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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시가 교육장학사업을 목적으로 2005년 만든 '군산교육발전진흥재단'이 부실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 군산지역 시민사회로부터 제기됐다. 더욱이 군산시민의 막대한 혈세가 투입된 이 공익법인의 교육 사업이 사실상 사교육을 조장한다는 지적도 제기했다.

공익법인 성격의 이 재단은 2005년부터 현재까지 조성한 기금은 모두 215억 원이다. 이 중 군산시가 시민 세금이라고 볼 수 있는 예산으로 출연한 기금이 110억 원이나 된다. 막대한 규모의 기금이 조성됐지만, 현재 남은 기금은 68억 원에 불과하다. 별도의 예산 지원 없이 가다보면 사업이 중단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200억대 장학재단 고갈 위기... 어떻게 운영했길래"

군산교육희망네트워크 등 22개 군산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3일 논평을 통해 "이 재단을 만든 군산시는 장학기금이 고갈 사태에 이르게 된 경위를 시민들 앞에 공개하고, 이런 사태를 만든 이들 모두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들은 "실질적으로 세금이나 다름없는 200억 원이 넘는 막대한 규모의 기금은, 초저금리라는 현행 한국은행 기준금리(1.50%)으로 계산해도 연 3억 원이 넘는 이자 수익을 올릴 수 있게 해주는 돈이다. 그런데 10년도 채 안 되는 사이에 기금의 3분의 2 이상을 고갈시켜 버린 것은 좌시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이와 같은 방만한 운영은 지난해 12월 군산시의회가 작성한 행정사무조사 결과보고서를 통해서도 살필 수 있었다.

군산시의회 행정복지위원회는 "학생학습동기 부여 멘토링 캠프(2011~2014년) 프로그램 중 단순히 직업체험관을 인솔하는데 강사비로 80만 원씩 5명에게 총 400만 원을 지급했다. 그리고 장학재단 재산으로 교사 간담회비, 교사 격려금, 물품 구입비, 신입생 유치 홍보비 등 교육진흥이 아닌 소모성 예산이 과도하게 편성되어 낭비적 요소가 지나쳤다"고 지적했다.

"사설학원업체에 위탁한 글로벌 아카데미... 군산시가 사교육 조장한다"

또한, 이 단체들은 군산교육발전진흥재단 사업 중 가장 핵심이라고 볼 수 있는 '글로벌 아카데미'에 대해서도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글로벌 아카데미는 지역 내 성적 우수 학생들을 대상으로 직접 교육을 펼치는 사업이다. 약 230여 명의 지역 학생들을 선발하여 전북외고에서 진행하는 방과후 교육 및 주말 교육을 진행한다.

현직 교사와 함께 서울의 한 사설학원업체 본원 강사가 국어와 영어, 수학을 집중적으로 교육한다. 그리고 논술반 등 대학 입시제도와 수시 전형에 맞춘 진학 프로그램도 배치했다. 한 해 약 5억~6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이 중 약 3억~4억 원이 사설학원업체에게 위탁 비용으로 지불되고 있다.

단체들은 "단기 성과 위주의 학원식 교육 사업을 벌여 관련 법령을 위배했으며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으면서도 학생들의 만족도 충족은커녕 제대로 된 효과도 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장학을 목적으로 하는 공익법인은 공익법인법 등의 적용을 받으며, 학생들을 직접 교육 또는 교습하는 학원사업은 목적 사업에 포함할 수 없다. 군산시민사회단체들은 이 점을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한 해 3억 이상 사설학원업체에 주는데 효과와 만족도 미비"

또한, 아카데미 프로그램을 위해 채용한 현직 교사들은 겸임허가사항임에도 불구하고 겸임허가를 받지 않아 군산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지적을 받기도 했다.

"현직교사에 대한 채용과정에서 공고를 하지 않고 특정교사가 임의 처리하고 소속 학교장의 겸임허가 없이 다른 교육기관에서 교육을 진행했다. 현직교사의 경우 2013년 겸임허가를 받지 않고, 시간당 15만 원씩 총 234시간을 강의하여 3510만 원을 수령함과 동시에 학사담당관을 수행하여 월 100만 원씩 별도의 수당을 년간 1200만 원을 수령했다."

사실상의 '사교육'과 다름없는 글로벌 아카데미. 사설 학원과 현직 교사를 투입하여 진행했지만, 그 효과와 만족도는 의심스럽다는 것이 군산시민사회단체들의 지적이다.

단체들은 "아카데미 사업 운영 중 중도 포기 현황을 보면 2010년 22%, 2011년 7%, 2012년 38%, 2013년 43%, 2014년 47%로 매년 증가 추세를 보였다"며 "사업을 위탁한 서울 종로학원 측의 자체 조사 결과에서도 35%의 학생이 보통 이하의 만족도를 보였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이 프로그램은 사전 시험지 유출 의혹부터 출석부, 교무일지 등 관련 서류 조작 의혹까지 불거진 상태다.

단체들은 "사교육업체와 손을 잡고 판에 박힌 '입시 사교육'을 펼침으로써 공공기관이 견지해야 할 교육의 공공적 책무를 저버렸다"면서 "군산시장과 군산시는 사교육 기관이 아니다. 공교육에 대한 확고한 철학과 원칙을 갖고 모든 군산시민들과 학생들을 위한 미래지향적인 교육을 펼치는 데 매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군산시 "지적사항 개선했으며, 다양한 장학사업 펼치고 있다"

한편, 이 재단을 관장하는 군산시 인재양성과는 "도비와 시비가 들어가는 재단은 한해 10개 사업에 약 20여억 원이 집행된다"면서 "지난해 행정사무감사에서 지적된 사항들은 현재 대부분 개선한 상태다"며 방만 운영이라는 단체들의 주장을 반박했다.

또한, 사설학원업체와 함께 국영수 집중 교육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전라북도의 으뜸인재육성사업에 선정되어 지원을 받는 것이며, 사설학원업체에 위탁한 것은 군산시 형편에 따른 것"이라면서 "사회배려자를 선발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재단에 개인으로 기부하는 분들은 우수 인재를 키워달라는 차원에서 기부를 하는 것으로 보편적인 교육에 힘 써달라는 의미는 아니다"면서 "시민의 뜻에 따르는 것이며, 고교 체험학습비 지원, 저소득층 심화학습비 지원 등 다양한 예산을 세우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런 군산시의 해명에도 군산교육발전진흥재단에 대한 논쟁은 계속될 전망이다. 군산시민사회단체들은 군산시의회에 특별조사위원회 구성 등을 통해 부실 운영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북인터넷대안언론 참소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사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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