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한화 감독. 사진은 지난 23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벌어진 KIA 타이거즈와 한화 이글스와 경기 당시 모습.

김성근 한화 감독. 사진은 지난 23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벌어진 KIA 타이거즈와 한화 이글스와 경기 당시 모습. ⓒ 연합뉴스


김성근 감독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한화 이글스는 지난 3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넥센 히어로즈와의 맞대결서 연장 접전 끝에 7-12로 패했다. 2연패에 빠진 한화는 시즌 63패(58승)째를 기록하며 5할 승률로부터 -5로 벌어졌다. 6위 KIA와는 승차가 없고 7위 롯데와도 1게임 차이에 불과하다.

'야신'으로 불리는 김성근 감독은 다양한 수 싸움과 많은 선수들을 기용하는 벌떼야구로 프로야구 최고의 지장으로 꼽힌다. 전반기 한화의 돌풍도 김성근 감독의 노련한 경기운영 능력에 기댄 바 컸다. 하지만 후반기 들어 한화가 갈지자 행보를 보이면서 이제는 오히려 김 감독의 경기운영에 의구심을 보내는 시선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특히 이날 패배에 결정적인 빌미를 제공한 것은 김성근 감독의 투수운영과 무관하지 않다. 한화는 이날 넥센을 상대로 시작과 끝이 좋지 않았다. 선발 송은범이 1.1이닝 간 5안타 1볼넷 3실점으로 조기 강판당했고, 연장전에선 10회에 마무리 권혁이 무너지며 뼈아픈 재역전패를 당했다.

부진한 송은범, 혹사당한 권혁

송은범의 성적은 2승 9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이 무려 8.23이나 된다. 선발 자원으로 영입한 투수가 고작 54.2이닝을 소화하는 데 그쳤고, 퀄리티스타트는 단 한 번도 없다. 선발로 등판한 경기에만 국한해도 1승 7패의 성적을 거두며 평균 3.1이닝을 던졌다. 송은범이 선발 등판한 날 한화의 성적은 3승 11패. 이쯤 되면 '패배 보증수표'가 따로 없다.

다른 투수 같았으면 벌써 2군에 내려갔거나 방출을 당해도 이상하지 않을 성적이지만 김성근 감독은 꿋꿋이 송은범에 대한 신뢰를 거두지 않고 있다. 투수들이 조금만 부진해도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김 감독이지만 확실히 송은범에 대한 미련은 다른 선수들보다 유별난 면이 있다.

물론 나름의 이유는 있다. 송은범은 지난겨울 FA 이적시장에서 4년 34억 원의 거액을 주고 영입해온 투수다. 당시 성적으로 보면 오버페이라는 비판이 많았지만, 김성근 감독이 적극적으로 송은범의 영입을 요청하여 성사된 케이스다. 여러모로 본전 생각이 날 수밖에 없다. 선발투수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한화의 팀 사정도 어떻게든 송은범을 살려야 하는 이유다.

그러나 송은범은 김 감독과의 재회 이후에도 좀처럼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송은범 본인에게나 팀에게나 악순환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한화는 가뜩이나 송은범 외에 또 다른 FA 영입 투수인 배영수 역시 6경기에서 4승 7패 1홀드 평균자책점 6.35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외국인 투수 쉐인 유먼과 타자 나이젤 모건이 이미 성적 부진과 부상으로 방출되었고, 후반기 야심 차게 영입한 에스밀 로저스도 휴식을 위하여 2군에 내려가 있는 것을 감안하면 올 시즌 한화의 전력보강을 위한 거액의 투자는 대체로 적자에 가깝다.

유일한 FA 모범생으로 꼽히던 권혁도 요즘 구위가 예전 같지 않다. 부진한 송은범과는 또 다른 케이스로, 권혁은 올 시즌 끊임없이 '혹사 논란'에 시달리고 있는 대표적인 투수다.

권혁은 이날 넥센전에서 7회 2사에 구원등판 하여 2.2이닝 간 2피안타 2사사구 4실점(4자책)을 기록하며 패전투수가 됐다. 9회까지 잘 버텼으나 연장 10회 들어 김하성과 박동원 등에게 적시타를 맞고 무너졌다.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등판했던 권혁은 올 시즌 한 경기 최다인 55구를 던졌다.

이날 패배로 권혁은 시즌 11패(9승 15세이브 4홀드)째를 기록했다. 권혁의 개인 최다패이자, 올 시즌 프로야구 전체 투수를 통틀어 최다패다. 이는 KBO 리그 역대 '구원투수 최다패'이기도 하다.

이날 경기는 권혁의 시즌 70번째 등판이었고, 총 104이닝을 소화하며 투구 수만 1912개를 기록했다. 피안타(113개)와 피홈런(13개)까지 모두 자신의 역대 개인 최다 기록을 잇달아 경신 중이다. 구원 등판으로만 100이닝을 넘긴 것은 KBO리그 역대 23번째다. 무쇠가 아닌 피와 살로 이루어진 인간의 육체로서는 지칠 수밖에 없는 기록이다.

김성근 감독의 '조급증'이 문제

송은범과 권혁의 부진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가을야구에 대한 김성근 감독의 '조급증'이 부진의 주요 원인이라는 것이다. 다른 팀에서 송은범 같은 기록이었다면 전력에서 제외하고 차라리 젊은 투수들에게 기회를 줬을 것이다. 권혁 역시 장기레이스를 감안했다면 최소한 점수 차가 벌어졌거나 지는 경기에서는 등판을 조절해줬어야 했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주장하며 자신만의 벼랑 끝 기용방식을 계속 밀어붙였다. 눈앞의 '승리'와 가을야구라는 명분 앞에 팀의 장기적인 리빌딩이나 투수들의 컨디션은 안중에도 없었다. 당장의 성과에 대한 집착은 리더의 눈과 멀게 하고 귀를 닫게 한다. 항상 냉철한 계산과 추진력으로 팀을 이끌어오던 김성근 감독의 감이 요즘 들어 무뎌졌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사실 김성근 감독은 최근 들어 성적 부진 외에도 신경 쓰이는 일이 너무 많다. 시즌 초반과 달리 김 감독의 팀 운영을 둘러싼 비판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에스밀 로저스의 엔트리 제외 이후 며칠간 언론과의 인터뷰를 피하며 침묵하기도 했던 김 감독은, 최근에는 청주구장 모니터를 둘러싼 사인 훔치기 의혹으로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물론 일부 팬들의 섣부른 오해에서 빚어진 해프닝으로 일단락되었지만, 그만큼 그동안 승리에만 과도하게 집착해온 김성근 감독의 야구에 대한 반감도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즌 후반기로 갈수록 내우외환 속에 가을야구를 향한 부담감에 쫓기고 있는 노감독의 얼굴에서도 피로감이 진하게 묻어난다. 과연 한화와 김성근 감독에게 올 시즌 5위를 한번 차지하는 것이 이 모든 '무리수'와 바꿀 만한 가치가 진정으로 있는 것인지 생각해볼 만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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