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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상윤 신임 미디어협동조합-국민TV 이사장
 현상윤 신임 미디어협동조합-국민TV 이사장
ⓒ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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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KBS에서 정년퇴직한 현상윤 PD가 미디어협동조합-국민TV(이하 <국민TV>)의 이사장에 선임되었다. <국민TV>는 지난 8월 29일 열린 임시 대의원 대회에서 현 PD를 경영부문 이사에 선출했다. 곧이어 열린 이사회에서 대의원 132명 중 104명의 동의를 얻어 이사장에 선임했다.

1985년 PD로 KBS에 입사한 현 신임 이사장은 1999년 KBS 노조위원장과 2002~2004년까지 전국 언론노조 수석 부위원장을 역임했다. 지난해 KBS에서 정년퇴임한 후엔 새언론포럼에서 회장을 맡아 활동했다.

지난 2일 합정동에 위치한 웰빙빌딩 내의 국민 카페에서 현 신임 이사장을 만나 이사장 선출 소감과 함께 <국민TV>의 현안들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다음은 현 신임 이사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 지난달 29일 <국민TV> 이사장으로 선출되셨는데 소감 부탁드립니다.
"먼저 큰 책임을 맡겨준 대의원님들과 미디어협동조합원님들께 감사드려요. 제가 미디어협동조합에 주어진 시대적 소명을 잘해낼 수 있을까란 생각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 대의원들이 현 이사장을 선택한 이유, 뭐라고 보시나요?
"2012년 대선으로 많은 사람이 권력과 자본에 포섭된 언론의 진면목을 새삼 느끼게 되었잖아요. 그때 좌절하고 절망하던 사람들에게 미디어협동조합의 깃발이 새로운 희망으로 다가온 것이죠. 2만 8천 명이라는 많은 깨어있는 분들이 모여서 그렇게 <국민TV>를 세웠지만 2년도 채 안 돼 리더십의 분열과 반목으로 점점 초라해지는 <국민TV>를 보며 '이대로는 안 되겠다. 새로운 혁신적인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봅니다."

"<국민TV> 설립 초기에는 무리한 발상이라고 생각해서 걱정 많았다"

- 이전에 <국민TV>를 어떻게 생각하셨나요?
"저는 지난해 KBS에서 정년퇴직한 후 언론시민운동을 한다고 분주하게 돌아다니느라 <국민TV>의 복잡한 내부사정에 대해서는 깊이 알지 못했어요. <국민TV>가 좀 폐쇄적인 탓도 있었죠. 설립 초기에는 무리한 발상이라고 생각해서 많은 걱정을 했어요.

그러나 노종면과 김용민이라는 걸출한 스타들 덕에 초기에는 기대 이상으로 선전했어요. 하지만 금세 체력이 소진되기 시작했고 특히 JTBC와 뉴스 시간대가 겹치면서 큰 타격을 받았어요. 노종면의 퇴출로 '뭔가 내부에서 심각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구나'란 짐작은 했지만, 세부적인 내용은 전혀 몰랐습니다."

- 들어와 보니 어땠나요?
"최근 언론 시민 단체 내에 <국민TV> 공대위가 생기면서 내부의 반목과 분열상, 그리고 심각한 재정위기 상황 등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됐어요.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온·오프라인으로 조직된 2만8천 명이라는 깨어있는 시민들의 열정이 <국민TV>를 지탱하는 커다란 원동력이라는 사실도 알게 됐습니다. 단순히 돈 만 원 내시는 후원자라는 소극적 참여자가 아니더라고요.

미디어협동조합이라는 생활 문화 공동체를 통해 오염되지 않은 맑은 정보를 생산해 공급하고 자본주의 병폐를 협동조합적인 삶의 공동체를 통해서 극복하고자 하는 분들의 조직이 '미디어협동조합 <국민TV>'라는 사실을 최근에 깨닫게 되었죠."

- 이사장 출마는 어떻게 나서게 되었나요?
"지난 7월 28일 언론단체대표자회의가 소집돼 <국민TV>노조원들 얘기를 처음 들었어요. 프리랜서라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노조에 가입돼 있다는 이유로 '노조 아님' 통보를 받았다는 얘기에. 어떻게 대안매체라는 국민TV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놀랐어요.

그래서 이런 일은 바로 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공대위가 구성되어 경영진의 얘기도 청취하고 중재안도 제시했는데 경영진에게 퇴짜를 맞으면서 밖에서의 노력은 한계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자연히 공대위 내에서 동아투위 선배님들께 나서달라고 간청을 하게 됐죠, 대안언론의 소중한 실험이 또 하나의 좌절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이죠. 그러나 오히려 그분들은 오히려 제가 나서줄 것을 권유하시더라고요.

자유언론을 위해 40년을 투쟁해온 선배님들의 제대로 된 언론에 대한 염원이 내재한 권고를 쉽게 내칠 수 없었습니다. 또한, <국민TV>라는 소중한 사회적 자산을 통해 더욱 큰일을 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욕심도 생겨서 출사표를 내게 되었죠."

- 권유받았을 때 부담스럽진 않았어요?
"생각했던 것보다 갈등의 깊이가 깊고 재정상황도 아주 안 좋더라고요. 상황이 어려울 때 제가 저에게 맡겨진 역할을 잘하면 돋보이지 않겠어요? 출마를 결심하고 선거일 열흘 정도 기간 동안 거의 잠을 안 자고 게시판을 통해 조합원분들과 소통을 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조합원님들의 선택을 받아 이사장의 중책을 맡게 됐습니다. 당연히 보답해야죠. 제가 할 일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먼저 갈라진 마음을 하나로 끌어모아 2만8천여 조합원들의 공동체를 강화하는 일입니다. 또 하나는 <국민TV>에 가장 적합한 방송이 무엇인가 찾아내서 많은 시민과 함께 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현상윤 신임 미디어협동조합-국민TV 이사장
 현상윤 신임 미디어협동조합-국민TV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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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떻게 마음을 모을 계획이신가요?
"어려운 부분인데 무조건 화합하자고 해서 될 일은 아니에요. 지나온 과정에서의 공과를 정확히 판단해야겠죠. 그래서 잘못한 부분은 허심탄회하게 인정하고 관용하면 다 함께 뭉칠 수 있는 바탕은 세워진다고 봅니다."

"<국민TV>의 정체성은 소외된 사람들이 중심에 서는 대중매체"

- <국민TV>에 적합한 방송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국민TV>의 정체성 부분인데 한마디로 기존 미디어에서 배제된 사람들의 미디어입니다. 소외된 사람들이 중심에 서는 대중적인 매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국민TV>에 적합한 뉴스의 포맷을 혁신하고 현장성을 강화한다면 승산이 있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쌍용차나 세월호 등 사회적 수요가 있는 주제들이 기존 미디어에서 완전 자취를 감췄어요. 자본과 권력에 포섭된 언론들이 꺼리고 은폐하는 소재들을 집중적으로 차별성 있게 부각하면 많은 열광적 팬들이 생길 거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사회적 연대입니다. 더 이상 못 살겠다고 아우성치는 깨어있는 시민들과 대중조직들과의 연대를 통해 함께 참여하고 함께 만들어 가는 매체로 키울 생각입니다. 국회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이제 저희의 관심 대상이 아닙니다. 굴뚝으로 올라간 사람들, 희망버스를 타고 가는 탄압의 현장, 투쟁의 현장이 저희의 메인 뉴스가 되고 전 국민의 관심사가 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 이번 사태의 원인 중 하나가 불통이었는데 어떻게 소통하실 생각이신가요?
"노조와 불통하는 문제는 없을 것 같아요. 노조 지위를 당연히 인정해야죠. 그리고 조직개편이 문제가 되는데 충분히 의견을 듣고 공감대를 형성해 나간다면 큰 문제가 없다고 봅니다. 노사가 함께 참여하는 혁신위를 통해서 지향점과 방법에 대한 공감대를 이룰 것입니다. 일방통행이어서는 안 됩니다. 함께 고민하고 함께 해답을 만드는 과정을 통해야 시너지 효과가 생기고 작지만 큰 힘을 낼 수 있다고 봅니다."

- 제작 거부로 인한 노조 징계는 어떻게 하실 건가요?
"불이 났는데 다 함께 달려들어 불을 꺼야죠. 징계자니까 저 구석에서 그냥 가만히 서 있으라고 할 수는 없잖아요. 징계의 효력을 정지하는 방법으로 업무에 복귀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고 더 좋은 방송으로 책임을 다한다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라 생각합니다."

"외부에서는 친노 매체로 보지만 그렇지는 않다"

- 무엇보다 이번 사태로 조합원들이 줄줄이 탈퇴했는데 이분들의 마음을 돌리고 조합원을 늘리기 위한 복안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협동조합의 구심점이 새로 생겨서 단합된 모습을 보이고 <국민TV>의 새로운 희망을 제시해서 그것이 조합원들 마음에 와 닿을 때 다시 힘을 주실 것으로 생각합니다."

- 언론에서 공정성은 대단히 중요하잖아요. 그러나 <국민TV>는 개국부터 지금까지 특정 정파 매체로 규정되어 온 게 사실인데 이걸 어떻게 극복하실 건가요?
"외부에서는 친노 매체로 보지만 제가 와보니 그렇지는 않아요. 제가 확인한 바로는 특정 정치세력의 후원 모임은 아니에요. 공통분모가 하나 있는데 현행 기득권 집단들의 행태에 분노하고 그들만의 천하를 바꾸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국민TV>는 21세기 한국의 양산박이 되어야 합니다. 다양한 인재들이 모여들어 즐거운 반역을 꿈꾸는 곳이 될 수 있으면 합니다. 한때 고 노무현 대통령이 그 역할의 정점이었으나 지금은 아닙니다. 흘러간 물로는 방아를 돌릴 수 없습니다."

- 그러나 외부에서 특정 정파 매체로 보는 게 사실이기 때문에 이것을 깨지 않으면 <국민TV>의 성장에 한계가 있을 것 같은데.
"<국민TV>의 장점은 온·오프라인이 결합한 조직이라는 것이죠. 자본주의의 맹점을 극복하고 인본주의적인 삶을 지향하는 생활문화공동체로서의 협동조합 이념과 독극물이 제거된 건강한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미디어의 조합이 최대의 강점입니다. 방송에서 그리고 광장에서 선명한 <국민TV>의 깃발이 휘날릴 때 많은 국민이 함께 해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 앞으로 <국민TV>를 이끌어 나가실 텐데 어디에 중점을 두실 계획인가요?
"저희는 소외된 사람들의 매체라는 확실한 정체성을 가지고 저희의 체력에 맞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해야 합니다. 지금은 뱁새가 황새 쫓아가다가 다리가 찢어진 꼴인데 저희만이 잘 할 수 있는 방송이 무엇인지 찾아야죠. 분명 틈새시장은 존재합니다. 기존 미디어가 은폐하고 왜곡하는 사실이 더 많은 사람에게 알려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하겠습니다."

- 마지막으로 각오와 함께 <오마이뉴스>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려요.
"<국민TV>에 관심을 가져주신 <오마이뉴스> 독자분들에게 감사하단 말씀 드립니다. 대안언론, 독립언론 간에는 매체의 구분 없이 제휴하고 연대하고 협력하고 역할 분담을 통해서 비정상인 사회를 상식적인 사회로 바꾸는 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합니다. <국민TV>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편집ㅣ손병관 기자



태그:#현상윤, #국민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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