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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경제학 국제회의 2015 전주'가 4일 전북 전주 한국전통문화전당에서 개막했다. 김승수 전주시장이 '지역순환경제의 공간조성'을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국제회의는 5일까지 계속된다.
 '행복의 경제학 국제회의 2015 전주'가 4일 전북 전주 한국전통문화전당에서 개막했다. 김승수 전주시장이 '지역순환경제의 공간조성'을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국제회의는 5일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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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때문에 '국민소득 3만불'이 모든 언론을 장식하고 있죠? 그런데 국민소득 3만불, 4만불 시대로 간다고 우리가 행복해질까요?"

김승수 전주시장은 4일 전북 전주 한국전통문화전당에서 개막한 '행복의 경제학 국제회의 2015 전주(아래 국제회의)'를 도발적인 질문으로 시작했다. '사람, 경제, 그리고 지역화'를 주제로 열린 이날 회의에서 김 시장은 "그동안 국민소득, 국내총생산(GDP), 낙수효과 등을 이용한 정치적 레토릭(수사)에 얼마나 많이 속아왔나"라며 "전주를 서울보다 부자는 아니지만, 서울보다 행복한 시민들이 사는 곳으로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번 국제회의는 물질문명의 발달과 세계화로 인해 발생하는 각종 문제의 극복 방안으로 사람, 지역, 관계 등을 키워드로 한 '행복의 경제학'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김 시장의 말처럼, 이날 국제회의에 참여한 발표자들은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경제 지표의 위험성을 제기했다.

'행복의 경제학 국제회의 2015 전주'가 4일 전북 전주 한국전통문화전당에서 개막했다. 국제회의에 참석한 주요 인사들이 단상에 모여 사진을 찍고 있다.
 '행복의 경제학 국제회의 2015 전주'가 4일 전북 전주 한국전통문화전당에서 개막했다. 국제회의에 참석한 주요 인사들이 단상에 모여 사진을 찍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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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총생산은 얼마나 상업 활동을 하는지 측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많은 국민들이 수년째 항암치료를 받으면 국내총생산이 올라간다. 아픈 사람이 많고, 도시의 나무를 모두 베어서 국내총생산이 올라갔다고 좋아해야 하는 것인가.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지표인가." - 헬레나 노르베리-호지(Helena Norberg-Hodge) 국제생태문화협회 설립자 및 대표

"2011년 일본에 엄청난 재난인 지진과 쓰나미가 발생한 후에 수많은 대기업들이 재건 특수를 누리면서 일본의 국내총생산을 끌어 올렸다. 케네디는 GNP에 절대 포함되지 않는 것을 거론했다. 건강과 교육의 질, 아이들 놀이의 즐거움, 시에 깃든 아름다움, 결혼생활의 건강성, 지성, 온전함, 용기, 지혜, 배움, 연민, 국가에 대한 헌신 등이 그것이다." - 게이보 오이와 메이지가쿠인대학 국제학부 교수

전주시는 5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국제회의 내용을 토대로 '전주선언'을 발표할 예정이다. 또 국제회의와 연계해 한국전통문화전당 일원에선 '2015 전주, 사회적경제 한마당'을 열어 사회적경제 기업의 제품을 전시·홍보·판매하고, 관련 정책을 안내할 계획이다.

아래는 이날 국제회의에 참석한 인사들의 강연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헬레나 노르베리-호지] "세계화에서 지역화로"

헬레나 노르베리-호지(Helena Norberg-Hodge) 국제생태문화협회 설립자가 4일 전북 전주 한국전통문화전당에서 개막한 '행복의 경제학 국제회의 2015 전주'에서 '새 패러다임으로의 초대'를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헬레나 노르베리-호지(Helena Norberg-Hodge) 국제생태문화협회 설립자가 4일 전북 전주 한국전통문화전당에서 개막한 '행복의 경제학 국제회의 2015 전주'에서 '새 패러다임으로의 초대'를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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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경제는 이미 괴물이 됐다. 지역화가 유일한 답이다."

<오래된 미래-라다크로부터 배운다>의 저자이자, 영화 <행복의 경제학>의 제작자인 호주의 호지 대표는 "무한 성장이라는 가정에 기반하고 있는 현재의 세계 경제는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는 "(세계화된 경제로 인한) 소위 자유무역 조약과 기타 국제협약들은 통상적으로 대기업을 선호한다"며 "그 결과 소수의 엘리트는 막대한 수익을 누리고 각국 정부는 타국 국민들을 위해 앞다투어 자국의 임금과 노동 기준을 낮추는 상황이 벌어지게 됐다"고 지적했다.

호지 대표는 '투자자-국가 소송제도(ISD)'를 예시로 대기업이 갖게된 권력을 비판했다.

"스웨덴 전력회사 바텐팔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독일 정부가 원자력 발전을 단계적으로 폐지한 것에 반발해 독일 정부를 상대로 470억 유로 소송을 제기했다. 대형 담배회사 필립 모리스 또한 담배 포장에 건강 관련 경고 문구를 포함하도록 법제화한 호주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가 제시한 해답은 "세계화(Global)에서 지역화(Local)로"이다. 호지 교수는 "인간의 본성과 자연세계에 대해 검증되지 않은 가정을 토대로 작동하는, 오늘날 사람-자연의 거리를 멀게 하는 경제중심적 세계관에 눈이 먼 인류는 길을 잃었다"며 "인간적인 규모의 자연 친화적인 그리고 지리적 공간을 중심으로 하는 지역화된 경제로 변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호지 대표는 '로컬푸드'를 강조했다. "생산과 소비 간의 거리를 좁히면서 동시에 농업, 임업, 어업 등 1차 생산 분야에서 소규모 및 다품목 생산을 증진하는 것"을 "지역화의 가장 실질적인 차원"이라고 설명한 그는 "현지 및 지역에서의 소비를 위해 생산된 음식이라 푸드 마일(식료품이 생산자 손을 떠나 소비자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이동거리)이 비교적 짧고 화석연료 사용과 환경오염을 크게 저감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지난해 육류 90만톤을 수출함과 동시에 동일한 분량을 수입했고, 영국은 새우를 태국으로 수출해 껍질을 깐 다음 다시 영국으로 가져오고 있다"며 "로컬푸드는 과도한 수송, 과대 포장, 광고, 화학 첨가제 등에 비용을 지불하지 않기 때문에 건강은 물론 경제적으로도 이득이다"고 덧붙였다.

[게이보 오이와] "나무늘보가 되자"

게이보 오이와 메이지가쿠인대학 국제학부 교수가 4일 전북 전주 한국전통문화전당에서 개막한 '행복의 경제학 국제회의 2015 전주'에서 '느림, 작음, 단순함으로 가는 다운시프트'를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게이보 오이와 메이지가쿠인대학 국제학부 교수가 4일 전북 전주 한국전통문화전당에서 개막한 '행복의 경제학 국제회의 2015 전주'에서 '느림, 작음, 단순함으로 가는 다운시프트'를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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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시프트(Downshift)는 자동차의 기어를 고단에서 저단으로 바꿔 속도를 줄이는 것을 의미한다. 일본의 대표적 슬로라이프(Slow Life) 환경단체인 '나무늘보 클럽'의 설립자인 게이보 교수는 이날 국제회의에서 "느림, 작음, 단순함으로 가는 다운시프트"를 역설했다.

게이보 교수는 호지 대표와 마찬가지로 "무한 성장이라는 생각은 모순이고 허황된 생각이란 걸 기억하라"며 "우리는 과잉에서 그저 순탄하고 충분한 것으로 삶의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부의 경제학 대신에 웰빙의 경제학으로, 탐욕의 경제학에서 필요의 경제학으로, 소유와 지배의 경제학에서 공유의 경제학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어로 '웰빙(Well-Being)'을 뜻하는 '시아와세(しあわせ)'는 본래 '함께함', '연결돼 있음'을 뜻한다. 이것이 오래된 문화적 세계관, 즉 모든 것이 연결돼 있고 우리의 웰빙인 우리 주변 것들 간의 조화로운 관계에 달려있다는 것을 표현한다고 생각한다. 현대의 개인주의적인고 경쟁적인 행복 추구 개념과 시아와세를 대비해 보라."

게이보 교수는 "더 빨라지고 더 많아지고 더 커지려는 경주로 인해 우리는 더 이상 존재(be)하기 위해 일하는 '휴먼 빙스(Human Being)가 아닌 하기(do) 위해 사는 '휴먼 두잉스(Human Doings)가 됐다"며 "나무늘보가 되자"고 제안했다.

그는 "나무늘보가 된다는 것은 뺀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속도를 늦추고, 규모를 줄이며, 아래로 이동하고 단순화하는 것에 대해 다시 배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승수] "대한민국 도시, 죄다 복제품"

'행복의 경제학 국제회의 2015 전주'가 4일 전북 전주 한국전통문화전당에서 개막했다. 김승수 전주시장이 '지역순환경제의 공간조성'을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행복의 경제학 국제회의 2015 전주'가 4일 전북 전주 한국전통문화전당에서 개막했다. 김승수 전주시장이 '지역순환경제의 공간조성'을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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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10년 전부터 추진해 사실상 결정이 났던 전주종합경기장 자리 롯데쇼핑몰 유치를 철회했다"는 김승수 시장은 "3년 뒤 선거 때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웃었다.

"전주종합경기장은 전주의 심장이다. 교도소 수감자들이 물건을 만들어 판 돈으로, 우리 어머니·아버지가 환갑잔치 안 하고 모은 돈으로 만든 게 전주종합경기장이다. 그걸 밀어버리고 쇼핑몰을 세우기보다, 그 공간에 담긴 기억을 살리고 광장·공원 형태로 시민들에게 돌려주고자 했다."

김 시장은 쇼핑몰 유치 철회를 결정한 것과 관련해 "대한민국 대부분 도시에는 한 가운데 쇼핑몰이 있고, 스타벅스가 있으며, 맥도날드와 핸드폰 가게가 있다"며 "도시는 시민들의 삶을 담는 그릇인데, 대한민국 모든 도시들이 똑같이 복제되고 있다. 도시가 복제된다는 것은 시민들의 삶도 복제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김 시장은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선순환경제를 위해 꼭 필요한 조건"으로 공동체 정신, 생태, 식량 자립, 동네 복지 등 네 가지 개념을 제시했다. 그는 "취임사를 준비할 당시, 많은 분들이 '전주도 국민소득 3만불 시대 약속해라', '대기업 유치해라', '토목공사를 통해 지역 공간을 바꿔라' 등을 주문했다"며 "제가 (네 가지 개념을 제시하는 등) 모험을 하면서 부담을 많이 느꼈는데, 오늘 국제회의를 통해 확신을 갖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렇다고 대기업을 무조건 배척하거나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며 "다만 (대기업의)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횡포, 골목경제 침탈 등을 우려스럽게 생각하기 때문에 전주의 건강한 시장경제와 순환경제 시스템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한편 영국의 경제개발 및 공공정책분야 전문가인 닐 맥인로이(Neil Mcinroy)와 미국의 변호사이자 사회적기업을 주제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만화가 자넬 오시(Janelle Orsi)도 이날 국제회의에 참석해 각각 '번영하는 지역경제 구축', '공유도시를 위한 정책'을 주제로 발표를 이어갔다.

미국의 변호사이자 사회적기업을 주제로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만화가 자넬 오시(Janelle Orsi)가 4일 전북 전주 한국전통문화전당에서 개막한 '행복의 경제학 국제회의 2015 전주'에서 '공유도시를 위한 정책'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의 변호사이자 사회적기업을 주제로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만화가 자넬 오시(Janelle Orsi)가 4일 전북 전주 한국전통문화전당에서 개막한 '행복의 경제학 국제회의 2015 전주'에서 '공유도시를 위한 정책'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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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경제개발 및 공공정책분야 전문가인 닐 맥인로이(Neil Mcinroy)가 4일 전북 전주 한국전통문화전당에서 개막한 '행복의 경제학 국제회의 2015 전주'에서 '번영하는 지역경제 구축'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영국의 경제개발 및 공공정책분야 전문가인 닐 맥인로이(Neil Mcinroy)가 4일 전북 전주 한국전통문화전당에서 개막한 '행복의 경제학 국제회의 2015 전주'에서 '번영하는 지역경제 구축'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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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ㅣ최은경 기자



태그:#행복의 경제학, #전주, #국제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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