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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와 사람을 싣고 다닌 중국 관광버스
 자전거와 사람을 싣고 다닌 중국 관광버스
ⓒ 이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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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간다", "인차 다 왔다" 하면 1시간~1시간 30분, "좀 오래 간다" 하면 4~5시간이 걸렸습니다. 중국에서는 버스 이동 시간에 대한 감각이 우리 나라와 많이 달랐습니다. 단동에서 백두산까지 자전거와 관광 버스를 타고 다녀 오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오랫동안 털털거리는 관광 버스를 타고 이동 하는 일이었습니다.

관광 버스는 낡았을 뿐 아니라 충격 흡수 장치가 없는 것인지, 망가진 것인지 비포장 혹은 비포장과 유사한 낡은 도로를 달릴 때, 그 덜컹거리는 충격을 온몸으로 받아야 했습니다. 얼마나 덜컹거리는지 몸이 피곤해도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었습니다.

또 앞 뒤 좌석 간의 폭이 좁았기 때문에 장시간 여행을 하기 여간 불편했으며, 낡은 차였기 때문에 좌석 등받이가 젖히지 않는 자리도 많았습니다. 1970~1980년대에 우리 나라에서 운행되던 완행 버스를 상상하면 별로 다르지 않았습니다. 이런 차를 타고 하루 6시간 이상 이동하는 것은 엄청난 고역이었답니다.

우리 일행을 태운 이 낡은 관광 버스는 제한 속도 40km라고 하는 국도를 보통 70~80km로 달렸습니다. 국도에는 속도 위반을 감시하는 카메라가 없었기 때문에 제한 속도 같은 것은 별 의미가 없었습니다.

반대로 중국에도 고속 도로가 있었는데, 고속 도로는 오히려 얌전하게 달렸습니다. 제한 속도 80km인 고속 도로에는 곳곳에 속도 감시 카메라가 있었기 때문에 과속을 하는 일이 별로 없었고, 자동차 성능으로 봐도 제한 속도보다 과속을 하기는 쉽지 않아 보였습니다.

고속 도로는 천천히... 국도는 고속 도로보다 더 빨리

따라서 고속 도로를 달리는 것보다 국도를 달리는 것이 훨씬 더 불안하고 위험해 보였습니다. 단동에서 백두산까지 가는 길 대부분은 국도 구간이었습니다. 아울러 국도의 대부분은 왕복 2차선 구간이었답니다.

우리를 태운 관광 버스 운전 기사는 왕복 2차선 도로에서 끊임 없이 클랙슨을 울린 후 중앙선을 넘어 앞차를 추월하며 달리더군요. 흔히 한국인의 기질을 '빨리 빨리'라고 하고, 중국인들을 '만만디'라고 들었는데, 중국 사람들의 운전은 도무지 '만만디'라고 보기 어려웠습니다.

특히 저희가 3박 4일 동안 타고 다닌 관광 버스 기사의 경우 '콰이콰이'가 몸에 밴듯 하더군요. 승객을 가득 태운 관광 버스 기사는 출발에 앞서 스마트폰(아이폰4) 이어폰을 귀에 꽂고 출발했습니다. 스마트폰 이어폰을 끼고 있으니 클랙슨을 계속 울려도 자신은 별로 거슬리지 않는 것 같더군요.

앞차의 속도가 조금만 느려도 여지 없이 '빵빵' 클랙슨을 울린 후에 중앙선을 넘어 추월을 시작합니다. 중앙선이 추월 차선인지 아닌지는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더군요. 일단 중앙선을 넘어 추월을 시작하면 앞서 가던 차들이 살짝 오른쪽으로 비켜주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냥 무관심하게 자기 속도를 유지하고 달릴 뿐입니다.

반대 차선으로 오던 차들도 별로 놀라는 기색이 없습니다. 대형 버스가 중앙선을 넘어 추월을 하고 있으면 작은 차들은 우측으로 비켜줄 때가 많았지만, 똑같은 대형 차량인 경우에는 같이 '클랙슨'을 울리면서 달려올 때도 있었습니다.

한 마디로 '치킨 게임'을 시도하는데, 먼저 비켜서는 쪽이 지는 셈이었습니다. 가끔은 어느 쪽도 먼저 양보하지 않아 그냥 사고가 날 때도 있다고 하더군요. 다행히 우리를 태운 관광버스 기사는 적당한 타이밍에 자존심(?)을 꺾어줬기 때문에 사고가 나지는 않았습니다.

고급차는 천천히... 버스, 트럭은 빨리 빨리

중국 관광버스
 중국 관광버스
ⓒ 이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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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중국인의 기질 그대로 '만만디'인 운전자도 있었습니다. 중국은 세계에서 제일 인구가 많은 만큼 부자들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많이 있습니다. 흔히 중국을 가난한 나라라고 생각하지만, 부자 숫자도 가난한 사람 숫자 만큼 많답니다.

이런 중국의 현실을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도로를 달리는 차량 종류입니다. 우리 일행이 타고 다닌 털털 거리는 고물 관광 버스만 있는 것이 아니라 아우디, 폭스바겐, BMW 같은 고급 차량들이 수두룩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고급 차량을 운전하는 사람들은 의외로 '만만디'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우리 나라에서는 고급 외제차를 타는 사람들이 과속으로 달리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는데, 중국 고급차 운전자들은 '만만디'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관광버스가 '빵빵' 클랙슨을 누르고 추월을 시도해도 들은척 만척하는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속도를 높이거나 줄여주지도 않았습니다. 클랙슨 소리쯤은 완전히 무시하고 그냥 원래 달리는 속도를 유지하는 정도입니다.

우리 나라 고급차 운전자 중에는 자기보다 못한 차가 추월하는 것을 기분 나쁘게 생각하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고속 도로에서 경차나 소형차가 외제차를 추월하면 아주 신경질적으로 다시 추월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지요.

그런데 중국의 고급 외제차 운전자들은 낡은 관광 버스가 추월을 해도 별로 신경도 안쓰는 것이 참 신기하게 느껴졌습니다. 어쩌면 중국의 부자들은 '만만디'로 여유를 부릴 수 있지만, 중국의 가난한 사람들은 '콰이콰이'하지 않으면 살기 힘들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백두산 자전거 프로그램이 성공하려면, 비용을 더 지불하더라도 우리 나라 우등 고속버스 수준의 차를 타고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는 평가를 일행과 함께 나누었습니다. 장거리 버스 이동이 힘들지만 버스가 좀 더 쾌적하면 단동에서 백두산까지 차로 이동하는 여행도 지금보다는 훨씬 즐겁게 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 섞인 평가가 많았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이윤기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백두산, #자전거, #국토순례, #중국, #YM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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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YMCA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대안교육, 주민자치, 시민운동, 소비자운동, 자연의학, 공동체 운동에 관심 많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2월 22일상(2007), 뉴스게릴라상(2008)수상, 시민기자 명예의 숲 으뜸상(2009. 10), 시민기자 명예의 숲 오름상(2013..2)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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