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만화 중 하나로 꼽히는 <슬램덩크>에는 '각각의 재능이 뭉쳐 하나로 모일 때 팀으로서 강해진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것은 바로 넥센 히어로즈가 육성 시스템에서 지향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선수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고자 하는 히어로즈의 '화수분 야구'의 면모를 알아보기 위해 지난 8월 16일 화성 히어로즈(넥센히어로즈 2군)를 찾았다.

화성 히어로즈의 탄생

화성 실내연습장                       화성 실내연습장의 바깥모습이다.

▲ 화성 실내연습장 화성 실내연습장의 바깥모습이다. ⓒ 강윤기


넥센은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전라남도 강진의 '강진 베이스볼 파크'에서 2군 훈련을 해왔다. 아무래도 강진은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져 있기에 숙소생활을 하는 관계로 선수들의 운동량이 많았다. 그리고 운동장이 4면이다 보니 훈련 공간이 넓다.

그러나 시합을 진행할 때는 경기장 정비상황이 열악해 선수들이 집중하기에 조금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또한, 오랜 기간 타지 생활을 하다 보면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쌓이는 단점이 있다. 이를 극복하고자 넥센의 수뇌부는 고민 끝에 화성시와 계약하며 2013년 9월 26일 손을 잡고 화성 베이스볼 파크를 짓기로 했다. 또한, 팀 명을 '화성 히어로즈'로 변경하며 지역 밀착을 위해 노력했다.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본 '설까치'
설종진 넥센 히어로즈 2군 운영팀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히어로즈의 경우 2008년 설립되어 3~4년은 야구단의 유지 및 안정화를 위해 힘써왔고 본격적인 넥센의 팀 컬러 구성을 위해 3년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향후 넥센의 과제는 세대교체다. 강정호(피츠버그)의 경우 이미 메이저리그에 진출하였고 박병호의 경우 올 시즌이 끝나면 메이저리그 진출 여부가 결정된다. 유한준, 이택근 손승락이 올 시즌이 종료되면 FA 자격을 취득하기 때문에 세대교체를 위해 화성에서 어린 선수들이 많은 발전을 해야 한다."

야구계에는 "한 팀의 수장이 바뀔 경우 선수 파악에만 3년 정도 걸린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직접 선수를 살펴보고 평가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팀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코치들이 감독이 되면 선수 파악을 수월하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걸 가장 잘 아는 이장석 대표는 세간의 예상을 뒤엎고 2012년 10월 10일 작전과 주루를 맡았던 염경엽 코치를 넥센의 3대 감독으로 선임했다.

2군 코칭스태프 또한 구단의 장기 비전에 맞는 사람들로 배치하였다. 선수들의 실력과 인성을 키우기 위해 20년 넘게 한 팀에서 묵묵히 달려온 김성갑 감독을 2군 감독으로 임명했다.

넥센 훈련의 비밀, 그것은 '소통'

 따사로운 햇살에 어린 영웅들의 유니폼이 바삭바삭 마르고 있다.

따사로운 햇살에 어린 영웅들의 유니폼이 바삭바삭 마르고 있다. ⓒ 강윤기


웨이트훈련장                    웨이트 트레이닝 훈련장

▲ 웨이트훈련장 웨이트 트레이닝 훈련장 ⓒ 강윤기


야구계에서 넥센에 대해 가장 흥미롭게 바라보는 부분은 벌크업(웨이트 트레이닝 훈련)이다. 선수들의 몸이 근육질로 변하면서 몸에 힘이 붙어 타구를 보다 빠르고, 멀리 보내고 있다. 그 결과 넥센은 타격의 팀으로 변모했다.

이러한 결과물은 운영팀과 코칭스태프 그리고 트레이닝 파트가 함께 힘을 모아 얻어낸 결과다. 2군 운영팀과 트레이닝 파트는 한 달에 한 번씩 전 선수들을 체크 한 후에 이장석 대표에게 직접 보고를 한다. 또한, 선수들의 몸 상태는 1군 코칭스태프에게도 공유되어 함께 체크하도록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다.

이와 관련해 설종진 팀장은 "지금 현재 1월부터 매달 근력 측정을 통해 몸을 체크하고 있다. 몸 상태 확인 후에 체중이 빠진 경우면 단순히 체중이 빠졌다고 하고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훈련 양이 많은 것인지, 혹은 영양 섭취가 불균형이 일어났는지, 아니면 웨이트트레이닝 훈련량이 적었는지 각 파트와 서로 의견 조율을 통해 피드백하고 있다. 김성갑 감독의 말을 들어보자.

"2군 환경이 정말 좋아졌다. 투자도 체계적으로 되어 웨이트훈련장 및 실내연습장 등이 상당히 좋아졌다. 그리고 내가 처음 코치 생활을 시작한 1990년대에 비교하면, 지금은 인터넷이 발달되어 선수들이 스스로 찾아서 공부를 많이 한다."

단점보단 장점을 키우는 '히어로즈 시스템'

김성갑감독                넥센의 어린 영웅들을 지도하는 김성갑 감독

▲ 김성갑감독 넥센의 어린 영웅들을 지도하는 김성갑 감독 ⓒ 강윤기


넥센에게 있어 아쉬운 점은 토종 투수다. 투수진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소리를 듣는다. 넥센 또한 이러한 부분을 잘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2군에서도 투수를 키우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설 팀장은 "피칭 비디오를 찍어서 바로바로 올린다. 신인들의 경우는 기존 선수들에 비해 근육이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어깨 트레이닝을 통해 근력을 많이 만들어 놓고 투수훈련을 한다. 무조건적인 피칭은 독이라 생각한다"면서 말을 이어 나갔다.

"급히 1군 무대에 올렸다가 난타당하면 자신감을 잃어버릴 수도 있기 때문에 최대한 실력이 되었을 때 1군에 등록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본다."

김성갑 감독의 생각도 이와 다르지 않다.

"어린 선수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아는가? 바로 정신적인 강인함이다. 흔들리지 말라고 한다. 특히 투수들의 경우 안타까운 부분이 있다. 아무리 기량이 있어도 주눅이 들어 버리면 그대로 끝이다. 연습할 때는 좋은 공을 가지고 있어 씩씩하게 공을 던지는데 1군 마운드에 올라가면 선수들이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한 경우가 있다.

이러면 마운드에서 타자와 싸워나갈 수가 없다. 시합 끝나고 에러, 미스 플레이 하는 것은 절대 지적하지 않는다. 하지만 본인 스스로 보여줘야 할 부분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그 부분에 대해선 강하게 지시하는 편이다.

수많은 관중과 앰프 소리, TV 중계, 수준급 외국인 선수들이 공을 던지는 것, 이런 요인들 때문에 긴장해서 자기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그 선수는 1군에 있을 수가 없다. 패기 없는 모습을 보이면 1군 코칭스태프가 이미 기회를 주지 않는다. 그렇기에 강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팀별로 65명의 등록선수 중에 1군 엔트리에 속하는 선수는 27명뿐이다.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기만의 장점이 있어야 한다. 1군에서 살아남기 위해 개개인의 장점을 깨우치게 하는 것이야말로 육성 코치들의 의무이다. 또한, 넥센의 경우 2군 무대에서 선수들을 끝까지 풀타임으로 출전시키는 경우도 있다. 2군에서 풀타임을 경험해보는 것 또한 큰 자산이 된다고 본다. 시즌 100경기가 넘는 많은 경기를 소화하면서 선수들 스스로 경험하고 느끼게끔 성장을 유도 하는 것이다.

넥센의 선수 육성방식에서 주목할만한 점은 코칭스태프의 '장점을 보는 눈'이다. 일반적으로 장점보다는 단점을 많이 보게 된다. 그렇지만 이제는 시대의 요구가 점점 장점을 봐야 한다는 쪽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1군 염경엽 감독 또한 감독보다도 선수의 장점을 보려고 노력한다.

염 감독의 경우는 정규시즌의 개인 기록 또한 상당히 중시한다. KBO 리그에서 한 포지션에서 최고를 달리는 것이 선수의 가치이며, 그렇게 가치를 만드는 것이 감독의 역할이라고 믿는다. 그 믿음 때문일까? 투수들과 야수들에게 각각의 역할을 부여하고 최고로 이끄는 점이야말로 염경엽 감독의 확고한 철학이라고 볼 수 있다.

 박병호

박병호 ⓒ 넥센


2군도 역시 롤모델을 정해놓고 선수생활을 하도록 유도하여 철저하게 분업화한다. 홈런타자가 될 것인가? 아니면 안타 치고 도루하는 선수가 될 것인가? 혹은 수비를 중시할 것인가? 즉, 자기가 가진 장점을 키우는 것이 히어로즈 시스템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김성갑 감독은 '선수들 스스로 자기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부분을 찾게 하는 것이 내 임무'라고 늘 말한다.

장점을 찾고자 하는 시선을 가진 것은 이장석 대표 또한 마찬가지이다. 2016년 신인 2차 지명에서도 발전 가능성이 높은 고졸 투수 위주로 지명을 행사한 이장석 대표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무분별하게 폼을 교정 하는 것이다. 나쁜 것을 뜯어고쳐서 성공하는 선수도 있지만, 장점을 부각시켜서 성공하는 선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정답은 없다.

넥센의 경우는 일단 지켜본다. 십 년 이상 야구를 한 선수이고 최상위 지명을 받은 선수는 훌륭한 장점이 있다고 본다. 단점이 있다면 이미 아마추어에서 수차례 지적받았을 확률이 높다. 프로에 와서 1~2년 사이에 단점을 고치기란 쉽지 않기 때문에, 상위 지명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가 된 그만의 '장점'을 키워 주려 노력하는 것이다.

보스턴과의 전략적 파트너십

화성히어로즈                   2군선수들이 몸을 푸는 모습

▲ 화성히어로즈 2군선수들이 몸을 푸는 모습 ⓒ 강윤기


보스턴 레드삭스는 1901년에 창단한 유서 깊은 구단이다. 특히 2004년 뉴욕양키스와의 ALCS(아메리카리그챔피언십)에서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초의 리버스 스윕(3연패 뒤 4연승)으로 월드시리즈에 진출하여 세인트루이스를 꺾고 밤비노의 저주(베이브 루스의 저주)를 깨트린 것은 매우 유명하다.

명문구단 보스턴과 넥센은 2014년 1월 6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보스턴은 아시아의 프로야구팀과 파트너십을 체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넥센이 가장 눈여겨본 보스턴의 시스템은 바로 팜 시스템(메이저리그 팀 산하의 마이너 리그 팀에서 유망주를 키우는 것)이었다.

보스턴과의 파트너십은 넥센의 시스템에도 영향을 줬다. 설 팀장은 "조직 체계가 좀 바뀌고 있다, 1군과 2군을 독립시켰다"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1군은 시합 위주로써 경기에만 집중하도록 여건을 만들고, 선수 육성과 스카우트의 경우는 프런트가 팀의 방향을 잡고 설계한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넥센 이장석 대표는 미국 메이저리그 수뇌부처럼 적극적으로 구단 운영을 한다. 구단 목표뿐 아니라 매해 신인지명 현장에서 직접 진두지휘를 하고 또한 트레이드, FA 영입 등 굵직한 현안마다 이 대표가 최종 결정을 내린다.

또한, 이 대표는 코칭스태프와의 충분한 소통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현장 야구에 개입하지 않는 선에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첫 해외 전지 훈련지 대만

넥센 2군은 2013년 대만으로 처음 해외 전지훈련을 다녀왔다. 설 팀장은 "처음에는 동기 부여를 위해 가게 되었다, 우리 구단이 2군도 관심을 가지고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을 선수들이 알게 됐다"라며 "22명을 데리고 갔는데 선수들 실력이 굉장히 향상되었다"라고 말했다.

"6일 훈련에 하루 휴식으로 일정이 진행되었다. 놀랄 정도로 정말 많이 훈련했다. 일요일에는 사회인 야구팀이 운동장을 사용하므로, 6일 훈련 1일 휴식이라는 고된 일정을 소화했다. 보다 야구를 더 잘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동기부여를 주다 보니 상당히 열심히 했고, 실력도 많이 올라왔다."

2군도 훈련 장소를 대만처럼 따뜻한 곳으로 정해야 하는 이유는 하나다. 바로 부상에 대한 염려 때문이다. 특히 투수들의 경우는 추우면 공을 던질 수가 없다. 어깨의 경우는 그나마 괜찮아도 손가락이 추우면 굳게 되어 공을 던질 수가 없다. 넥센의 경우 2군에서는 시합 때 도 100개 이상 투구를 하지 못하게 한다. 최대한 90개 정도를 투구한다. 선수 부상의 염려 때문이다. 더불어 혹사는 선수 생명을 단축한다.

넥센의 경우 구단 비전은 어찌 보면 단순하다. 1군은 '시합을 나가는 팀' 2군은 '선수를 만드는 곳'. 이 단순한 명제를 가지고 오늘도 화성에 있는 선수들은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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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히어로즈 이장석 염경엽 김성갑 설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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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KU, 스포츠 야구 전문기자 , 강윤기의 야구 터치 운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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