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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은 제52주년 방송의 날이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방송은 1927년 2월 16일 경성방송국이 개국하면서 시작되었다. 당시 경성방송국은 일제의 호출부호를 사용하고 인사권도 총독부가 장악한 상태였다.

이처럼 일제 식민지하에서 시작된 우리나라 방송은 20년이 지난, 1947년 9월 3일 미국에서 열린 국제무선통신회의에서 독자적인 호출부호를 배당받아 자체방송을 할 수 있었고 이날을 기념해 방송의 날이 제정되었다. 결국, 방송의 날 제정의 의미가 전파 독립과 방송 독립을 기념하는 셈이다.

50년간 발전 거듭한 방송... 마냥 기뻐할 수 없는 언론 현실

이렇게 시작된 우리나라 방송은 지난 50여 년간 기술적인 부분에서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 왔다. 컬러텔레비전 시대를 지나 UHD 시대를 열었다. 방송과 통신의 융·복합 기술 발전으로 방송 콘텐츠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한류 열풍을 끌어내는 등 외형적으로 많은 성과를 이루어 냈다.

그런데 이러한 성과를 보면서 52주년 방송의 날을 마냥 기뻐할 수 없는 것이 방송의 현실이다. 왜냐하면 공정방송 실현을 위해 싸우다 해직되어 거리에서 '언론 자유'를 외치고 있는 해직언론인들이 아직도 존재하고 있고, 무너진 방송의 공정성에 대한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국내·외로 높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국제인권단체 프리덤하우스가 지난 4월 발표한 '2015 언론자유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언론자유 지수는 33점으로 전체 조사대상 199개국 가운데 67위를 기록했고, OECD 34개국 가운데서는 30위를 기록했다. 창피스러운 모습이다.

방송의 핵심은 방송통신 기술의 발전이 아니다. 방송은 시청자들에게 공정하고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하여 우리 사회에 건전하고 합리적인 여론이 형성되도록 돕는 공론장의 역할을 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런데 이번 방송의 날 축사는 하나같이 방송통신 기술의 발전과 산업적인 성과만을 내세우면서 자축하고 있다.

방송을 산업적, 경제적인 측면으로 이해하게 되면 방송은 본래의 가치를 상실하게 된다. 방송이 국가 경제를 위한 돈벌이 수단으로 인식되는 순간 방송은 자극적인 콘텐츠를 생산해 낼 수밖에 없고, 경제 권력에 의해 장악되어 권력기관들에 대한 감시와 견제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방송을 포함한 언론은 사회 모든 기관이 권력기관에 의해 직·간접적으로 통제와 영향을 받는 상황에서 유일하게 국민이 부여한 알 권리를 이용해 권력기관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역할을 하는 공적 기구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 방송은 이러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공정성과 중립성이 파괴된 한국 방송이 방송기술의 발전과 한류 열풍에 가려져 점점 죽어가고 있다. 방송의 공정성과 중립성의 파괴는 결국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결과를 불러올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최진봉 시민기자는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로 재직중 입니다. 이 기사는 노컷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방송의 날, #프리덤하우스, #방송의 공정성, #최진봉, #알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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