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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시범사업 노선도. 강원도 양양군 서면 오색리 466번지와 끝청 하단(해발 1천480미터)을 잇는 구간.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시범사업 노선도. 강원도 양양군 서면 오색리 466번지와 끝청 하단(해발 1천480미터)을 잇는 구간.
ⓒ 환경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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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를 앞둔 새정치민주연합이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을 두고 이도 저도 못하는 상황이다. 기존 태도대로라면 멸종위기종인 산양 서식지 파괴 등을 우려해 반대하는 게 맞지만, 당 소속인 최문순 강원도지사의 숙원사업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하는 입장이다. 지역발전을 위해 케이블카를 설치해야 한다는 강원도 주민들의 요구도 외면할 수 없는 일이다.

'딜레마'에 빠진 새정치연합은 당분간 찬성·반대 등의 입장 없이 '중립적인' 태도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국감 때도 환경부의 조건부 승인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논란을 위주로 문제를 제기할 방침이다.

총선 앞두고 지역 여론 무시 못해, "문 대표도 곤혹스러워"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지난 5일 오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던 도중 잠시 눈을 감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지난 5일 오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던 도중 잠시 눈을 감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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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연합은 오색케이블카 사업 조건부 승인 논란이 불거진 지 엿새가 지나도록 분명한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달 28일 환경부 국립공원위워회의 승인이 떨어진 당일 "아쉬운 결정"이라는 애매모호한 논평을 내는 데 그쳤다.

김성수 대변인은 "지역경제를 둘러싼 강원도민의 걱정과 이를 해결해보려는 지방자치단체의 노력을 충분히 이해한다"라며 "그래도 빼어난 자연경관을 기반으로 둔 강원도의 관광산업과 환경보전이 조화를 이루는 합리적 방안을 좀 시간이 걸려도 찾았야 했지 않았나 싶다"라고 말했다. 

한때 문재인 대표와 원내지도부가 오색케이블카 사업을 당론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는 설이 강원지역 언론을 중심으로 보도되기도 했다. 당 차원에서 힘을 실어달라는 최문순 지사의 요구를 지도부가 받아들였다는 내용이다.

새정치연합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며 펄쩍 뛰는 모습이다. 당의 주요관계자는 "우리는 (오색케이블카 사업과 관련해) 당론을 결정한 적이 없다"라며 "이 문제를 두고 대표도 엄청 곤혹스러워 한다"라고 전했다.

당의 기존 태도를 고려하면 이번 사업에 반대 의견을 내는 게 예상된 수순이었다. 설악산 케이블카 1·2차 사업 당시 반대 의사를 분명하게 개진했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의원들도 자연환경 보호 등을 주장하며 비판적 의견을 견지해왔다. 환노위 소속 중진인 이석현 국회부의장도 최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설악산 정상에 관광호텔을 건설하고 오색케이블카를 설치하는 계획을 철회해야 한다"라고 공식 발언한 바 있다.

그럼에도 중앙당 차원에서 적극 나서지 못하는 것은 최 지사와 지역 여론 때문이다. 최문순 지사는 오색케이블카 설치를 핵심 공약으로 내걸고 사업 실현에 사활을 걸고 있다. 새정치연합 강원도당 역시 중앙당에 적극적인 협력을 호소한다.

20대 총선을 앞둔 정치적 상황도 무시할 수 없다. 강원도민들은 지역 발전을 이유로 오색케이블카 설치를 오래전부터 요구해왔다. 최근에는 상경 집회까지 열며 도입을 촉구하기도 했다. 반대 당론을 정했다가 자칫 다음 총선과 지방선거 등에서 '후폭풍'에 휩싸일 수도 있다.

찬·반 없이 절차 문제만 제기, 환경단체 "무능하다"

곤란한 건 환노위 소속 야당 의원들도 마찬가지다. 환경훼손을 우려하면 추진해서는 안 될 사업이지만, 총선을 앞둔 당의 입장도 헤아려야만 하는 입장이다.

환노위 소속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지난달 28일 성명서를 통해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의 원칙 없는 허용을 우려한다"라며 "환경보전과 조화를 이룬 발전이 더욱 합리적이고 지속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 추진을 두고 찬성·반대 등의 명확한 입장을 밝히진 않은 것이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사업 자체만 보면 반대하는 게 맞지만, 내년 총선을 생각하면 적극 나서서 반대한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라며 "1·2차 사업 때와는 상황이 달라 입장이 애매할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당분간 뚜렷한 찬반 표명 없이 절차적 문제 위주로 의견을 피력하겠다는 방침이다. "사업 추진을 촉구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졸속으로 조건부 승인을 결정한 것 아니냐"라는 지적이다. 장기적으로는 생태보전과 안전대책 등의 문제를 해결한 뒤 설치를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한다는 전략이다.

상임위 차원에서도 이번 국감 때 오색케이블카 사업 관련 증인·참고인을 불러 승인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지적할 계획이다. 환노위 소속 새정치연합 보좌진은 "우려 지점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굳이 조건부 승인을 내린 배경을 추궁할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단체들은 새정치연합이 책임 있는 답변과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며 불만을 제기한다. 앞서 자연공원케이블카반대범국민대책위원회는 지난달 20일 새정치연합에 당론 발표를 공식 요구하기도 했다.

이들은 "케이블카 사업에 동조하는 것은 원칙도 소신도 없는 무능한 야당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며 "강원도지사가 당 소속이라는 이유로 당리당략에 눈이 멀어 설악산을 망쳐서는 안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태그:#설악산, #케이블카, #새정치민주연합, #최문순, #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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