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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충북 음성노동인권센터 운영위원들이 센터 사무실에서 회의를 하고 있다. 운영위원회의는 매월 진행되고 발전방향과 그동안의 현안 등이 다뤄지고 있다.
 지난달 25일 충북 음성노동인권센터 운영위원들이 센터 사무실에서 회의를 하고 있다. 운영위원회의는 매월 진행되고 발전방향과 그동안의 현안 등이 다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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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전국 군 단위 최초로 문을 연 노동인권센터가 개소한 지 180일을 맞았다.

충북 음성의 음성노동인권센터(아래 음성인권센터)는 비영리 단체로 돈 없고 기댈 곳 없는 노동자들에게 무료 상담과 법률 지원 활동을 펼치기 위해 문을 열었다. 이곳은 중소 영세 사업체의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 이주 노동자이 많이 찾고 있다.

음성인권센터는 개소한 지 6개월에 불과하지만, 노동 인권의 사각지대였던 음성 지역에 작은 변화의 바람이 감지되고 있다. 휴일을 제외하고 하루 1.8건, 전체 214건에 달하는 노동 상담을 진행했다. 이 중 상담의 55.5%가 임금 체불 등 금전적인 문제에 집중됐으며, 해고 12%, 산업 재해 11% 순으로 나타났다.

음성인권센터는 그동안 적지 않을 일을 해결했다. 집단 임금 체불로 고통을 받는 S랜드의 체불 청산을 위해 노력한 결과 2억 원에 달하는 체불임금을 받아냈다. 또 불법 체류자 신분으로 도움 받을 곳을 찾지 못하던 8명의 태국 이주노동자들에게 밀린 임금 2000만 원을 받아 줬다. 이 단체는 이어 손목 잘린 노동자가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제대로 된 처분을 받지 못하자 장애인의 권리를 보호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하기도 했다.

이밖에 지난 6월 음성 지역의 산업 재해율을 공개하지 않는 데 항의해 고용노동부 충주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 결과 지난 7월 고용노동부 충주지청장을 만나 노동자들의 인권에 관심을 가져줄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충북 음성과 충주 지역은 산업 재해율이 높기로 유명하다. 고용노동부가 발간한 2013년 기준 산업 재해 현황 분석에 따르면 산재율이 전국 48개 지방관서 중 4위로 나타났다. 1위가 영월, 2위 태백, 3위 영주 등으로 나타나 탄광지 역을 제외하면 이 지역이 전국 최고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수도권에 인접한 음성 지역은 안정적인 일자리를 보장하는 업체보다는 노동 조건이 열악한 3D 중소영세 제조 업체가 이주해 오면서 산재율이 높아지고 있다. 상담자의 80%가 근로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 등 기본적인 노동 법규도 지켜지지 않아 수면 아래 산재율은 더 높을 것으로 음성인권센터는 예측했다.

음성인권센터는 상담자 중 다수가 불법 파견 상태이거나 사내 하청의 비정규직 형태였고, 외부 용역 업체 등에 고용된 간접 고용 형태인 불안정한 일자리였다고 밝혔다. 또 대부분의 노동자가 연차 수당 등 법정 수당을 지급받지 못하고 있고, 산업 재해 상담의 경우 대부분이 회사로부터 도움을 거의 받지 못하는 실정으로 나타났다.

노사가 상생하는 정책으로 전환해야

음성노동인권센터 조광복 상임노무사
 음성노동인권센터 조광복 상임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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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군은 현재 인구 10만여 명에 불과하지만, 1900개 업체, 4만 여명의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는 산업 도시다. 또 기업체 수에 비례해 도내에서 이주 노동자가 가장 많은 지역이다. 지난 1월 기준으로 외국인은 인구 수 대비 10.6%인 1만 78명이 음성군 관내에 거주하며 이 중 7000명~8000명가량이 노동자다. 여기에 미등록(불법체류) 상태인 이주노동자를 합하면 그 규모는 훨씬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지역의 사정이 이렇다 보니 노동 인권에 대한 갈증과 수요가 많을 수밖에 없다. 또 지역 내에 소재한 기업 중 노동 조건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기업의 비율이 높은 것도 하나의 원인이다. 음성인권센터가 더 알려져 자리를 잡으려면 상담 수요는 더욱 증가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조광복 음성인권센터 상임 노무사는 "이주 노동자들이 많고 30명 내외의 중소 영세 제조업체 비중이 높은 사실만 보더라도 일자리의 질을 예측할 수 있다"며 "임금체불 등 금전적인 문제에 상담이 집중되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라고 밝혔다.  

조 노무사는 또한 "노동부 관계자로부터 안산 지역 업체가 음성 지역으로 집중해 이전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며 "음성은 현재 안산의 축소판"이라고 밝혔다. 또한 "안산은 지자체의 적극적인 기업 유치 정책으로 질 낮은 기업체들이 대거 입주해 환경 오염, 불법 파견, 이주노동자 대거 유입 등으로 오랜 기간 동안 몸살을 앓고 있던 지역"이라고 지적했다.

조 노무사는 "음성군은 기업인 우대에 관한 조례 등 기업 지원에 관한 조례까지 제정하며 적극적으로 기업 유치와 기업 지원 정책을 적극 시행했다"며 "하지만 지역 주민인 노동자들의 노동 환경 개선이나 안정적인 일자리를 지원하기 위한 정책은 전무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음성군이 지속한 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노사가 상생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태그:#음성노동인권센터, #조광복, #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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