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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연합뉴스) 김인유 기자 = 경기도 수원시와 화성시는 역사적으로 지리적으로 한 형제와 다름없다.

1949년 수원읍이 분할되면서 수원시로 승격됐고, 수원군이 화성군으로 개칭됐다. 이후 지금의 수원시와 화성시로 나뉘어 서로 다른 행정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형제처럼 아주 가깝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서로 원수처럼 여기며 지낸 적도 없다. 염태영 수원시장이나 채인석 화성시장 모두 같은 야당 소속이다.

그러나 최근 두 도시 사이에 이상한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수원 직거래장터 참여 제한, 청소년 체험장소 공유 배제, 월드컵 축구대회 유치 지지 서명 불참, 공군비행장 이전 반대처럼 사사건건 서로 발목을 잡고 있다.

마치 한국과 일본처럼 미묘하고 복잡한 반목이 커지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언제부터 왜 그럴까?

발단은 지난해 말부터 갈등의 핵이 된 화성시 광역화장장사업이다.

이 사업은 화성시가 부천·광명·안산·시흥 등 인접 시와 함께 총 사업비 1천212억원을 공동 부담해 화장로 13기, 봉안시설 2만6천440기, 자연장지 3만8천200기 규모로 2017년까지 짓기로 한 종합장사시설 건립을 목적으로 한다.

화성시의 역점사업인 광역화장장은 화장장 부지인 화성시 매송면 숙곡2리에서 2∼3㎞ 떨어진 서수원 주민들이 대대적인 반대운동을 시작하면서 난관에 봉착했다.

우여곡절 끝에 광역화장장과 관련한 개발제한구역관리계획 변경안이 국토부 심사에 올라간 뒤 국토부가 심사에 앞서 수원시에 의견조회를 요청하면서 특히 갈등이 커졌다.

지난 6월 말 수원시는 국토부 의견조회에 "입지선정 과정에서 수원시나 인접 주민과 충분한 협의나 절차 없이 결정됐고, 이 때문에 파생된 갈등조정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았다"며 공식적인 반대입장을 밝혔다.

그때까지 중립적인 자세를 보이면서 아무런 공식입장을 표명하지 않던 수원시의 돌변한 태도에 화성시는 마음이 상했다.

이후 경기도는 이 문제를 해결 짓기 위해 22개 항목에 걸친 최종 입장을 수원시에 요구했으나 수원시는 아직 답변이 없다. 의견수렴 과정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화성시의 마음만 급해지고 있다.

광역화장장 문제로 화성시와 수원시가 대립관계에 접어들면서 두 시는 그동안의 협력관계를 깨고 서로 딴죽을 걸고 나섰다. 피해는 고스란히 두 지역 시민에게 돌아가고 있다.

이미 지난 5월 수원시가 매달 직거래장터를 개설해 화성시 농산물 판매를 지원하자 화성시가 '화성·수원 통합'을 위한 정치적 목적이 의심된다며 화성시 농민의 참여를 막아섰다.

수원시는 화성지역 농축수산업 종사자 300여명이 참여하는 '도시&농촌' 이라는 단체와 협약을 맺고 수원시에서 '도농 자매결연 직거래장터'를 열고 있었다.

그런데 이 장터를 주관하는 단체가 과거 수원시가 제안한 수원·화성·오산 3개 시 통합운동을 했다며 화성시가 문제를 삼고 나선 것이다.

수원공군비행장 이전과 관련한 두 지방자치단체 간 대립도 커질 전망이다.

수원시의 최대 민원사업인 수원공군비행장 이전 사업이 지난 6월 4일 국방부의 최종 승인을 받았고, 이전 후보지로 경기남부 지역이 선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 중 한 곳으로 화성시가 유력하다는 설이 이미 오래전부터 나돌았고, 이때문에 화성시의회는 지난 2월 3일 '수원군공항 화성시 이전 반대 결의안'까지 통과시켰다.

수원시는 비행장이 이전하는 세류동 일대에 첨단과학 연구단지와 배후 주거단지, 문화공원 등으로 구성된 '스마트폴리스'를 조성하겠다는 기대에 부풀어 있다. 군공항 부지를 동북아시아 경제권의 중심지로 개발하겠다는 청사진까지 내놓았다.

그러자 화성시가 재를 뿌리고 나섰다.

채인석 화성시장은 지난 7월 7일 민선6기 1년 기자간담회에서 "수원공군비행장 이전부지로 화성지역이 결정되면 모든 것을 걸고 저항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내보였다.

화성시가 결사항전의 자세로 공군비행장 이전을 반대한다면 수원시가 입을 타격은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화성시는 또 내년도 자유학기제 전면 시행을 앞두고 청소년들이 많은 체험을 할 수 있도록 인접 시군과 특색있는 체험장소를 공유하는 협약을 지난 7월 29일 오산시와 체결했다.

수원시가 많은 체험장소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수원시를 뺀 것이다. 따라서 화성지역 청소년들의 체험범위와 기회는 줄어들 수큼 밖에 없다.

이에 수원시는 한 달 뒤 용인·오산시와 자유학기제 체험처 공유체계 구축을 위한 협약을 체결해버렸다.

최근에는 수원시가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만 20세 이하 월드컵 축구대회(U-20) 수원유치에도 화성시만 비협조적이다.

도내 29개 시군이 2017년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U-20 월드컵 축구대회 수원유치를 지지하는 서명에 참여했지만, 화성시는 빠졌다.

수원시 관계자는 "아무래도 화성광역화장장때문에 화성시가 수원시와는 여러 가지로 불편해하는 것 같다"면서 "화성시가 그렇게 하더라도 수원시의 행정에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화성시 관계자는 "지금은 일이 꼬일 대로 꼬여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어 안타깝다"면서 "우리도 이웃한 수원시와 갈등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경기도가 중재자 입장에서 빨리 갈등을 해결해 주길 바란다"고 도의 역할을 주문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는 "인접 지자체끼리의 갈등은 그 피해가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나아가서는 경기도 전체에 미친다"면서 "서로 조금씩 양보하면서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태그:#수원, #화성, #화장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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