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신혼 집 털어간다는 말, 남의 얘기인 줄만 알았다. 하지만 주의하자. 지금도 누군가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 무서운 얘기지만 사실이다.

결혼한 지 1년이 채 안 된 어느 여름 날. 신랑과 나, 둘 다 부모 그늘 아래서 자랐기에 문단속을 철저히 해야하는 것이 우리 몫이라는 걸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던 터. 여느 때처럼 창문을 열어 넣고, 별 생각없이 저녁 마실을 다녀왔다.

ㅗ
 ㅗ
ⓒ 오세진

관련사진보기


"자기가 위에 열쇠 잠갔어?"
"어? 아닌데..."

이상하다. 따로 위쪽 열쇠는 잠그지 않고 다녔기에 비밀번호만 누르고 들어가려 했지만 문이 열리지 않았다. 내부에서 누군가가 잠가놓은 것이었다.

'엄마가 왔나?'

별 일 아니라 생각하고 초인종을 눌렀지만 대답은 없고, 그제서야 불안한 마음이 든 우리는 있는 힘껏 문을 당겨 윗 고리를 부수고 집으로 들어갔다. 다행히 집은 평소와 다름없어 보였는데... 안방을 들어간 순간! 헉, 누군가 다녀갔구나. 직감할 수 있었다.

워낙 정리를 잘 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커다란 액세서리함에 패물이며 싸구려 액세서리 등을 섞어 넣어 두었는데 마치 두더지가 땅을 파듯, 그 안에 있는 액세서리들만 파헤쳐 나와 있고, 그 중 정확히 폐물이 사라져 버렸다. 다른 곳은 손을 댄 흔적 조차 없었다.

패물 외에도 금이 조금이라도 섞인 것은 무조건 사라졌고, 정말 싸구려 액세서리만 남아 있었다. 가져가려면 통째로 다 가져가지. 그마저 버리기 귀찮은지 감쪽 같이 내 것과 신랑 것 모두 값 나가는 것만 가져간 것이다. 육안으로 확인이 가능한지, 어떤 선별 기계가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도둑의 치밀함에 우리는 완전히 혀를 내둘렀다.

설마 다른 것도? 다른 방을 둘러보기 시작했는데... 아! 왜 이런 사단이 발생했는지 알 수 있을 만한 단서가 나왔다. 정확히 작은 방 둘째 서랍만 열려 있었고, 그 안에 있던 현금 100만 원 가량이 사라졌다.

그날 돈 쓸 일이 있어서 낮에 은행에서 돈을 인출해 집으로 걸어왔고, 방에 앉아 돈이
맞는지 센 뒤 둘째 서랍에 넣어뒀다. 은행에서부터 나를 미행했는지, 아님 돈을 세고 있는
나를 윗층 어딘가에서 지켜봤을지는 모를 일이지만 확실한 것은 돈이 정확히 둘째 서랍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나를... 지켜본 것이다.

누가 봐도 신혼임을 알 수 있는 달달한 웨딩 사진. 즉, 집안에 폐물이 있다는 뜻!
▲ 우리 신혼이예요 누가 봐도 신혼임을 알 수 있는 달달한 웨딩 사진. 즉, 집안에 폐물이 있다는 뜻!
ⓒ 오세진

관련사진보기

이왕 들어온 김에 물론 다른 훔칠 물건도 찾았을테지만. 우리는 너무 쉬운 단서를 줘버렸다. 거실에 커다랗게 걸려있는 웨딩 사진. 누가봐도 신혼임을 알 수 있는 사진에 도둑은 또 한 번 설레며 결혼 예물을 찾았을 것이다.

결혼한 지 오래된 집에는 분명 아이들 사진이 도배돼 있기 때문에. 혹시 그 전부터 우리가 신혼부부임을 알고, 집을 비우기만 기다리고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돈이 있는 것을 알고 집에 들어왔을 가능성에 개인적으로 무게가 실린다.

시간을 벌기 위해 문고리까지 잠가둔 치밀한 도둑은 그렇게 단시간 안에 목표물 두 곳만 공략해 유유히 사라졌다.

값비싼 비용을 치르며 배운 것을 공유하겠다. 부모 그늘 아래 자라 안보의식(?)이 아직 부족한 신혼들이여~. 창문 꼭 잠그고, 도어락 뿐 아니라 윗 열쇠까지도 꼭 잠그는 것이 어떨지. 돈은 되도록 집에 두지 말고, 은행에서 돈 찾아 집으로 갈 때는 되도록 주변을 잘 살펴보고 가능하면 차로 이동하기를. 집에서 돈 셀 일 있을 때는 가급적 커튼을 치기를.

웨딩 사진 걸어놓지 말라는 얘기는 못하겠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담근다고 도둑 무서워 달달한 분위기를 포기할 수는 없지만, 진정한 달달함을 지키기 위해선 그만큼 노력도 필요할 것 같다.

너무나 평온해 보이는 일상이지만, 신혼부부는 누군가 각별히 지켜볼 수 있는 타깃임을 잊지 말기를 바란다. 참고로, 잃어버린 물건이 품으로 돌아오기는 1%의 확률도 안 된다는 것.

더 중요한 것! 잃어버린 물건 때문에 연연해하면 마음까지 피폐해진다. 값비싼 교훈이라 생각하고 훌훌 털어버리길 바란다. 그것이 신혼의 단꿈이 오래 유지되는 방법이 될테니.

○ 편집ㅣ최은경 기자

덧붙이는 글 | 도둑들 응모글



태그:#도둑, #신혼, #폐물, #주의사항, #인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