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미세스 캅> 스틸컷

SBS <미세스 캅> 스틸컷 ⓒ SBS


월화드라마의 확고한 강자 SBS <미세스 캅>은 제목답게 학예회에 나간 아이와, 신출귀몰한 범인 사이에서 갈등하는 '엄마' 경찰의 딜레마로부터 시작된다. 엄마로서의 역할과 경찰로서의 역할 사이에서의 위태로운 줄타기는 바로 <미세스 캅>의 정체성이자 화두가 된다.

최영진이 그려가는 '모성'의 확장판

제목은 <미세스 캅>이지만 극중에는 두 명의 여성인 경찰이 등장한다. 자타 공인 서울지방경찰청의 에이스로 강력5팀을 이끌어 가는 팀장 최영진(김희애 분)과 경찰대 출신으로 강력5팀에 자원해 온 신출내기 형사 민도영(이다희 분)가 그 주인공이다. 독특하게도 여성 경찰 두 사람을 내세워 수사 드라마를 만들어 가고 있는 <미세스 캅>의 이야기는 일하는 여성의 새로운 전형을 만들어 가는 중이다.

<수사반장>의 여성판이라고나 할까? 최영진은 '서울지방경찰청 에이스'라는 소개에 걸맞게 뜨거운 심장과 차가운 두뇌를 가진, 산전수전 공중전에 능한 능구렁이 수사팀장으로 그려진다. 범인을 잡는데 있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그 어떤 수사반장 못지 않다. 심지어 범인을 눈앞에 두고, 혹은 범인에게 걸린 현상금을 두고 팀원들과 내기를 하는 여유를 보일 때는 그간 등장한 웬만한 수사반장보다도 노회한 면모를 보인다.

밤샘을 불사하는 경찰 근무에서도 매회 트렌디한 '놈코어룩'(패션계에서, 평범하면서도 신경쓴 듯 센스 있는 스타일을 이르는 신조어-편집자 주)을 선보이며 주인공의 면모를 보이는가 하면, 화장기 없어 보이도록 분장한 얼굴이나 질끈 동여맨 머리로는 '여성'이라는 성 역할을 차치한 그저 경찰로서의 위상을 강화하는 듯 보인다.

그런 최영진의 발목을 잡는 것은 그가 '엄마'라는 것이다. 집안의 가장이자 보호자인 그는 늘 모성과 일 사이의 딜레마에서 고뇌한다. 이것은 최영진의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을 드라마틱하게 살려내는 동시에 '일하는 여성'들의 시대에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하지만 오늘날의 대부분 일하는 여성들이 그러하듯이 최영진의 선택은 '일'일 수밖에 없다.

일에 있어서는 남자와 결코 뒤지지 않을 만큼, 아니 우월하지만, 모성만큼은 결코 무너뜨리지 않는 여성, 이것이 <미세스 캅>이 그려낸 새로운 여성이다. 그래서 비록 현실의 엄마로서 무능하지만 늘 가슴에 딸을 제일로 품고 있는 최영진은 모성을 그의 일의 영역으로 끌어와 풀어낸다.

가출 청소년들의 일에 집착적으로 매달려 그들을 집으로 돌려 보내려고 하고, 살해된 아이의 범인을 찾기 위해 이성을 무너뜨리고 감정적이 되는가 하면, 심지어 무릎을 끓는 것조차 불사한다. '무능한 엄마' 최영진이 가진 모성은, 딸을 돌보는 것이 아니라 딸 같은 아이들이 제대로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가는 일에서 발현된다. 그의 모성은 외연이 확장된 사회적 모성이다.

모든 '편견'을 다 깨지는 못했지만

 SBS <미세스 캅> 스틸컷

SBS <미세스 캅> 스틸컷 ⓒ SBS


그런 면에서 최영진의 캐릭터는 주목할 만하다. 지금까지 드라마들이 아이를 낳은 엄마의 모성을 아이에 대한 집착이나 이기적인 사랑으로만 그리거나 일 때문에 모성을 외면하는 등 모성을 상실한 이기적인 사람으로 그려가는데 반해, <미세스 캅>은 일하는 엄마의 딜레마를 실감나게 그려내면서도 주인공이 가진 모성의 원형을 놓치지 않았다. 심지어 이 모성의 의미를 확장해 그리기까지 한다.

최영진의 못다한 모성에의 논의는 또한 최영진의 책임론으로 전가되어서는 안 된다. 드라마에서 최영진의 못다한 모성은 동생인 남진(신소율 분)의 몫으로 그려지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최영진의 책임이 아니라, 일하는 여성을 품어갈 우리 사회의 몫이라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물론 여기서 '여성'이라면 당연히 '모성'을 가지고 있느냐는 것은 또 다른 영역의 문제다. 숱한 이야기 속에서 '결혼을 한 여성, 아이를 낳은 여성은 당연히 모성을 가지고 있다'는 전제가 등장하는 것은 또 하나의 고정 관념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드라마 속 최영진이 종종 이유를 불문하고 감정적으로 문제를 풀어간다든가, 끝내 눈물을 흘리고야 마는 모습 등은 <미세스 캅>이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여성을 바라보는 '편견'을 넘어서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를 잠시 제쳐두고 본 최영진은, 이 시대의 모성을 두고 논의할 때 생각해 볼 만한 캐릭터다. 김희애라는 배우를 통해 구현되는 더 큰 엄마, 그리고 능력있는 강력5팀장 최영진은 근래에 보기 드문 '멋진 여성'이자 '멋진 사람'의 모습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미세스 캅 김희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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