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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4일 오후 '한중 비즈니스포럼'을 마지막으로 2박 3일 간의 방중 일정을 마친다. 귀국길은 그 어느 때보다 가벼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 2년 6개월간 박 대통령을 괴롭혔던 '순방 징크스'는 없었다(관련 기사 : 나갈 때마다 '징크스', 박 대통령 해외순방의 명암). 이번 방중 일정이 사실상 임기 후반기 정상외교의 첫 순서였음을 감안하면, 정설로 굳어버린 '순방 징크스'를 떼내 버릴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청와대 관계자들도 지난 3일 "하루가 아직 남아 있다"라면서도 그 같은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평가도 좋다. 4일 발표된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의 9월 1주 차 정례조사 결과,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54%를 기록했다(1~3일 전국 성인남녀 1003명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p).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50%를 넘긴 것은 지난해 세월호 참사 이후 처음이다. 남북 고위급 접촉 타결로 탄력 받은 지지율이 이번 방중 행보를 통해 제대로 상승세를 탄 셈이다.

미국 동맹국 정상 중 유일하게 열병식 참관... 동북아 역학구도 변화 예고

박근혜 대통령(왼쪽부터)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일 오전 중국 베이징 톈안먼에서 열린 '항일(抗日)전쟁 및 세계 반(反)파시스트 전쟁 승전 70주년'(전승절) 기념행사에 참석해 군사퍼레이드를 관함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왼쪽부터)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일 오전 중국 베이징 톈안먼에서 열린 '항일(抗日)전쟁 및 세계 반(反)파시스트 전쟁 승전 70주년'(전승절) 기념행사에 참석해 군사퍼레이드를 관함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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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박 대통령은 이번 방중을 통해 미국과 중국, 즉 'G2시대'에서 한국의 '균형외교'를 확실히 선보였다고 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중에선 처음으로, 미국 동맹국 정상 중에선 유일하게 중국 전승절 기념행사에 참석했다. 그것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곁'이었다. 박 대통령은 시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어깨를 같이 하며 천안문 성루에 올랐고 푸틴 대통령 다음으로 시 주석과 가까운 자리에서 열병식(군사 퍼레이드)을 지켜봤다.

반면, 북한 측 대표로 참석한 최룡해 당비서의 자리는 시 주석 오른쪽 외국정상 자리 중 끝에서 두 번째였다. 최 비서가 중국의 초청을 거절한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온 만큼 박 대통령과 같은 '급'으로 볼 순 없으나 흔들리는 북중관계의 단면을 보여줬다는 평가다(관련 기사 : '한중 밀월관계' 증명한 박 대통령의 '위치').

특히 이는 전통적인 동북아 역학구도의 변화를 예고한 것일 수도 있다. 남한과 북한 중 어느 한쪽만 아니라 한반도 전체의 안정을 바라는 중국의 전략과 맞물린 장면이기도 하나, 전통적인 '북한·중국·러시아 vs. 한국·미국·일본' 구도와 다르기 때문이다. 동시에 한국이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에서 일방적으로 '동원'되지 않는 존재로 거듭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북한이 최근 성사된 남북 고위급 접촉 합의를 성실히 이행하도록 압박하는 효과도 있다.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어떠한 행동에도 반대한다"라고 밝혔다. 북한이 노동당 창건일 70주년이 되는 10월 10일을 전후해 미사일 도발을 강행하는 것을 사전 경고하고 나선 것이다.

실제로 정부 관계자는 지난 2일 기자들과 만나,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의 정상회담 브리핑 중 '유엔 안보리 결의를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는 대목이 있는데, 이는 인공위성을 포함해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하는 어떠한 발사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이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와 관련 "의미 있는 6자 회담이 조속히 재개돼야 한다"고 논의한 것에 대한 후속조치도 발빠르게 이어지고 있다.

황준국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는 다음 주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해 미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성김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만나 이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외교부 역시 "북핵 문제와 관련된 여러 현안을 협의하는 이런 형태의 다양한 협의가 있게 될 것"이라며 한·미·일 외교장관회의 및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 추진 방침 등을 밝혔다.

"미·중 양쪽 두드려가며 성과 거뒀다"

중국이 3일 중국 수도 베이징(北京) 도심과 톈안먼(天安門) 광장에서 진행된 항일전쟁 승리 70주년 기념대회 열병식에서 지상돌격무기, 방공미사일, 해상공격 무기, 전략무기 등을 대거 공개했다.
 중국이 3일 중국 수도 베이징(北京) 도심과 톈안먼(天安門) 광장에서 진행된 항일전쟁 승리 70주년 기념대회 열병식에서 지상돌격무기, 방공미사일, 해상공격 무기, 전략무기 등을 대거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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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 같은 행보에 따른 '숙제'도 남아있다. 당장, 박 대통령의 방중 행보를 불안하게 지켜봤을 미국 측을 안심시켜야 한다.

중국은 이번 열병식을 통해 남중국해와 미국 본토 등을 위협할 수 있는 신무기를 공개했다.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를 무력화 할 수 있는 중국의 군사력 과시로 해석된 만큼, 미국 입장에서 박 대통령의 열병식 참관은 불편한 일일 수밖에 없었다. 가뜩이나 한국이 중국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중국경사론'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오는 10월 예정된 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주목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번 방중에 대한 미국 측의 양해를 충분히 얻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청와대는 통상의 경우와 달리, 2개월이나 앞당겨 한미 정상회담 일정을 알리며 양국 간 '동맹관계'를 충분히 강조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도 박 대통령의 방중 직전 미국을 찾아, 케리 미 국무장관에게 '늘 푸른 동맹'의 상징으로 소나무 묘목을 선물하겠다는 뜻까지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한 청와대 관계자는 "미국 국무부가 한중 정상회담과 관련해 '역내 국가들의 좋은 관계가 미국의 이익과도 부합한다'라는 입장을 냈다"라며 "그만큼 우리가 양쪽을 두드려가면서 이번에 외교적 성과를 거둔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숙제는 북한이다. 박 대통령의 방중 행보를 통해 북한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였지만 이산가족 상봉 등 남북 고위급 접촉 합의 이행 관련 후속협상의 성공을 위해선 섬세하게 접근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지난 3일 박 대통령의 방중과 관련, "해외 행각에 나선 남조선 집권자가 우리를 심히 모욕하는 극히 무엄하고 초보적인 정치적 지각도 없는 궤변을 늘어놓았다"라고 비난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이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자신들을 압박하고 나선 것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한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 측은 이에 대해 구체적인 반응을 하지 않았다. 대신 통일부는 이날 정례 브리핑을 통해 "정부는 북한이 우리 대통령의 중국 방문 중 말씀한 내용을 비방하고, 이번 남북 고위당국자 접촉 합의의 이행 여부까지 위협하고 있는 데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라고 밝혔다.

○ 편집ㅣ최은경 기자



태그:#박근혜, #시진핑, #북한, #미국, #균형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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