길게 끌고 가는 게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무성 대표의 '보수 행보'의 결말이 그의 의도대로 '해피엔딩'이 될지는 야당 하기에 달렸다는 이야기다.

[김무성의 말말말]
포털 겨냥 김무성 "포털이 정보 왜곡, 시정해야"
민주노총, "노조 밥그릇 늘리기" 발언 김무성 고발
김무성 "노조 쇠파이프 없었으면 3만불 넘었다"
"중국보다 미국" 김무성의 위험한 혀
"아이고 장군님 고맙습니다" 미국 간 김무성의 '오버액션'

○ 편집ㅣ박순옥 기자



태그:#김무성
댓글1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