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메이저리그 정규 시즌도 이제 대략 1개월이 남았다. 시즌이 끝나가는 상황에서 각 분야의 개인상 타이틀을 어떤 선수가 가져갈 것인지 예상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각 리그 최고의 투수에게 주어지는 사이 영 상 수상이 유력한 선수들에 대한 예상도 점쳐지고 있다. 아메리칸리그는 수상이 예상되는 후보가 많이 줄어들었고 내셔널리그는 시즌을 진행할수록 스퍼트를 내는 투수들이 있어 혼전이 이뤄지고 있다.

AL 경쟁 상황 - 카이클 유력, 프라이스는 다크호스

아메리칸리그에서 현재 가장 유력한 사이 영 상 후보로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에이스 댈러스 카이클이 꼽히고 있다.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소속이었던 2005년 로이 오스왈트-로저 클레먼스-앤디 페티트의 원투쓰리 펀치를 앞세워 창단 이래 처음이자 마지막 월드 시리즈에 진출했던 휴스턴은 이후 점차 하락세를 타며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년 연속 100패 이상을 기록하며 메이저리그 최약체로 분류되던 팀이었다.

그러는 동안 휴스턴은 꾸준히 유망주들을 육성하며 칼을 갈았다. 하지만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로 옮긴 2013년에도 100패를 넘기며 더 처참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2014년, 같은 텍사스 주 라이벌 팀인 텍사스 레인저스가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중 가장 많은 부상자를 배출하면서(추신수 포함) 승률 최하위로 추락했고, 휴스턴은 서부지구 탈꼴찌에 성공하며 가능성을 보였다.

그리고 2015년 휴스턴은 유망주들의 기량 만개와 함께 확실한 분위기 상승을 이끄는 카이클이 등장했다. 카이클은 현재까지 27경기에 선발로 등판하여 192.2이닝 16승 6패 평균 자책점 2.24에 173탈삼진을 기록하고 있다. 다승과 평균 자책점에서 아메리칸리그 1위를 마크하고 있다.

카이클이 던진 192.2이닝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에이스 코리 클루버(200.1이닝)에 이은 2위다. 클루버는 2014년 아메리칸리그 사이 영 상을 받았지만, 2015년 시즌 초반의 부진으로 인하여 8승 13패 3.41에 머물고 있다. 카이클은 탈삼진 순위에서는 리그 공동 5위에 올라 있다. 카이클의 활약 속에 휴스턴은 처음이자 마지막 월드 시리즈 진출 시즌인 2005년 이후 처음으로 포스트 시즌 진출에 도전하고 있다.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의 에이스 소니 그레이도 준수한 기량을 선보이고 있다. 소속 팀 오클랜드가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5위로 이미 처진 상태라서 12승 7패에 머물고 있지만, 평균 자책점이 2.36으로 리그 2위에 올라 있다. 다만 다승과 이닝(186.2이닝), 탈삼진(152개) 부문에서 다소 뒤처진 상황이라 수상 여부보다는 기자단으로부터 얼마나 많은 득표로 순위권에 오를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아메리칸리그 사이 영 상의 또 다른 경쟁자는 2012년 사이 영 상 수상자인 데이비드 프라이스(토론토 블루제이스)이다. 프라이스 역시 올 시즌 순위권에서 밀려난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에서 전반기를 보냈고, 트레이드 마감 시한에 포스트 시즌에 도전하는 토론토로 이적했다. 그 때문에 13승 5패에 그치고 있으나, 평균 자책점 2.47로 리그 3위에 올라 있다.

다만 프라이스는 188개의 탈삼진으로 카이클보다 더 많은 탈삼진을 기록하고 있다(리그 4위). 프라이스가 올 시즌을 마치고 FA 자격을 취득하는 만큼, 마지막 1개월의 스퍼트로 자신의 가치를 더 높인다면 카이클의 유력한 경쟁 상대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NL 경쟁 상황 - ERA는 그레인키, 다승은 아리에타, 이닝과 탈삼진은 커쇼

내셔널리그 사이 영 상 경쟁 구도는 혼전이다. 이전까지 내셔널리그에서는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가 4년 연속 메이저리그 평균 자책점 1위를 기록하며 그동안 2012년(R. A. 디키, 당시 20승)을 제외한 나머지 3시즌에서 사이 영 상을 받았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2015년 커쇼의 단독 질주 구도가 흔들렸다. 시즌 초반 투구 패턴의 변화를 꾀했던 커쇼가 변화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으며 평균 자책점이 한때 5점대까지 상승했다. 그러는 동안에 다저스의 2선발 잭 그레인키는 시즌 내내 1점대 평균 자책점을 유지하며 꾸준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레인키는 올 시즌을 마치면 다저스와의 6년 계약 중 3년이 지나는데, 옵트아웃을 행사할 수 있어서 사실상의 예비 FA 상황이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에이스로 떠오른 게릿 콜도 시즌 초반 다승 경쟁 순위에서 상위권을 유지하며 다승왕을 노리는 듯했다. 그러나 콜은 후반기에 들어 페이스가 떨어지며 15승 8패 2.64를 기록하고 있다. 평균 자책점이 2.50 이상으로 상승하는 바람에 경쟁권에서 멀어졌다.

내셔널리그 평균 자책점 5위에 올라 있는 셸비 밀러(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경우는 소속 팀에서 극심한 득점 지원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밀러는 5월 18일(이하 한국 시각) 마이애미 말린스와의 경기를 마지막으로 이후 19경기에서 한 번도 이기지 못하고 있다(5승 12패 2.56).

그러는 동안 만년 하위권에 머물던 시카고 컵스가 상승세를 타면서 에이스로 활약하는 제이크 아리에타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아리에타는 17승 6패 2.11 190탈삼진으로 다승 부문에서 메이저리그 선발투수 전체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평균 자책점에서도 전체 2위에 올라 있다. 아리에타가 이대로 시즌 20승에 성공할 경우 사이 영 상 수상 가능성을 한층 더 높일 수 있다.

평균 자책점 부문에서는 다저스의 그레인키가 여전히 압도적이다. 27경기에 선발로 등판하여 15승 3패의 압도적인 승률에 평균 자책점 1.59를 기록하고 있는 그레인키는 올 시즌 이후의 옵트아웃 행사가 걸려 있는데, 때마침 절정의 기량을 선보이고 있다.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1점대 ERA를 기록하고 있는 선발투수는 그레인키가 유일하다.

그레인키는 올 시즌 5이닝 미만의 조기 강판 사례가 한 번도 없을 정도로 꾸준한 피칭을 선보이고 있지만 6월 14일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한 차례 완투했던 것을 제외하고는 완투 사례가 없다는 점이 임팩트 부분에서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그나마 그 한 차례의 완투도 8이닝 2실점으로 불운의 완투패를 당하고 말았다.

그러는 동안 커쇼가 다시 사이 영 상 경쟁권으로 복귀했다. 4월 5경기에서 1승 2패 3.73, 5월 5경기에서 2승 1패 3.97에 머물렀던 커쇼는 6월 6경기에서 2승 3패 2.16으로 제 모습을 되찾아갔다. 그리고 7월 4경기에서 3승 무패 0.27이라는 압도적인 투구로 시즌 평균 자책점을 2점대로 내렸다.

8월에도 6경기에서 3승 무패 1.40을 기록한 커쇼는 9월 첫 등판이었던 9월 3일 경기에서 무려 15개의 탈삼진을 기록하며 1실점 완투승을 거뒀다(132구). 올 시즌 커쇼의 등판 중 가장 많은 탈삼진을 기록한 경기였다(14K 경기 2회).

1점대 ERA-300K 동시 도전, 경쟁 구도의 변수를 쥔 커쇼

커쇼의 현재 성적은 27선발 194이닝 12승 6패 평균 자책점 2.18에 251탈삼진이다. 내셔널리그 선발투수 중 가장 많은 이닝을 던졌으며, 5.84까지 치솟았던 평균 자책점은 어느 사이 메이저리그 전체 선발투수 중 3위가 되었다. 탈삼진은 올 시즌 메이저리그 선발투수들 중 가장 많으며, 커쇼의 개인 기록이었던 2011년(248탈삼진, 당시 NL 트리플 크라운)의 기록을 이미 넘어섰다.

커쇼의 경우 올 시즌 초반 투구 패턴 변화의 시행착오와 득점 지원 부족으로 승수를 많이 쌓지 못했다. 그러나 후반기 들어서 다른 경쟁자들을 가장 무서운 페이스로 추격하고 있는 선수가 커쇼이다. 많으면 최대 6경기까지 더 등판할 수 있는 커쇼는 현재의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3년 연속 1점대 평균 자책점 시즌과 300탈삼진 시즌에 동시에 도전할 수 있다.

만일 커쇼가 1점대 평균 자책점과 300탈삼진을 동시에 달성한다면, 21세기에 들어와서 두 가지 지표를 모두 달성한 유일한 투수가 된다. 메이저리그에서 마지막으로 300탈삼진을 기록한 선발투수는 2002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원투 펀치였던 랜디 존슨(334탈삼진)과 커트 실링(316탈삼진)이 마지막이었다. 그러나 2002년 존슨의 성적은 24승 5패 2.32였으며, 실링의 성적은 23승 7패 3.23이었다. 두 선수 모두 1점 대 평균 자책점을 기록한 시즌은 한 번도 없었다.

1점 대 평균 자책점과 300탈삼진을 같은 시즌에 동시 달성한 마지막 투수는 2015년 1월에 존슨과 함께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페드로 마르티네스였다. 공교롭게 마르티네스는 선수 생활의 초반을 다저스에서 보냈는데, 몬트리올 엑스포스로 이적한 후 1997년에 17승 8패에 평균 자책점 1.90 그리고 305개의 탈삼진을 기록하며 생애 첫 사이 영 상을 받은 바 있다. 마르티네스는 1999년에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23승 4패 2.07에 313탈삼진을 기록하며 이 기록을 다시 달성하지는 못했다.

따라서 커쇼가 이 기록에 성공하면 1997년 마르티네스 이후 최초의 달성자가 되는 셈이다. 산술적으로 남은 시즌 동안 커쇼가 20승에 성공할 가능성은 없지만, 현재 페이스로 승수를 조금 더 끌어 올릴 경우 이러한 상징적인 기록 달성이 플러스 요소로 작용하여 비록 만장일치는 힘들더라도 사이 영 상 수상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또한 커쇼가 이 기록 달성에 성공하여 사이 영 상 투표에서 1위 표를 가장 많이 획득하게 된다면, 커쇼는 20대에 사이 영 상을 무려 4번이나 받는 기록을 달성하게 된다. 1988년 3월생인 커쇼가 30살이 되는 시기는 2018년 스프링 캠프로 2015년 시즌을 제외하더라도 2년의 20대 시즌이 더 남아 있다.

메이저리그 개인상을 결정하는 기자단 투표는 정규 시즌이 종료된 뒤 실시되며, 포스트 시즌이 끝나고 11월에 공개된다. 2015년 사이 영 상 경쟁 구도에 가장 큰 변수를 쥐고 있는 커쇼가 과연 어떤 기록을 더 세우게 될지 앞으로의 모습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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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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