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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고창의 한 고교생이 여교사 5명을 상대로 '몰래카메라' 촬영을 한 게 알려지면서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그런데 해당 학교와 전북교육청은 피해 교사들에 대한 최소한의 심리적 지원 방안도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1일 전북경찰청 여성청소년과는 이번 사건에 대해 수사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 제1항은 다른 사람의 신체 부위를 카메라를 통해 촬영하고 유포하는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해놨다.

이번 사건을 학교가 인지한 것은 지난 8월 24일, 몰카 촬영을 한 용의자 A학생(1학년)의 동급생들이 학생부에 알린 것이 계기가 됐다. A학생은 지난 7월부터 여교사 5명에게 수업시간에 질문을 하고 휴대전화로 몰래 치마속을 촬영하는 방식으로 사진을 찍었다.

그러나 학교는 이 행위를 즉각 교육청과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 학교는 사건을 인지하고 이틀이 지난 8월 26일 선도위원회를 구성해 사건을 수습하고 난 뒤 도교육청에 보고했다. 도교육청 중등교원인사과 관계자는 "8월 27일 학교장이 직접 도교육청을 방문해 이야기했다"라면서 "교권보호위원회를 열어야 한다는 뜻을 전달했다"라고 말했다.

해당 학교는 뒤늦게 8월 28일 교권보호위원회를 열었다. 위원회 결과 용의자 A학생에 대해서는 전학 조치를 내리고, 피해 교사들 중 원하는 이들에 대해서 병가를 내고 후속치료를 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그러나 교권보호위원회 결정 사항 중 하나인 후속치료는 현재까지 이행되지 않았다. 전북인터넷대안언론 <참소리>가 취재한 결과, 사건이 인지된 지 1주일이 지난 현재까지 최소한의 심리적 치료 지원도 이뤄지지 않았다.

전북교육청 중등교원인사과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교원상처치료시스템이 있는데, 기본적으로 정신과 상담을 받아야 한다, 진료기록이 남기에 본인이 원할 경우에만 한다"라면서 "곧 면담을 진행해 (피해자가) 원한다고 하면 바로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학교·교육청, 이 사건 심각성 제대로 인식하고 있나"

전북교육청이 이 사건을 보고받은 것은 지난 8월 24일. 그러나 그로부터 5일이 지난 현재까지 전북교육청은 자체 조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전북교육청 중등교원인사과 관계자는 "학교로부터 교권보호위원회 결과를 8월 31일에 받았다, 1일부터 보고서를 검토하고 면담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기자는 "진료 기록이 남는 정신과 치료가 아니라 성폭력상담소와 연계한 상담은 가능한 것이 아닌가"라고 물었다. 이에 이 관계자는 "성폭력상담소에서 상담을 해야 하는 건지 판단이 어렵다"는 대답을 내놨다.

전북교육청의 이런 반응에 황지영 전북성폭력예방치료센터 소장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황 소장은 전북교육청이 이 몰카 촬영 사건을 심각한 사안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듯하다고 진단했다.

"사실 상담 여부는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심각 문제는 학교가 이 사안을 심각하게 다루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사안을 심각하게 받아들였다면, 피해교사들에게 상담을 권했을 것이다. 그저 남학생들의 장난 정도로 생각하고, 성폭력으로 바라보지 않은 것이 아닐까 의심된다. 2차 피해는 이런 상황에서 발생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 사건에서 '교사'와 '학생'이라는 틀만 거둔다면 10대 남성이 20, 30대 여성의 신체 부위를 촬영한 게 된다. 일반적인 몰카 성범죄와 같다. 그렇다면 교권침해로만 접근할 것이 아니라 범죄라는 인식을 학교와 교육청이 해야 한다. 교권침해 중에는 범죄가 아닌 것도 있지만, 성폭력은 범죄다. 이것에 대한 대처방법을 시스템적으로 갖춰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북인터넷대안언론 참소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성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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