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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를 출입하는 정치팀 이경태 기자가 기사에서 미처 풀어내지 못한 청와대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편집자말]
박근혜 대통령이 10일 오전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유라시아 교통물류 국제심포지엄 개막식에 참석, 축사를 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10일 오전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유라시아 교통물류 국제심포지엄 개막식에 참석, 축사를 하고 있다.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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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가 10일 시작된 2015년도 국정감사의 주요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정부·여당은 역사교과서를 국정화하겠다는 방침을 거두지 않고 있습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를 강행할 경우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는 물론 모든 국감 일정을 보이콧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습니다.

어디 국회 안에서만 벌어지는 일일까요. 대구·경북·울산 교육감을 제외한 14개 시·도교육감이 지난 8, 9일 국정화 반대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역사·역사교육 연구자 1167명도 지난 9일 국정화 반대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중·고교 사회과 교사 1만543명 중 77.7%인 총 8188명이 국정화에 반대한다는 김태년 새정치연합 의원의 설문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이를 좌우 진영 대결에 끌어들이는 이도 있습니다. 한국자유총연맹은 지난 8일 "반한(反韓) 민중사관으로 철저히 무장된 좌편향 역사교과서가 청소년들을 정신적으로 오염시키고 있음에 예의 주목한다"라며 "다양성이란 미명 아래 만들어진 검인정교과서(민간에서 만들어 정부의 심사를 받는 교과서)를 국정교과서로 단일화하지 않으면 대한민국 역사에 대한 자학의식이 확산될 수밖에 없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로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어젠다인 '국민대통합'이 위태해진 셈입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이 사달이 벌어진 까닭은 '박심(朴心, 박 대통령의 의중)' 때문입니다.

취임 첫 해부터 "올바른 역사교육" 강조... 교학사 교과서 논란으로 이어져

지난 2013년 9월 12일 오전 교육부가 있는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앞에서 '친일·독재 미화 뉴라이트 교과서 규탄대회 및 검정 무효화 국민네트워크 출범식'이 열렸다.
▲ '친일·독재 미화' 교학사 한국사교과서 퇴출 운동 돌입 지난 2013년 9월 12일 오전 교육부가 있는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앞에서 '친일·독재 미화 뉴라이트 교과서 규탄대회 및 검정 무효화 국민네트워크 출범식'이 열렸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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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은 지난 2013년 6월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교육현장에서 진실을 왜곡하거나 역사를 왜곡하는 것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된다"라며 처음으로 역사교과서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당시 박 대통령은 한 언론에서 실시한 청소년 역시인식 조사 결과에서 '6.25 전쟁이 북침에 의한 것'이란 응답이 다수였던 점을 들며 심각성을 지적했습니다( 관련기사: '북침', '남침' 헷갈린 아이들, 박 대통령은 '오버').

특히 "(교육현장의 역사왜곡은) 성장기에 있는 아이들이 가져야 할 기본 가치와 애국심을 흔들고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신 분들의 희생을 왜곡 시키는 것으로서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결코 묵과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새 정부에서는 반드시 바로잡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박 대통령의 인식은 한 달 뒤 열린 국민대통합위원회 제1차 회의에서도 비슷하게 드러납니다. 박 대통령은 "기성세대에서 끝내야 할 분열과 갈등이 다음 세대까지 대물림되지 않도록 노력해 주셨으면 한다"라며 "함께 사는 법을 가르치고 통합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교육방안에 대해서도 고민해 달라"라고 주문했습니다.

공교롭게도 이 같은 '박심'이 드러난 지 한 달 뒤인 2013년 8월 30일, 국사편찬위원회의 검정심의위원회는 '친일·독재 미화' 논란을 낳은 교학사 교과서를 최종 합격시킵니다. 후폭풍은 거셌습니다.

이와 관련, 박 대통령은 그 해 9월 국무회의에서 "교육부는 한국사 교과서 내용을 면밀하게 분석해 수정 보완이 필요한 부분은 조속히 수정보완해서 교과서 배포에 차질을 빚지 않도록 하라"라고 한 발 물러섰습니다. 다만, "지금까지 한국사 교과서를 검정할 때마다 논란이 반복돼 왔는데 그 원인이 무엇인지 검토해 더 이상 불필요한 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확실한 대책을 마련해달라"라고 재차 주문했습니다.

그리고 이 주문의 '진의'는 닷새 뒤인 2013년 9월 23일 드러났습니다. 박 대통령은 새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에 유영익 한동대 석좌교수를 내정했습니다. 그는 '이승만 재평가'에 앞장선 뉴라이트 성향 역사학자로 알려졌습니다. 사실상 박 대통령이 교학사 교과서의 집필 방향을 지지하고 나선 셈입니다. (관련기사: 새 국사편찬위원장에 '뉴라이트' 유영익 내정)

노골화된 국정화 움직임... "균형 잡힌 역사교과서 개발하라"

역사교과서 국정화 움직임은 교학사 교과서 채택률이 사실상 0%대에 그치면서 본격화됐습니다.

서남수 당시 교육부 장관은 2013년 국정감사에서 "교과서 검정에서 상당히 많은 문제가 드러나 국정체제로 가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도 자연스럽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정홍원 당시 국무총리도 2013년 11월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 출석, "다양한 역사관이 있기 때문에 올바른 역사 교육을 위해서는 통일된 교과서가 필요하지 않겠느냐"라며 공론화를 주장했습니다.

여당도 거들고 나섰습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2013년 11월 '새누리당 근현대역사교실'에서 "다른 교과서는 몰라도 국사와 국어는 국정교과서로 전환해야 한다는 토론이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뒤를 이은 것은 현재 교육부 장관 겸 사회부총리를 맡고 있는 황우여 당시 새누리당 대표였습니다. 그는 2014년 1월 YTN 신년대담에서 "국가가 공인하는 한 가지 역사로 국민을 육성하는 것이 옳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많이 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관련기사 : 역사왜곡 교과서 논쟁, 국정교과서로 국면 전환?)

박 대통령도 같은 해 2월 '2014년도 교육부·문화체육관광부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역사 교육을 통해서 올바른 국가관과 균형 잡힌 역사의식을 길러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라며 "이것이 제대로 정착되지 않고는 사회적 통합이 불가능하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정부의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에 많은 사실오류와 이념적 편향성 논란이 있는 내용은 이런 것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교육부는 이와 같은 문제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이번 기회에 사실에 근거한 균형 잡힌 역사 교과서 개발 등 제도 개선책을 마련해 주기를 바란다"라고 지시합니다.

한편 <경향신문>은 10일 <역사교과서 국정화, 출발은 '박 대통령 지시'>라는 기사에서 "대통령 지시사항(역사교과서 관련 제도 개선) 실적 제출"이란 제목의 교육부 공문을 공개했습니다. 지난 6월 2일 만들어진 이 공문에는 ▲ 교과용도서 발행체제의 개선 방향 ▲ 대국민인식 현황조사 협조 공문 ▲ 역사과 교육과정 시안 개발 기초 연구 관련 공문 등 4개 문서가 첨부돼 있었습니다.

대선 승리 전 박 대통령의 답변은 달랐다

 1970년대에 국정으로 나온 중고교 <국사> 교과서.
 1970년대에 국정으로 나온 중고교 <국사> 교과서.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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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해석의 권리를 국가가 독점하겠다는 역사교과서 국정화의 발상이 과연 바람직한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봅니다.

이에 대한 해답 역시 박 대통령의 '말'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박 대통령이 2012년 8월 20일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 승리 직후 기자들과 나눈 질의응답에서 한 말입니다. 이 때 박 대통령은 관점의 다양성을 정치권에서 강제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습니다.

기자 : "5.16은 쿠데타라고 하는데 후보께서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하신다, 이후 (5.16 쿠데타를) 5.16 혁명으로 바꿀 수 있나?"

박 대통령 : "5.16에 대해 몇 년간 혁명이라고 나온 적도 있고 군사 정변이라고 한 교과서도 있고 쿠데타라고 한 교과서도 있고 다양하게 기술되고 바꿔왔다. 학생들은 교과서대로 배우겠죠. 그러나 정치권에서 국민의 생각이 다양하게 있는데 옳으니 그르니 끝이 없는 싸움을 하면서 이렇게 생각하라고 몰아가면 국민이 분열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정치권에서 그 문제에 대해서 계속 해야 할 일 뒤로 제쳐두고 계속 이를 갖고 싸우고 옳으니 그르니 하는 것은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의 '답'을 이미 3년 전 내놨습니다.

[총성 없는 역사 전쟁, 국정교과서]

'북침', '남침' 헷갈린 아이들, 박 대통령은 '오버'
국사편찬위원장, YS때 검정교과서 건의했으면서...
"이승만은 포기해도 박정희는 살릴 것"
박정희 때 국정교과서 비판, 지금과 빼닮았다

○ 편집ㅣ박순옥 기자



태그:#역사교과서 국정화, #박근혜, #5.16 쿠데타, #뉴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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