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극장에 관객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시기다. 대자본이 투입된 블록버스터 영화들도 대개 이맘때 개봉해 격전을 치르곤 하는데, 올해도 예외는 아니었다. 뜨거웠던 2015년 여름, 흥행 열기를 제대로 맛본 주인공은 과연 누구일까? 또 기대를 모았지만 막상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받아든 이는 누구일까? 지난 여름 극장가를 키워드를 통해 되짚어 봤다.

[① 14년만에 돌아온 공룡] 최대 승자, 유니버설 픽쳐스

 영화 <쥬라기 월드>의 한 장면

영화 <쥬라기 월드>의 한 장면 ⓒ UPI코리아


올 여름 해 극장가 최고의 흥행작은 단연 <쥬라기 월드>였다. <쥬라기 월드>는 흥행에도 참패한 데다 혹평마저 받은 <쥬라기 공원3> 이후 14년 만에 제작된 속편이다. 때문에 많은 이들은 <쥬라기 월드>가 과연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지 의문을 품었지만, 상상을 초월하는 폭발력으로 전 세계 극장가를 공룡 세상으로 뒤덮었다.

현재까지 <쥬라기 월드>가 벌어들인 총 수입은 미국에서만 6억 4297만 달러, 전 세계에선 무려 16억 달러 이상에 달한다. 덕분에 <쥬라기 월드>는 2015년 세계 최고 흥행작으로 올랐음은 물론, 역대 미국 개봉작·세계 개봉작 흥행 순위에서 <아바타>와 <타이타닉>에 이어 각각 3위에 오르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다만 한국 시장에선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1049만 명),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612만 명),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608만 명)에 이어 외화 흥행 4위(605만 명)를 기록, 세계적인 흥행에 비해 살짝 아쉬운 성적을 남겼다.

그런가 하면 애니메이션 <미니언즈>는 스핀오프(이미 존재하는 드라마나 영화 등의 설정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새로운 이야기. <미니언즈>의 경우 앞서 제작된 <슈퍼배드> 시리즈의 스핀오프다-편집자 주)라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되레 본편의 인기를 능가하는 대성공을 거두며 올 여름 또 다른 승자가 됐다. (미국 수입 3억24757만 달러/세계 수입 10억 달러 이상/한국 관객 258만 명)

덕분에 이들 영화를 배급한 유니버설 픽쳐스는 올해 가장 성공적인 영화사가 됐다. 총 매출만 57억 달러 이상을 올리며 업계 라이벌 소니와 20세기 폭스 등을 제치는데 성공했다. 또 다른 배급작인 <분노의 질주 : 더 세븐>,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등이 줄이어 인기를 얻은 덕분에 유니버설 픽쳐스는 최근 2년간의 부진을 털어내는데 성공했다.

[② 마블 vs 마블] 상반된 성적표

 영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한 장면

영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한 장면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지난 5월 개봉한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세계 수입 14억 달러 이상)에 이어 7월 선보인 <앤트맨>(한국 9월 개봉)이 미국 시장에서 인기를 얻으며 영화제작사 마블 스튜디오는 여전히 막강한 위력을 발휘했다.

반면 20세기 폭스가 제작한 또 다른 마블 히어로물 <판타스틱 4>는 관객들의 외면과 평단의 혹평 속에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들고 말았다. (미국 수입 5274만 달러/세계 수입 1억4624만 달러/한국 관객 39만 명) 올해 들어 소니 픽쳐스가 만들던 <스파이더맨>이 결국 마블의 품으로 돌아온 걸 감안하면, 20세기 폭스로선 내년 선보일 <데드풀>을 반드시 성공시켜야 하는 큰 부담을 떠안게 되었다,

[③ 명가의 위용] 픽사는 죽지 않았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의 한 장면

영화 <인사이드 아웃>의 한 장면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토이 스토리3> 이후 어정쩡한 행보를 보여주던 픽사가 간만에 이름값을 톡톡히 해냈다.  <인사이드 아웃>은 역대 픽사 작품 중 한국 시장 최고 흥행작(관객 494만 명)을 기록했고, 미국과 해외 시장에서도 각각 3억4451만 달러와 7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이는 인기를 얻었다. 올 연말에는 신작 <다이노서>를 선보일 예정이라 또 한 번 픽사의 열풍이 불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④ 참혹한 터미네이터] 아일 비 백? 흥행은 같이 오지 않았네

 영화 `터미네이터:제니시스`의 한 장면

영화 `터미네이터:제니시스`의 한 장면 ⓒ 롯데엔터테인먼트


"아일 비 백"(I'll Be Back)이라는 유행어를 낳은 <터미네이터> 시리즈. 아놀드 슈워제네거의 귀환, 한국 톱스타 이병헌의 출연으로 관심을 모은 신작 <터미네이터: 제니시스>는, 그러나 실망 그 자체였다. 한국에선 324만 명을 모으며 그런대로 이름값을 해냈지만 본토인 미국과 해외 시장에선 참혹한 결과를 내고 말았다.

미국에선 고작 8938만 달러 수입을 올리는데 그쳤고, 세계 시장에선 총 4억 달러를 간신히 벌어들였다. 순수 제작비가 1억 5천만 달러 이상이었음을 감안하면 사실상 실패로 봐도 무방하다.

[⑤ 쌍끌이] 최동훈과 류승완, 한국 영화계를 견인하다

 <암살> 천만 관객 돌파를 자축하며 투자배급사 쇼박스 측이 16일 배우 전지현, 조진웅, 최덕문 그리고 특별 출연한 조승우의 사진을 공개했다.

<암살> 천만 관객 돌파를 자축하며 투자배급사 쇼박스 측이 지난달 16일 배우 전지현, 조진웅, 최덕문 그리고 특별 출연한 조승우의 사진을 공개했다. ⓒ 쇼박스


한편 우리 영화계에선 2편의 '천만 영화'가 등장하면서 전반기 한국 영화의 부진을 만회했다. 지난 7월 22일 개봉한 최동훈 감독의 <암살>은 초호화 캐스팅, 광복 70주년이라는 호재가 맞물리면서 무려 12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모으며 지난달 28일에는 역대 한국 영화 흥행 8위에 올라서기도 했다.

이보다 2주 늦게 선보인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 역시 만만찮은 인기를 얻으며 한국 영화의 힘을 보여줬다. 류 감독 특유의 호쾌한 액션을 통해 악행을 저지르는 재벌을 심판하는 모습이 관객의 공감을 자아내면서 1100만 명 이상을 극장으로 불러내는데 성공했다.

[⑥ 울상이 된 두 남자] 이병헌과 류승룡, 올해는 "아..."

 영화 `협녀, 칼의 기억`의 한 장면

영화 `협녀, 칼의 기억`의 한 장면 ⓒ 티피에스 컴퍼니


지난 2012년 1231만 관객을 모은 <광해, 왕이 된 남자>의 두 주역 이병헌, 류승룡의 신작들은 나란히 쓴 맛을 보고 말았다. 지난해 개인사와 얽힌 스캔들로 비난을 받았던 이병헌은 <협녀 , 칼의 기억>으로 재도약을 꿈꿨지만, 결과는 암울했다. (관객 48만 명) 또 다른 천만 영화 <7번방의 선물> 류승룡 역시 스릴러물 <손님>으로 새로운 도전에 나섰지만 82만 관객 동원에 그치며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blog.naver.com/jazzkid)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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