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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 행정에서 SNS를 사용하고 시민들과 더 활발한 소통을 나누는 것이 과연 경제적 이익이나 도시 경쟁력 향상으로 연결될 수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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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정부 정책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부쩍 두드러지는 질문이다. 한정된 재원을 가지고 더 많은 구성원을 만족시켜야 하는 정부 정책의 특성상 당연히 미리 고려돼야 하는 의문이기도 하다.
박원순 시장의 서울시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소셜미디어 활용책 역시 같은 꼬리표를 달고 있다. 시 행정에서 SNS를 사용하고 시민들과 더 활발한 소통을 나누는 것이 과연 경제적 이익이나 도시 경쟁력 향상으로 연결될 수 있을까.
관련 업계의 반응은 '조건부 긍정' 정도다. 다수의 시민이 시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시민과 시가 함께 협치(거버넌스)하는 수준에 도달한다면 상당한 의미가 있겠지만, 그럴 수 없다면 소셜미디어 도입만으로는 큰 효용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결국 관료들과 시민들 사이에 어떻게 더 많은 접점을 만들어서 활발하게 소통하게 하느냐가 관건인 셈이다.
성공사례는 가까운 곳에 존재한다. 지난 2013년 서울시가 공유경제 활성화를 위해 만들었던 웹사이트 '공유허브'다. 서울시가 일부 예산을 대고 세부적인 운영은 비영리 민간 영역에서 맡았다. 공유허브를 이용해 본 공유기업가들은 이런 구조가 이해 당사자와 행정영역 간의 빠르고 다양한 소통을 돕는다고 평가한다.
"시민들 성숙한 토론과 판단 가능하도록 시가 정보 공개해야"소셜미디어의 기본 골격은 수평성과 개방성이다. 아이디만 있으면 누구나 동등하게 콘텐츠를 만들어 배포할 수 있고, 타인이 만든 콘텐츠를 유통시키거나 살을 붙이는 일도 가능하다. 적극적인 참여자가 많다보니 자연스럽게 집단지성을 통한 콘텐츠 개선도 기대해볼 수 있다.
서울시와 박원순 시장이 소셜미디어 활용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더 많은 시민들의 의견과 고민들이 쌓이고 유관부서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면 다층적인 소통을 바탕으로 보다 효율적인 시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특히 박 시장은 서울 시민과 함께하는 '협치'를 여러 차례 강조해온 바 있다.
그러나 이 길이 쉽지만은 않다. 소셜미디어의 기저에 깔려있는 수평성과 개방성 때문이다. 이 두 가지는 광역시 단위의 거대 지방자치 단체에서 쉽게 소셜미디어를 도입할 수 없게 만드는 장애물이기도 하다. 관이 운전대를 잡고 통치해온 전통적인 관료제 사회에 익숙해진 공무원들은 시정에 참여하고자 하는 개별 시민을 단번에 수평적인 동반자 관계로 바라보기가 생경하다.
서울시 공무원들이 일제히 소셜미디어를 사용한다고 해서 시민들의 참여가 바로 생겨나는 것도 아니다. 적절한 유도책이 필요하다. 이삼열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최근 간접민주주의에 대한 갈증들이 많아졌고 IT기술 발전으로 시민이 시정에 참여할 수 있는 경로들도 늘어났지만 그렇다고 해서 시민들의 참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지는 않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사람들이 충분히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고 성숙한 판단과 토론이 가능하도록 시에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등 실질적인 여건들을 먼저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공유경제 플랫폼 '공유허브'... "민·관 협치 모델"
일각에서는 서울시가 그동안 해왔던 사례들을 들어 분야별로 전문성을 갖춘 비영리 단체를 중간에 접목시킨 모델을 해법으로 제시한다. 미디어를 떠나 공무원과 개별 시민이 당장 직접 소통하는 게 어렵다면 비영리 단체가 중간에서 소통장(플랫폼)의 역할을 맡게끔 하면 된다는 발상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서울시 공유경제의 간판 중 하나인 '공유허브' 사이트다. 지난 2013년 문을 연 이 사이트는 초기부터 서울시가 상당 부분의 운영을 민간업체인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코리아(CC코리아)'에 위임했다. 기획과 수정은 서울시와 CC코리아가 수시로 만나 함께 고민한다.
공유허브를 맡은 CC코리아는 사이트에 공유 관련 콘텐츠를 올리고 관련 세미나, 캠페인 등을 진행했다. 공유의 가치와 의미를 보다 많은 시민들에게 쉽게 알린다는 취지였다. 매년 서울시에서 7000만 원 이상의 지원금을 받지만 서울시 정책을 일방적으로 홍보하는 여타의 시 소유 사이트와는 전혀 다른 성격이었다.
그 결과 2014년부터는 실제 공유기업을 운영하는 사람들과 공유경제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찾아와서 일종의 자생적인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유통되는 공유경제 관련 정보들은 거의 공유허브를 거쳐가는 형편이다.
공유허브 출범 관련 실무를 맡았던 송학용 서울시 주무관은 "현재 공유허브의 운영 방식은 민과 관이 협업하고 협치(거버넌스)하는 모델을 고민한 끝에 도입한 것"이라며 "공유경제 자체가 민간 영역의 다양한 아이디어가 반영돼야 살 수 있다고 봤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시에서는 공유 담당이 서너 번 바뀌었는데 사이트 운영자는 안 바뀌었다"라면서 "민간에서 운영하니 소통이나 피드백(응답) 속도도 훨씬 빠른 편"이라고 덧붙였다. 공무원들이 스스로 공직사회 특유의 경직성, 보수성, 정책 지속가능성 등 여러 면을 고려한 끝에 적절한 해답을 찾아낸 셈이다.
공유허브를 이용하는 이용자들도 대체로 만족스러운 반응이다. 공유기업 '열린 옷장'의 한만일 대표는 "시에 얘기하는 것보다는 (공유허브를 통해서 하는 게) 훨씬 부드럽다"라면서 "기업 입장에서 실무적인 차원의 이런 저런 제안을 하는데 근거가 있으면 그런 것들은 바로 적용된다"라고 전했다. 공유허브가 소통 창구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다는 얘기다.
CC코리아는 3년째인 올해부터는 열린 소통장(오픈 플랫폼)으로의 변화를 염두에 두고 있다. 누구나 자유롭게 공유허브에 콘텐츠를 올릴 수 있도록 열린 구조로 사이트를 조금씩 바꿔가겠다는 것이다.
공유허브 운영을 맡고 있는 권난실 CC코리아 매니저는 "초반에는 우리가 시민들을 주도하는 식으로 운영했는데 이제는 다양한 곳에서 공유 활동에 대한 자생적인 움직임들이 있다"라면서 "이용자들이 이곳을 통해 공유경제와 관련한 의견을 자유롭게 주고받을 수 있도록 사이트를 구성해 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