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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 결혼 증명서 발급 거부한 미국 켄터키주 법원 서기의 구속 판결을 보도하는 CNN 뉴스 갈무리.
 동성 결혼 증명서 발급 거부한 미국 켄터키주 법원 서기의 구속 판결을 보도하는 CNN 뉴스 갈무리.
ⓒ C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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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적 신념을 내세워 동성 부부의 결혼 증명서 발급을 거부한 미국 법원 서기가 결국 철창 신세를 지게 됐다.

CNN, NBC 등 미국 주요 방송에 따르면 지난 3일(현지 시각) 켄터키 주 연방법원 데이비드 버닝 판사는 동성 부부의 결혼 증명서 발급 요청을 수차례 거부한 로완 카운티의 법원 서기 킴 데이비스를 연방법 위반 및 법정 모독으로 법정 구속했다.

데이비스는 판사의 명령이 내려지자 곧바로 교도소에 수감됐다. 버닝 판사는 "미국 법원은 이번 사안을 결코 가볍게 여기지 않는다"라며 "데이비스는 공무원으로서 법을 준수하고, 판결을 존중할 때까지 계속 수감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데이비스는 법정에서 "모든 사람은 가슴과 영혼에 있는 그 어떤 무엇과 자신을 분리할 수 없다"라며 "동성 부부에게 결혼 증명서를 발급하는 것은 나의 양심에 어긋나는 일이기 때문에 명령에 따를 수 없다"라고 끝까지 뜻을 굽히지 않았다.

지난해 11월부터 로완 카운티 법원의 서기로 재직해온 데이비스는 최근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려 부부가 된 남성 커플의 결혼 증명서 발급 요청을 네 차례나 거부하면서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다.

법원 서기가 종교적 이유로 연방 대법원 판결 거부?

지난 6월 미국 연방 대법원이 모든 주에서 동성 결혼을 인정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지만, 데이비스는 "결혼은 남성과 여성이 하는 것"이라며 종교적 신념을 내세워 동성 부부의 결혼 증명서 발급을 거부했다.

당시 동성 부부가 "당신이 무슨 권한으로 결혼 증명서 발급을 거부하느냐"라고 따지자 데이비스는 "하나님의 권한으로 거부한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그는 "천당과 지옥을 가르는 일"이라며 동성 결혼 증명서 발급을 끝내 거부했다.

앞서 켄터키 주 법무부가 업무 불이행을 이유로 벌금을 부과하며 봉급에서 압류했고, 결혼 증명서를 발급하라는 행정 명령을 내렸으나 계속 거부한 데이비스는 결국 감옥행을 피하지 못했다.

하지만 미국에서 법원 서기는 선출직이기 때문에 결혼 증명서 발급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데이비스를 당장 해고할 수는 없다. 만약 데이비스를 해고하려면 정기 의회나 특별 의회에서 정식으로 탄핵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일부 시민은 세 차례나 이혼한 데이비스가 종교적 신념을 강조할 입장이 되느냐고 지적했지만, 그는 "나는 4년 전부터 신앙을 갖게 되었고, 이혼은 그전의 일들"이라며 "지금 나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었다"라고 반박했다.

이날 법원 밖에서는 동성 결혼을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시민이 모여 시위를 벌였다. 판결이 나오자 동성 결혼을 찬성하는 시민들은 노래를 부르며 환호했고, 반대하는 시민들은 데이비스가 어려움 속에서도 양심을 지키고 있다며 치켜 세웠다.

연방 대법원의 판결에도 앞서 콜로라도 주에서는 한 제빵업자가 동성 커플의 결혼식을 위한 웨딩 케이크 제작을 거부하자 지지와 비난이 동시에 쏟아지는 등 동성 결혼에 대한 반대 여론이 상당하다.


태그:#동성 결혼, #동성 커플,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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