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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측 대표인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홍용표 통일부 장관, 북측 대표인 김양건 당 비서와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오른쪽부터)이 지난달 25일 오전 판문점에서 '무박4일' 마라톤 협상을 마치고 악수하고 있다. 2015.8.25 << 통일부 제공 >>
 우리측 대표인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홍용표 통일부 장관, 북측 대표인 김양건 당 비서와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오른쪽부터)이 지난달 25일 오전 판문점에서 '무박4일' 마라톤 협상을 마치고 악수하고 있다. 2015.8.25 << 통일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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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5 합의의 의의와 한계

8.25 '남북 고위 당국자 접촉 공동 보도문'(북측 표현은 '북남고위급긴급접촉 공동보도문') 발표 후 일주일이 지났다. 그 사이 남북한은 준전시 상태를 해제하고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 실무 접촉을 추진하고 있다.

고무적인 현상이다. 광복 70주년을 맞은 지난 8월이 군사적 충돌로 얼룩지는 것은 두 분단정권이 연출한 각종 광복, 통일 이벤트에 먹칠을 하는 일이었다. 군사적 충돌을 중지하는 협상에서 이산가족 상봉과 같은 인도적 문제 해결, 민간 교류 활성화를 포함한 것은 기대 밖이었다.

하지만 '2+2회담'에서 군사적 충돌 방지와 긴장 완화를 위한 조치가 적극 다뤄지지 않은 점은 한계로 지적할 수 있다. "남과 북은 남북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당국자 회담을 서울 또는 평양에서 빠른 시일 내에 개최하"기로 한 것에 남북 군사 회담이 포함됐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8.25 합의가 군사적 충돌이 전쟁으로 비화되는 것을 차단하는 성격이 일차적이라면 합의의 전면에 긴장 완화와 군사적 신뢰 구축이 향후 남북 회담의 주요 의제라는 점을 뚜렷이 하지 않은 점은 합의의 한계를 넘어 남북 관계의 현 주소를 말해주는지도 모른다.

이번 남북 고위 당국자 접촉을 두고 설왕설래가 적지 않다. 특히 협상 방식을 두고 그렇다. 협상 시간이 무박 4일 43시간여, 협상 방식이 최고 지도자의 감독 하에 협상단의 재량이 허용되지 않고 소위 양면게임(two-level game)이 반증되는 양상을 보였다. 그러다 보니 홍용표 장관을 제외하고는 70대에 가까운 세 사람의 건강이 걱정됐을 정도여서 향후 남북회담 협상단은 체력을 기준으로 꾸려야 할 것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2+2 회담' 자체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지난해 10월 인천 아시아게임 폐막식에 황병서, 김양건이 최용해와 함께 남에 내려왔을 때 우리 측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이들과 회담한 바 있다. 남북 관계가 대립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는 상태에서 양측 최고 지도자의 최측근이 회담 대표로 직접 나서는 방식이 효율적인 점도 있지만 기 싸움, 정치적 고려 등으로 쉽게 성사되기 어렵고 원활한 진행과 협상 자율성이 제약받는 문제도 적지 않다.

이런 협상단 구성은 이명박 정부 이후 남북 회담 대표의 '격'이 표면적인 이유이지만, 기존 남북 회담과 관련 합의에 구애받지 않고 새 정권에 의한 새로운 회담 방식과 합의를 끌어내려는 의지가 반영돼 있다. 현 남북 정권이 기존 남북 간 4대 합의를 상기하거나 준수, 이행하려는 의지는 찾아보기 어렵다. 4대 합의는 7.4 남북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 6.15 공동선언, 10.4 남북정상선언을 말한다. 말하자면 8.25 합의는 남북 관계의 연속성을 바탕으로 현 남북 정권 간 새로운 남북 관계의 장을 여는 디딤돌 역할을 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향후 남북 대화 전망과 변수

북측 김양건 당 비서, 남측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북측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남측 홍용표 통일부 장관(왼쪽부터)이 지난달 25일 오전 판문점에서 '무박4일' 마라톤 협상을 마치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2015.8.25 << 통일부 제공 >>
 북측 김양건 당 비서, 남측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북측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남측 홍용표 통일부 장관(왼쪽부터)이 지난달 25일 오전 판문점에서 '무박4일' 마라톤 협상을 마치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2015.8.25 << 통일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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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상태에서 8.25 합의 이행은 추석 맞이 이산가족 상봉 행사까진 무난할 것이다. 그 이후 남북 관계가 개선의 방향으로, 나아가 발전의 길로 전환할지는 이산가족 상봉의 정례화와 당국자 회담의 성사 여부에 달려 있다.

이산가족 상봉의 정례화는 8.25 합의의 제5항에 암시돼 있고 우리 정부가 우선으로 추진하는 과제다. 자연사 등 이산가족 당사자들의 축소, 인도주의 우선성 원칙과도 직결된다. 남북이 지속적인 상봉에 합의한 만큼 인도주의 구현을 통해 신뢰 구축과 관계 개선을 추구할 것을 기대한다. 앞으로 열린 남북 당국자 회담에서 양측은 이산가족 상봉의 정례화를 우선 논의해 당사자들은 물론 화해와 협력을 기대하는 겨레의 열망에 부응해야 할 것이다.

남북 당국자 회담 개최 여부 및 회담 성격은 향후 남북 관계의 '제1풍향계'로 작용할 것이다. 회담 대표의 격(格) 문제로 회담 개최가 불투명하거나 부적절한 의제 및 회의 진행으로 회담이 결렬될 경우 광복 70주년 남북관계는 박근혜-김정은 시기를 넘어 영구 분단 체제를 예고할지도 모른다. 다만, 김정은 정권의 전방위 국제적 고립 탈피, 특히 중국과의 관계 개선과 박근혜 정권의 대북 정책 치적 만들기 및 국내 정치적 지지 제고를 위해 남북 정권 모두 이번 대화 국면을 쉽게 포기할 필요는 크지 않아 보인다.

북한은 지속적인 국제 제재와 함께 지난해 이후 식량 부족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정부 통제 밖의 시장화 현상이 달러화, 민영화 현상으로 확산될 경우 북한 체제의 사회 경제적 기반이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북한은 물론 중국에도 유리하지 않을 것이고, 여기에 북중 양국의 관계 개선, 특히 중국의 대북 경제 지원 확대로 북한 정부의 사회 통제력 강화가 요청된다고 볼 수 있다.

북중 관계 개선을 위해 김정은 정권은 우선 중국의 우선 관심사인 한반도 정세의 안정에 기여할 남북 대화에 나서야 한다. 집권 후반기에 들어선 박근혜 정부도 신뢰 프로세스, 드레스덴 구상 등을 구체화해 대북 정책에 성과를 내려면 남북 대화가 필수적이다. 또 각종 경제 정책과 야당과의 소통 등 대내적 사안으로부터 국정 지지도를 회복하는 데 한계를 보이고 있어 남북 관계 개선이 대안으로 떠올랐는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남북 당국자 회담이 열리면 개성공단 확대, 신경제협력사업 모색,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민간교류 활성화 등 가능한 분야부터 논의하면 회담을 이어갈 수도 있을 것이다. 적어도 내년 초, 그러니까 남한 기준으로 최소한 4월 총선까지 남북 대화가 이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전망은 북한의 도발, 한미합동군사연습, 휴전선에서의 우발적 사고 등 넘어야 할 산이 첩첩이어서 낙관하기는 힘들다. 남북 당국자 회담이 정치·군사적 신뢰를 우선 관심사로 다루고, 조건이 무르익으면 국방장관 회담 개최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남북 관계 개선 방향과 협상 전략

앞으로 남북 관계 개선 방향은 미래지향적이고 호혜적으로 접근하고, 남북 당사자 원칙 하의 평화 구축을 논의해 나가야 한다.

미래지향적이라는 점은 향후 남북관계가 지난 시간 상호 대결과 비방을 초래한 사안들로부터 발목이 잡혀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천안함 사건으로 이명박 정부가 발표, 시행해 온 5.24 대북 제재 조치가 전향적인 남북 관계의 훼방꾼이 될 필요가 없다.

현 남북한 집권 세력은 천안함 사건과 5.24 조치의 직접 당사자가 아닐뿐더러 5.24 조치의 효력이 중단된 지 오래다. 남북은 당국자 회담 등을 통해 새로운 협력 사업을 도출해 남북관계를 진전해 나가야 한다. 이때 기존 4대 합의의 발전적 승계 혹은 창조적 재구성 작업은 박근혜-김정은 시기의 남북 협력의 성과로 기록될 것이다. 예를 들어 경의선 복원 사업, 개성공단 확대 및 신 남북경제특구 제정, 자원 공동 개발 사업 등 많은 프로젝트가 가능하다.

둘째, 호혜적 접근은 전쟁까지 치른 쌍방의 입장과 상호 관계를 감안할 때 매우 중요한 태도로, 상호주의로 불리기도 한다. 8.25 합의는 물론 기존 남북 간 모든 합의는 상호 이해가 동시에 반영됐기에 가능했다. 그 바탕 위에 남북 관계의 발전이 보장된다. 가령, 이산가족 상봉이 인도주의를 구현하는 사업이지만 이에 대한 이해 관계가 북보다 남이 더 크다고 본다면, 북한의 협조를 유도해내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오는 10월 10일 노동당 창건일 기념 행사를 전후로 한 북 도발 가능성이 남북 대화 지속의 관건으로 보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런데 북에 대한 선제 공격을 배제하지 않는 작전 계획이 한미 군당국 사이에 합의됐고, 이를 군사 연습에 반영할 경우 북에 대한 도발 중단 요구는 현실 가능성이 적을 것이다. 안정적 경제 활동과 남북 주민의 안전이 남북 당국의 제일 공통 관심사라는 점에서 무엇보다 오는 남북 당국자 회담에서는 정치 군사적 신뢰 구축 방안을 주요 의제로 삼고, 거기에 인도주의와 민간교류 활성화를 논의하면 좋을 것이다.

셋째, 남북 관계를 대결에서 대화로 전환하고 남북 대화를 지속하려면 북핵 문제와 평화 체제 논의를 남북 회담에서 다루지 않으면 안 된다. 8.25 합의에 이런 점을 담지 않은 것은 회담의 긴급성을 감안할 때 불가피한 일이었다.

그러나 합의 제1항대로 남북 당국자 회담이 개최될 경우 비핵화와 평화 체제 논의는 비켜가기 어려울 것이다. 물론 이 문제는 남북만의 논의로 결정될 수 없는 국제적 관심사다. 적어도 6자회담 참가국들의 논의, 특히 미국과 중국과의 협의가 필수적이다. 중국 전승절 기념 행사에서 한중 정상회담, 이후 미중 정상회담 등 관련국 간의 긴밀한 협의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체제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

북한의 3차 핵실험을 전후로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 주장, 미국과 핵 군축회담 제의 등은 6자회담을 포함한 기존 비핵화 논의의 틀을 재검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때 우리는 10.4 남북 정상 선언에서 다룬 바와 같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에 남북 당사자 원칙을 관철해 이 문제를 남북 대화에서 협의해 나가야 한다.

남북한 고위급 회담 타결을 속보로 보도하는 CNN 뉴스 갈무리.
 남북한 고위급 회담 타결을 속보로 보도하는 CNN 뉴스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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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야 박근혜 정부의 대북 정책은 국내 지지를 극대화할 수 있고, 남북 간 합의와 이행의 힘을 모을 수 있다. 또 한국과 관련국 간 협력이 증진될 수 있다. 여기에 위에서 언급한 호혜성 원칙을 결합해 우리 정부가 북한의 협조를 이끌어 낼 방안을 개발해야 한다.

이상의 남북 관계 개선 방향성을 반영해 협상 전략을 생각해 보자. 먼저, 의제 면에서는 8.25 합의에서 명시한 이산가족 상봉, 민간 교류는 물론 정치 군사적 신뢰 구축 방안도 다뤄야 한다. 물론 우선은 낮은 수준, 현 상황에서 쌍방이 수용 가능한 범위에서 다뤄야 한다. 그 내용은 남북기본합의서와 화해, 불가침 부속합의서를 원용·응용할 수 있을 것이다.

군사적 신뢰 구축과 관련해서는 북측과 유엔사령부의 대화와 남북 군 당국자 대화의 병행을 추진해 호혜성과 당사자 원칙을 충족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박근혜 정부의 DMZ평화공원 사업을 군사적 신뢰 구축의 관점에서 접근해 DMZ 내 공동 지뢰 제거 작업을 시작으로 생태 보존, 공원 사업 등을 공동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대화의 지속과 낮은 수준의 군사적 신뢰 구축이 다져지면 비핵화와 평화 체제 논의를 국방장관회담에서, 남북 관계의 전반적이고 제도적 발전을 총리회담에서 다룰 수 있고, 그 결실을 이어 정상 회담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2+2 방식'의 회담 방식은 지양하고 정치 회담과 실무 회담을 분리할 때가 됐다. 대결 분위기 속에서 상호 의중을 직접 파악하고 전달하는 데 '2+2 회담'이 유용했지만 비정상적인 방식이었다. 이제 남북이 대결에서 대화로 전환하고 관계 개선을 본격 추진하는 상황에 들어선 만큼 남북의 전담 기구 책임자가 회담을 책임지는 방식이 적절하다.

남측의 통일부 장관과 북측의 통일전선부장이 참여하는 남북장관회담이 그것이다. 소위 '통통회담'은 기존 남북장관급회담을 승계하면서 향후 남북 관계 발전을 관장하는 최고실무회담으로 정착할 회담의 격이다. 이 '통통회담'은 아래로 분야별 차관급 실무회담, 위로 총리회담과 정상회담을 조성하거나 개최 시 뒷받침할 것이다. '통통회담'은 2007년까지 활발했던 남북 관계 발전의 경험을 교훈 삼아 지속 가능하고 제도적 차원의 남북 협력을 새로 만들어낼 역사적 책임을 부여받을 것이다.

그러나 남북 회담, 협상이 정부의 전유물은 아니다. 8.25 합의에서 "남과 북은 다양한 분야에서의 민간 교류를 활성화하기로" 한 점은 칭찬받을 만하다. 과거 냉전 시기 유럽에서 동서 양 진영의 대화(유럽안보협력회의 CSCE)의 전개 과정을 보면 경제, 학술, 언론, 종교, 환경은 물론 군사 분야에 걸쳐 관련 분야 종사자, 전문가 등 민간인의 역할이 두드러졌다.

이런 역사적 사례를 살려 앞으로는 주제별 남북 대화에 정부 관리와 민간인이 함께 하는 1.5트랙을 적극 활용해야 할 것이다. 또 민간 교류는 신고제를 활성화해 그 취지를 극대화하고 필요 시 우리의 지원으로 국제 기구를 통한 남북-국제 기구 간 3자 협력 사업의 개발 및 지속도 필요하다. 여기에는 식량, 보건, 산림, 반테러, 해양 안전, 환경 등 인간 안보 차원에서 다양한 협력이 기다리고 있다.

이 분야에서 산림 연수, 지식 공유 등 우리 정부 혹은 민간이 지원해 북한의 관련 인사들이 국제 연수를 하거나 남북해외동포의 협력이 시행되고 있는 분야가 없지 않다. 금강산, 개성 관광 재개 문제는 오는 당국자 회담에서 거론될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 안전이 걸린 이 문제는 남북 민간이 참가하는 국제 기구의 현지 행사 개최를 통해 북한의 태도를 파악하며 재개의 조건을 조성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 편집ㅣ조혜지 기자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서보혁 박사는 서울대통일평화연구원 연구교수이면서 코리아연구원 기획위원으로 활동 중입니다. 이 글은 코리아연구원 홈페이지(knsi.org)에도 함께 실릴 예정입니다.



태그:#8.25 합의, #2+2 회담, #통통 라인, #이산가족, #민간교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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