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주는 2015 시즌 '40인 로스터'에 들지 못했다.

이학주는 2015 시즌 '40인 로스터'에 들지 못했다. ⓒ 템파베이 레이스 홈페이지


메이저리그 승격을 노리고 있던 내야수 이학주(탬파베이 레이스)의 꿈이 또다시 멀어졌다. 이학주의 보유권을 갖고 있던 탬파베이는 메이저리그 확장 로스터가 시행되는 9월에 맞춰 부상자 명단에 있던 선수들과 마이너리그 특급 유망주들을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우선 포함시켰다. 그러나 이 명단에 이학주의 이름은 없었다.

마이너리그 정규 시즌은 8월에 끝나는데, 이에 맞춰 메이저리그에서는 9월부터 종전 25명인 출전 선수 명단을 최대 40명까지 확장하여 활용할 수 있다.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마친 특급 유망주들에게 메이저리그 경기에 출전할 기회를 줘 기량을 점검할 수 있는 시기이다. 꼭 40명을 모두 채울 필요는 없으며, 어떤 팀에서는 소수의 인원들만 메이저리그에 부르는 경우도 있다. 산하 마이너리그 팀이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면 유망주들을 부르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 시기에 상위권 팀들은 주로 부상자 명단에 있던 선수들을 복귀시켜 컨디션을 점검하고, 시즌 막판에 지쳐가는 선수들의 컨디션을 조절하기 위해 보다 많은 선수들을 경기에 출전하게 한다. 그리고 최대 40명 중에서 포스트 시즌에 데려가기 위한 25명을 가려내는 시기로 활용한다. 단, 확장 로스터가 시행되는 9월에 새로운 팀으로 이적한 선수는 포스트 시즌에 출전할 수 없다.

탬파베이는 9월 2일(아래 한국 시각) 현재 66승 66패로 시즌 승률 0.500을 기록하고 있다. 시즌을 포기하고 유망주들을 집중 점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탬파베이는 현재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에서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뉴욕 양키스에 이어 지구 3위에 올라 있다. 아메리칸리그 와일드 카드 레이스에서 2위를 달리고 있는 텍사스 레인저스(69승 63패)와의 승차는 3경기 반이다(1위 양키스).

이에 탬파베이는 사실상 포스트 시즌에 도전할 뜻을 보이고 있다. 이번에 확장 로스터로 인하여 새롭게 합류한 선수는 맷 무어, C.J. 리펜하우저, 커비 예이츠(이상 투수), 리치 셰퍼(3루수), 미키 마툭(외야수) 그리고 루크 말리(포수) 이렇게 6명이다.

그런데 여기서 말리는 기존에 40인 보호선수 명단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마이너리그 계약 신분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말리를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넣기 위해서는 기존에 40인 명단에 있던 선수 중의 한 명을 명단에서 빼야 했다. 보통 이럴 경우 시즌이 종료될 때까지 부상 회복이 어려운 장기 부상자 선수들을 40인 로스터와 무관한 60일 부상자 명단으로 옮기는 방법을 쓴다.

그러나 탬파베이는 60일 부상자 명단으로 옮길 장기 부상 선수가 없었다. 이번에 로스터에 합류하는 선수 중 왼손 선발투수 무어는 2014년 2경기 등판에 그친 뒤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 존 서저리)을 받았다. 2015년 7월에 로스터에 합류했다가 투구 감각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서 마이너리그 옵션을 적용하여 잠시 마이너리그에 머물렀다. 하지만, 40인 로스터에 있는 메이저리그 신분이었다. 결국, 이렇게 되면 기존 40인 로스터에 있는 유망주들 중에서 성장이 더딘 선수들이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 그래서 그 대상으로 이학주가 지목된 것이다.

불의의 십자인대 파열, 탬파베이는 기다려줄 수 없었다

충암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007년 시카고 컵스에 입단하여 마이너리그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한 우투좌타 유격수 이학주는 2010년 겨울 선발투수 맷 가르자가 포함된 5:3 트레이드를 통해 탬파베이로 이적했다. 탬파베이에 합류한 이학주는 2011년 더블A에서 0.292의 타율과 33개의 도루를 기록하며 팀 내 유망주 랭킹 2위에 랭크되기도 했다(당시 1위 무어). 2012년에는 도루가 37개까지 늘어났으나 타율이 0.261로 하락하며 다소 더딘 성장세를 보였다.

그리고 이학주는 2013년부터 40인 로스터에 포함되어 메이저리그 스프링 캠프에 정식으로 참가하게 되었고, 트리플A 더램 불스에서 활약했다. 그리고 트리플A에 올라가자마자 타율 0.422를 기록하며 펄펄 날았다. 이대로 페이스를 이어갔다면 늦어도 2013년 9월에는 메이저리그 경기에서 유격수 글러브를 끼고 있는 이학주의 모습을 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학주는 시즌 15번째 경기에서 병살 처리 수비를 하는 도중 불의의 부상을 당했다. 당시 2루수였던 팀 베컴(현 탬파베이 내야수)이 주루선을 따라 그대로 송구하는 바람에 베이스를 밟고 있었던 이학주는 주자였던 트래비스 이시카와(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정면으로 충돌하고 말았다.

이 과정에서 이시카와도 코뼈 골절로 교체되었지만, 이시카와의 태클에 걸린 이학주는 무릎의 전방십자인대가 파열되는 큰 부상을 당했다. 결국, 이학주는 전방십자인대 재건 수술을 받게 되면서 불타는 2013년 시즌을 15경기 만에 접어야 했다.

문제는 이때부터 시작됐다. 수비 과정에서 이동이 잦아 내야 수비 중 가장 힘들다고 평가되는 유격수였기 때문에 이 무릎 부상이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특히 마이너리그 시즌임에도 불구하고 30개 이상의 도루를 해냈던 이학주는 무릎 부상 이후 도루 능력까지 크게 떨어지며 2014년 타율 0.203 12도루에 그쳤다.

2015년 절치부심한 이학주는 무릎 부상 이후 처음으로 20도루 시즌을 만들었다. 그러나 타율은 0.220으로, 크게 좋아지지 못했다. 40인 로스터에 포함되어 있는 마이너리그 유망주들의 경우 시즌 도중 부상 선수들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잠시 메이저리그에 모습을 드러내는 경우도 있지만 이학주에게는 그럴 기회가 돌아오지 않았다.

포스트 시즌을 위해 한 경기 한 경기가 간절한 탬파베이는 이학주가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는 시간을 기다려 줄 여유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선수들에게 우선적으로 기회를 줘야 했고, 이 과정에서 이학주가 희생을 감수한 것이다.

그럼에도, 이학주의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40인 로스터에 합류한 이후 메이저리그 선수 신분으로 3년째 시즌을 치렀던 이학주는 마이너리그 옵션 3시즌이 모두 소진되었기 때문에 일단 지명 할당(Designed for Assignment)을 통해 40인 로스터에서 제외되며 웨이버 공시되었다. 일정 기간의 웨이버 기간에 그를 데려가겠다는 팀이 나타나지 않을 경우 그대로 트리플A 더램 불스에 남게 된다. 만일 웨이버 기간에 이적하게 되어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포함되더라도 올해 포스트 시즌에는 그 새로운 팀에서 뛸 수 없다.

물론 마이너리그에 있던 유망주들이 KBO리그로 온 사례도 있다. 하지만 KBO리그에 가려면 해외파 복귀 제한 규정으로 인하여 2년 동안 공백을 거친 뒤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해야 한다. 이 규정 때문에 정영일(SK 와이번스 지명 후 군 복무 상태)은 독립 리그를 전전하다 KBO리그 드래프트에 참가하기도 했다. 게다가 이학주는 전방십자인대 재건 수술 병력으로 인하여 아직 재검을 실시하지는 않았지만 군 복무로 2년을 보낼 수 있는 가능성도 제한적인 상황이다.

따라서 이학주는 2016년 메이저리그 스프링 캠프에 다시 초청을 받아 메이저리그 진입에 다시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불의의 무릎 부상으로 큰 시련을 겪었지만, 그래도 이학주는 꾸준히 마이너리그 경기에 출전하며 감각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데 최선을 다해왔다. 2016년에는 이학주가 유격수 글러브를 끼고 메이저리그 경기장을 누비기를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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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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