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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다음 캡처.
 미디어다음 캡처.

포털 뉴스 개혁, 이름부터 참 거창하다. 오는 10일부터 시작되는 국정감사에서 새누리당이 본격적으로 포털 뉴스에 대해 문제 제기할 모양새다. 그 근거는 새누리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이 서강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부 최형우 교수팀에게 의뢰한 '포털 모바일 뉴스 메인 화면 빅데이터 분석 보고서'에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네이버와 다음 모두 청와대와 정부에 대해 부정적 표현을 사용한 콘텐트를 긍정적 표현을 사용한 콘텐트에 비해 더 많이 노출했다"고 한다.

여기에 더해 "새누리당과 정부에 대한 부정적 표현의 제목(1176건)이 야당에 대한 부정적 표현의 제목(116건)의 약 10배"에 달한다고 하니 언뜻 보기엔 새누리당 입장에서 언짢을 만도 하다. 김무성 대표 역시 "포털이 젊은 층을 비롯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인데, 왜곡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새누리당은 이해진 네이버 의장과 김범수 다음카카오 의장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이 같은 새누리당의 주장은 몇 가지 이유에서 동의하기 어렵다. 우선 보고서의 조사 기간(2015년 1월~6월)이다. 올해 1월부터 6월까지는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지지도가 정윤회 문건 및 메르스 사태 등의 여파로 충격을 입었던 시기다. 따라서 이 시기 포털에 정부여당에 대한 부정적 표현의 기사가 많았던 건 포털의 문제라기보다는 당시 언론의 초점이 정부여당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이 야당에 대한 비판보다 많은 건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이다.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권 시절엔 야당 비판 기사보다 정부여당 비판 기사가 더 적었을까? 상대적으로 정치적 중량감이 떨어지는 야당보다 국정을 이끌어가는 두 축인 정부와 여당에 대한 비판이 많을 수밖에 없다. 달리 보면 여당과 야당에 대한 부정적 표현의 제목 기사가 10배 차이가 나는 건 야당이 언론의 비판 받을 만큼의 제대로 된 정치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만큼 야당의 존재감이 미미한 것이다. 이런 맥락은 제외한 채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이 담겨져 있는 매체가 포털이라는 이유만으로 포털을 개혁 대상으로 삼겠다는 건 편협한 논리다. 

네이버나 다음 등의 포털에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이 유독 많다고 치자. 그렇다면 그 반대의 경우에 대해서도 새누리당은 지적해야 한다. 야당에 비해 정부여당에 상대적으로 우호적으로 보도하는 일부 종편 방송에는 왜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가? 또 과거 국정원의 댓글조작 사건에는 왜 지금처럼 목소리를 내지 않았나?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자면 온갖 보수논리나 여성혐오 등으로 가득한 일부 커뮤니티에 대해서는 왜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 않는가?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식의 태도는 곤란하다.

단순히 비판을 많이 한다는 이유로 언로를 막는 것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야 하는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일이다. 또한 비판을 숫자로 매기는 것 역시 공정성과는 거리가 멀다. 욕먹을 짓을 많이 한 쪽과 상대적으로 덜한 쪽이 있을 때 50 대 50으로 양쪽에 대한 비판이 가해진다면 이것이 진정한 공정성이라 할 수 있을까? 백번 양보해 포털을 개혁한다면 그 개혁의 주체는 누구인가? 가뜩이나 KBS 이사회, MBC 방문진 구성 방식을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마당에 포털까지 정부나 여당이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김 대표 말처럼 "포털이 젊은 층을 비롯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포털의 자유만큼은 허하라.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송락규 기자가 활동하는 팀블로그 별밤(http://byulnight.tistory.com/306)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포털 뉴스 개혁, #네이버뉴스, #미디어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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