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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해변에서 익사체로 발견된 시리아 난민 꼬마 에이란 쿠르디 가족의 사연을 보도하는 BBC 뉴스 갈무리.
 터키 해변에서 익사체로 발견된 시리아 난민 꼬마 에이란 쿠르디 가족의 사연을 보도하는 BBC 뉴스 갈무리.
ⓒ B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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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함께 지중해를 건너 유럽 망명을 떠났다가 터키 해변에서 익사체로 발견된 3살 시리아 난민 꼬마 에이란 쿠르디의 사진이 전 세계를 안타깝게 했다.

에이란은 가족과 함께 타고 가던 소형보트가 뒤집히면서 어머니, 5살 형과 함께 숨졌다. 에이란처럼 유럽으로 향해 지중해를 건너다 목숨을 잃은 난민이 올해만 벌써 2500명을 넘어섰다.

그렇다면 에이란 가족은 왜 시리아를 떠나 '죽음의 항해'에 나섰을까. 시리아 다마스쿠스에서 살던 에이란 가족은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의 정부군과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반군 간의 내전이 다마스쿠스를 중심으로 확산되자 북부 코바니로 이사했다.

유엔 통계에 따르면 2011년 3월부터 시작된 시리아 내전은 5년째 계속되면서 25만여 명이 사망했고, 전체 인구의 20%가 넘는 400만여 명이 시리아를 떠나면서 난민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럼에도 시리아 내전은 화학무기까지 동원되며 민간인 희생이 늘어나고 있다.

에이란 가족은 코바니에서 새롭게 정착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에이란 가족을 비롯한 쿠르드족을 공격해오자 결국 시리아를 떠나기로 결심했다.

에이란 가족은 시리아 난민에게 처음으로 국경을 열어준 터키에 도착했다. 그리고 에이란의 고모가 살고있는 캐나다에 이민 신청을 했다가 거부당했다. 시리아 정부가 쿠르드족의 여권 발급을 거부하면서 난민 지위가 불확실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터키는 신원이 확인된 시리아 난민에게 1년간 체류할 자격을 주고, 독일이나 오스트리아 등 서유럽 국가로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여권이 없는 에이란 가족에게는 이마저도 꿈 같은 이야기였다.

결국 에이란 가족은 배를 타고 그리스로 향하는 밀입국에 나섰다. 첫 번째 시도는 보트에 타자마자 터키 당국의 단속에 걸렸고, 두 번째는 밀입국 브로커들이 거액의 돈만 받고 배를 구해주지 않아 사기를 당했다.

세 번의 시도 끝에 나선 항해가 죽음으로

에이란 가족은 세 번째 시도 끝에 어렵게 배를 타고 지중해로 나섰으나 배가 뒤집히는 바람에 참변을 당하고 말았다. 에이란의 아버지 압둘라 쿠르디만 유일하게 목숨을 건졌으나 가족을 모두 잃고 말았다.

에이란의 비극적인 죽음은 난민 사태 해결을 주저하는 국제사회에 경종을 울렸다. 난민 수용을 강력히 거부하던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도 "나도 자녀를 가진 아버지로서 에이란의 사진을 보고 깊은 슬픔을 느꼈다"라며 국경을 열었다.

캐머런 총리는 "누구보다 가장 비난받아야 할 자들은 시리아의 아사드 대통령과 IS 도살자들, 그리고 난민의 절박하고 안타까운 사정을 돈벌이로 이용하는 밀입국 브로커들"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유럽으로 향하는 난민 행렬은 끊이지 않고 있으며, 서유럽으로 가는 길목인 헝가리는 열차 운행을 중단하며 난민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오는 14일 유럽연합(EU)이 난민 사태 해결을 위한 외무장관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지만 뾰족한 해결책을 기대하기 어려워 수많은 에이란이 나올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태그:#에이란 쿠르디, #시리아, #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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