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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이라고 해서 다 같은 건 아닙니다. 동물에 대한 생각 또한 개개인에 따라 다를 겁니다. 같은 동물을 봐도 그 동물에 대한 호불호는 사람에 따라 다르기 때문입니다. 어떤 동물을 볼 때, 누군가는 먹고 싶다는 표정을 지으며 입맛을 다실 겁니다. 누군가는 징그럽다고 하고, 누군가는 성가신 것으로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필자는 동물에 관한한 뻔뻔할 정도로 겁이 없는 편입니다. 남들이 징그럽다고 하는 뱀도 독사만 아니면 맨손으로 덥석 잡았습니다. 하지만 꾸물꾸물 기어 다니는 벌레들은 지금도 무섭습니다.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는 건 아닌데 온몸이 근질거립니다. 손에 힘이 가고, 몸에 소름이 돋고, 부르르 떨릴 만큼 징그럽습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 하찮은 동물, 미물로도 여기지 않는 곤충들을 보며 뭔가를 배우고 깨닫기도 합니다. 그들이 살아나가는 모습에서 지극한 모성을 보고, 그들이 살아가는 방법에서 지혜를 봅니다. 도리도 보고, 세월도 보고, 생명력도 봅니다.

조선시대 유학자들이 살핀 동물세계<유학자의 동물원>

<유학자의 동물원> (지은이 최지원 / 펴낸곳 알렙 / 2015년 8월 10일 / 값 17,000원>
 <유학자의 동물원> (지은이 최지원 / 펴낸곳 알렙 / 2015년 8월 10일 / 값 17,000원>
ⓒ 알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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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자의 동물원>(지은이 최지원, 펴낸곳 알렙)은 옛사람들이 동물을 살피고 남긴 기록들을 현대적 시각과 가치로 재해석합니다.

선조들이 묘사한 동물세계, 선조들이 동물들을 살피며 거둔 가치, 동물들의 삶에서 깨달은 지혜 등이 가지런하게 담겨 있습니다.

동물에 대한 기록은 장자와 순자, 정조 같은 이와 강희맹, 김성일, 김안로, 박제가, 박지원, 성대중, 성삼문, 신흠, 이덕무, 이수광, 이이, 이익, 정약용, 최한기, 허균, 홍대용 같은 이는 물론 그 이름을 알 수 없는 사람들이 남긴 기록들까지 아주 다양합니다.

기록으로 살핀 동물 중에는 소, 학, 비둘기, 꿩, 제비, 원숭이, 고양이 같은 동물들도 있지만 모기와 꿀벌, 말똥구리와 파리 같은 곤충이나 벌레까지도 있습니다. 아주 특별한 동물들이 아닙니다. 지금이야 동물원에서도 보기 힘든 동물이지만 그때는 생활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었던 동물들입니다.

(족제비는) 벼룩이 온몸을 물면 나무토막을 물고 먼저 꼬리를 시냇물에 담근다. 그러면 벼룩이 물을 피하여 허리와 잔등으로 모여든다. 담그면 피하고 담그면 피하고 하여 차츰 목까지 물속으로 넣는다. 벼룩이 모두 나무로 모이면 나무를 버리고 언덕으로 뛰어오른다. 누가 가르친 것도 본래 언어로 서로 깨우쳐 준 것도 아니다. - <유학자의 동물원> 250쪽

유학자들은 동물의 삶에서 생로병사를 보고 인의예지신은 물론 충과 효도 봅니다. 여왕벌을 살피던 이익은 여왕벌의 역할(산란)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단지 무위도식하는 쓸모없는 왕으로 오해하는 우를 범하기도 하지만 일벌들의 삶에서 충을 봅니다.

조선 선비들이 살핀 동물세계, <유학자의 동물원>에서  읽을 수 있는 동물세계는 깊습니다. 눈으로만 보는 얄팍한 관찰로는 쉬 보이지 않는 깊은 모습이며 살아가는 순리적 지혜입니다. 인간이 짐승과 다른 건 도구를 사용할 수 있고, 습득한 지식을 응용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입니다. 

헛기침이나 하고, 수염을 쓰다듬으며 한껏 양반행세나 했을 것 같은 유학자들 눈으로 살핀 동물은 반상을 가리지 않는 평등함이며 자연의 섭리입니다. 그 옛날, 유학자들이 이런저런 동물을 살피던 자세는 오늘날에도 꼭 필요한, 시공간을 아우르는 삶의 지혜가 될 거라 기대됩니다.

덧붙이는 글 | <유학자의 동물원> (지은이 최지원 / 펴낸곳 알렙 / 2015년 8월 10일 / 값 17,000원>



유학자의 동물원 - 조선 선비들의 동물 관찰기 그리고 인간의 마음

최지원 지음, 알렙(2015)


태그:#유학자의 동물원, #최지원, #알렙, #말똥구리, #족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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