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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9일 안도 동고지 명품 마을에서 제5회 연합회장배 불가사리 퇴치대회 및 해안가 정화활동을 마치고 한 컷.
 지난 8월 29일 안도 동고지 명품 마을에서 제5회 연합회장배 불가사리 퇴치대회 및 해안가 정화활동을 마치고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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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9일 섬마을 봉사활동을 갔다. 8월의 마지막 주말 1박 2일 일정이었다.

아침부터 회원들이 분주하다. 소호 항에서 다이빙선 2척을 띄웠다. 백야도 항으로 간 회원들은 여객선에 차량 10대를 태우고 금오도 함구미 항으로 출발했다. 이날 50여 명의 회원과 120여 개의 공기통이 동원되었다. 압축된 공기통 하나에 무게가 20kg이니 그 무게만도 2.4톤이다.

현재 활동 중인 생활체육 여수스킨스쿠버연합회(회장 박재성)는 해마다 섬 지역 수중봉사를 추진해 오고 있다. 일명 '섬사랑' 실천이 그것.

매년 이 같은 행사를 하는 이유는 집중적인 불가사리 채취와 해안가 정화를 통해 수중환경 생태를 관찰하기 위함이다. 또 도시보다 생활여건이 불편한 섬사람들에게 작은 도움을 주고자 다양한 봉사활동을 겸하고 있다. 불가사리 채취는 물론이고 의료봉사와 영정사진, 미용봉사를 실시 중이다. 3년 전부터 실시한 섬사랑 봉사는 작년에는 태풍이 겹쳐 행사가 취소됐다.

섬 지역 봉사활동... 주민 눈높이 파악이 중요

안도 동고지 명품 마을 해안가에 널린 쓰레기. 쓰레기장을 방불케 한다.
 안도 동고지 명품 마을 해안가에 널린 쓰레기. 쓰레기장을 방불케 한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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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들의 수고로 해안가가 깨끗이 정화되었다.
 회원들의 수고로 해안가가 깨끗이 정화되었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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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 사업계획에 따라 2달 전부터 봉사활동 준비에 착수했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가장 신경 쓸 부분은 섬 주민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보여주기식 행사는 주민들의 마음을 살 수 없기 때문이다.

몇 년 전엔 이런 일도 있었단다. 대기업에서 낙도 봉사활동을 왔는데 쓰다만 컴퓨터를 섬 학생들에게 기증했다. 그 PC는 이미 폐기 처분해야 할 컴퓨터였다. 이를 안 선생님들은 화가 치밀었다. 그래서 기증을 거부했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져 A 기업이 새 PC로 교환해주는 해프닝이 발생했다. 또 이 업체는 마을회관에 브랜드도 없는 정수기를 설치해 줬다. 싸구려 정수기에다 주기적인 필터관리로 비용이 수반되다 보니 기증한 업체는 두고두고 욕을 먹어야 했다. 사전 준비가 중요한 이유다.

봉사활동 한 달 전부터 마을 이장님과 어촌계장님에게 상의했다. 동네에 무엇이 필요한지를 파악했다. 행사 전 주기적인 홍보를 통해 마을 어르신들이 필요한 서비스를 받게 했다. 또 여수시와 국립공원에도 행사 협조를 요청했다. 지역 기업에도 알렸더니 지원이 이어졌다. 이번 행사는 여수시와 여천NCC(주)가 후원했다.

지난 8월 29일 안도 동고지 명품 마을 제5회 연합회장배 불가사리 퇴치대회 및 수중정화 활동에서 잡은 불가사리의 모습.
 지난 8월 29일 안도 동고지 명품 마을 제5회 연합회장배 불가사리 퇴치대회 및 수중정화 활동에서 잡은 불가사리의 모습.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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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타고 섬에 도착하니 오전 10시 반이다. 해안가와 수중 정화활동이 펼쳐졌다. 한 회원은 공기 한 통에 1050마리의 불가사리를 잡아냈다.

또 올해 명품 마을로 선정된 동고지 해안가에 쓰레기가 가득 찼다. 마치 쓰레기장을 연상케 했다. 이곳은 원래 지자체에서 해안 쓰레기를 청소해야 하나 관리가 전혀 안 되고 있다. 회원들이 쓰레기 줍기에 나섰다. 한 시간 반가량 쓰레기를 모으니 큰 마대 100여 개의 분량이 산더미처럼 쌓였다. 주말인데도 국립공원 직원들은 쓰레기 줍기에 팔을 걷었다. 면사무소에선 모아둔 쓰레기를 주 중에 처리키로 했다.

행사에 참가한 '모비딕' 이광교씨는 "모처럼 봉사활동 한번 제대로 한 것 같다"면서 "국립공원과 시에서 서로 미루지 말고 해안가를 깨끗이 관리했으면 좋겠다"라고 참가소감을 밝혔다.

국립공원 직원 김인배씨는 시민단체에서 바라는 점을 묻자 "아직은 명품 마을이 활성화가 덜 되었지만 계속된 외부인사 초청으로 많은 사람이 오고 있다"면서 "이 같은 봉사활동이 여름에만 한정되지 말고 분기별로 한 번씩 꾸준히 청소를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말했다.

섬마을 "가을철은 보일러 일손이 필요해요"

가장 인기를 끈 의료봉사에서 어르신들이 영양제를 맞고 있다. 이날 80여 명의 어르신이 수액을 맞았다.
 가장 인기를 끈 의료봉사에서 어르신들이 영양제를 맞고 있다. 이날 80여 명의 어르신이 수액을 맞았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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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가장 인기를 끈 봉사는 의료봉사였다. 65세 이상 어르신들 80여 명에게 영양제를 놓아드린 점은 다년간 경험에서 나온 '맞춤형 봉사활동'으로 평가받았다. 또 미용봉사도 좋았다. 10여 명의 어르신들은 한복을 고쳐 입고 영정사진을 찍었다. 영정사진은 별로 어감이 좋지 않아 "장수사진 찍으세요"라고 말하니 어르신들이 훨씬 좋아했다.

사랑 재활요양병원 김용식(45세) 원무과장은 "사랑병원은 2010년 개원이래 매년 3회 이상 의료봉사를 해마다 시행하고 있다"면서 "향후 1박 2일 코스로 연도와 초도 등 여러 섬 지역을 다녀올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안도 주민 박준철(69세)씨는 "지금 주민들이 먹고사는 것은 별문제 없다"면서 "노인들이 여수로 나가야 하는데 너무 나이가 들어 못 나가니 여름철에는 파스 좀 얻고 영양제 맞는 것이 제일 좋고, 가을철에는 고장 난 전자제품과 보일러 봉사가 절실하다"라고 일러줬다.

이행자(74세)씨는 "의료봉사도 좋은데 작년 우리 영감이 작년 갑자기 돌아가셨는데 지난번 찍어준 영정사진이 있어 잘 활용했다"라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행사가 끝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가족의 모습.
 행사가 끝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가족의 모습.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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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쿠버 연합회에서 봉사활동을 하려 해도 바닷속 해산물을 채취한다는 우려로 어촌계에서 선뜻 반겨주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안도 어촌계는 봉사활동을 오면 반긴다. 특히 어르신들이 더 좋아한다.

어촌계는 봉사활동이 끝나면 덤으로 다이빙도 허가한다. 고생한 회원들에 대한 배려차원인 셈이다. 바다가 자원인 섬도 이제는 이같은 교류를 계기로 다이버에 대한 불신이 하나둘 사라졌으면 한다. 그래서 바다도 살고 다이버가 맘껏 다이빙도 즐기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춤추고 노래하고 가족들의 향연에 아름다운 섬마을의 여름밤은 깊어만 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여수넷통> <전라도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여수스킨스쿠버연합회, #수중봉사활동, #다이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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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하고 싶은 일을 남에게 말해도 좋다. 단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라!" 어릴적 몰래 본 형님의 일기장, 늘 그맘 변치않고 살렵니다. <3월 뉴스게릴라상> <아버지 우수상> <2012 총선.대선 특별취재팀> <찜!e시민기자> <2월 22일상> <세월호 보도 - 6.4지방선거 보도 특별상> 거북선 보도 <특종상> 명예의 전당 으뜸상 ☞「납북어부의 아들」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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