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 29일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제주지역대학 법학과(회장 김창호)에서 주최한 제12회 법학과 변론대회를 참석하고자 제주시 애월읍을 다녀왔다. 헌법학 교수인 강경선 학과장은 비례대표의원 정수의 확대에 관한 찬반을 묻는 논제를 제시하였다.

나는 이번 변론대회에 논문사전심사와 예비심사에 대한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이번 행사에는 전국에 있는 각 지역대학 법학과에 소속된 재학생과 동문들이 모여서, 열띤 분위기를 자아냈다.

2015년도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연합수련회와 변론대회
 2015년도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연합수련회와 변론대회
ⓒ 여경수

관련사진보기


우리나라 헌법에서는 국회의원의 숫자를 최소한 200인 이상으로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행 국회법에 따르면 국회의원 숫자는 300명이다. 국회의원의 정수는 지역구에서 선출되는 246명과 비례대표로 선출되는 54명으로 구성된다.

유권자들은 국회의원 선거에서 정당이 추천한 인물들에 대해서 유권자들이 지역구 후보에게 한 표를, 정당명부식 비례대표 후보자에게 한 표를 행사한다. 비례대표선거제란 정당에 대한 선거권자의 지지에 비례하여 의석을 배분하는 선거제도를 말한다.

현행 우리나라의 지역구 선구는 다수대표제이다. 다수대표제는 거대정당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고 다양해진 국민의 목소리를 제대로 대표하지 못하며 사표를 양산하는 문제점이 있다. 비례대표제도는 다수대표제의 문제점에 대한 보완책이다. 비례대표제는 그것이 적절히 운용될 경우 사회세력에 상응한 대표를 형성하고, 정당정치를 활성화하며, 정당간의 경쟁을 촉진하여 정치적 독점을 배제하는 장점을 가질 수 있다.

국회에서는 2016년도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선거구제에 관한 논의가 활발하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비공개로 공직선거법 개편안을 심의하고 있다. 여당과 야당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셈법을 적용해서 비례대표 국회의원 숫자를 줄일지, 늘릴지를 고민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변론대회 출전한 학생들이나 변론대회를 관람한 학생들에게는 이번 행사가 선거제도에 관한 올바른 이해를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미 행사에 참여하기 전에 법학과 담당 조교로부터 14편의 논문을 전송받았다. 제출된 논문을 채점하는 과정 중에서 법학과 재학생들이 선거제도에 관한 관심과 이해가 상당한 수준임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광주전남 지역 대학과 전북 지역 대학, 부산 지역 대학과 경남 지역 대학에서 출전한 팀에서 비례대표제도를 통해서 지역주의 감정을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한 흔적들을 찾을 수 있었다. 정치인들과 달리 영호남에 거주하는 유권자들은 지역주의에 기반한 정당제도에 대한 회의를 하고 있음을 느꼈다.

2015년도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변론대회
 2015년도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변론대회
ⓒ 여경수

관련사진보기


29일 변론대회 당일 14팀에 대한 예비심사, 준결승, 결승 행사가 차례로 진행되었다. 나는 평소에도 우리나라의 양당 구조 체제에 회의를 가지고 있었다. 이번 변론대회의 주제는 정의당이나 녹색당과 같은 신생정당에 관심이 있는 나에게도 공부를 할 수 있는 기회였다.

심사 과정 전후로 평소 의문을 가졌던 사항을 출전한 팀에게 질의했다. 그리고 학생들의 대답에서 해결하지 못한 의문은 변론대회 진행이 끝난 후, 다른 심사위원들에게 물어보았다. 이번 변론대회를 거치면서 비례대표 정수를 확대해야하는 이유와 간련된 의문과 대답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비례대표 숫자 확대가 국회에서 국민의 민의를 대변할 수 있는 제도인가?

우리나라는 국민이 선출한 대표자가 국정의 중요한 정책을 결정하는 대의제 민주주의 체제이다. 지역구에서 직접 선출되는 지역구 선거에서는 최다 득표수를 얻은 사람이 국회의원이 된다. 그러므로 10% 정도의 지지를 받는 정당의 후보자는 지역구에서 국회의원으로 선출되기가 어렵다.

우리나라 선거에서는 최다 득표를 받은 이들만 구성하게 된다. 하지만 비례대표에서는 10%지지를 받은 정당은 10% 몫의 대표자를 구성할 수 있다. 물론 우리나라는 국회의원 선거시 지역구에 한 표, 비례대표에 한 표를 행사하는 구조이다.

하지만 전체 국회의원의 숫자에서 비례대표의원의 비율이 20%를 넘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 다양한 의사를 가진 정치세력이 의회로 진출할 수 있도록 비례대표의원의 숫자를 현행 수준인 56명에서 최소 100명 정도로 늘리는 방안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서 사회세력에 상응하는 대표를 만들어 의회에 진출 할 수 있으며, 정당간의 경쟁을 촉진하여 정치적 독점을 배제하는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다.

둘째, 비례대표 선출 과정에서 민주성을 담보할 수 있는 방법은?

현행 우리나라의 비례대표의 선출방법은 정당식 명부제다. 대체로 정당에서 순위를 정한 정당 명부를 보고 유권자들은 투표한다. 비례대표로 당선되고자하는 후보는 당연히 상위 순번을 받고자한다. 정당들은 공천심사위원회를 자체적으로 운영하지만, 비례대표 선출을 둘러싼 정치자금 수수의혹이 매번 선거마다 되풀이 되고 있다. 특정 정당의 경우에는 경선을 통해서 비례대표 순번을 정했으나, 과열된 비례대표 경선으로 결국에는 분당까지 되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는 공천배심원제도가 제시된 바 있다. 등록된 지지자나 당원 중에서 무작위로 추첨해서 공천배심제로 선정해서, 이들이 후보자 검증을 하는 방안이다. 이를 통해서는 공개된 토론이나 청문을 통해서 비례대표후보자를 검증할 수 있다.

셋째, 비례대표 숫자 확대가 자칫 농어촌 지역구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대표성을 떨어뜨리지 않는가?

비례대표 숫자를 확대하면 지역구 의원 정수를 줄이거나 현행처럼 유지해야 한다. 현재도 농촌에 거주하는 이들에 대한 대표성 부족이 제기된다. 이미 헌법재판소는 선거구 인원수 편차를 2:1을 맞추도록 한 결정을 내렸다. 예들 들면, 충청북도 영동군, 옥천군, 보은군은 선거구가 하나로 묶여있다. 특정 군의 경우는 매번 자신 군 출신이 국회의원이 안 될 수도 있다. 그에 비해서 서울특별시 송파구는 지역구를 갑, 을, 병으로 나뉘어져, 국회의원이 3명이나 된다.

비례대표를 확대하면 농촌과 같이 소수자를 대표하는 국민의 대표자를 배출할 수 있다. 또한 농어촌의 대표성을 대표하는 방안은 국회의원 정수 확대나 양원제 운영과 같은 대안이 있을 수 있다.   

넷째, 의회제 민주주의 국가의 모범으로 평가되는 영국의 경우에는 비례대표 의원이 없는 것에 관한 설명은?

독일은 의회에서 50%로가 비례대표 의원이다. 이와 달리 영국은 비례대표 의원이 없다. 그럼에도 영국은 의회제 민주주의의 모범국가로 평가된다. 하지만 영국과 우리나라는 현실이 다른 면이 있다. 우리는 대의제 민주주의의 역사나 정당제 운영의 경험이 영국에 비해서 짧다. 영국은 이미 수백 년 전부터 대의제 민주주의를 운영했고, 성숙한 의회제도가 정착했다. 그러므로 굳이 비례대표 제도를 보완할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지역주의에 기반한 정당정치의 폐해가 있다. 지역구 국회의원을 축소하고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확대하면 지역주의에 기반한 정당정치가 완화될 수 있다.

다섯째, 비례대표 숫자 확대로 사회적 약자를 혐오하는 정치 집단이 의회에 진출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정당세력을 위해서 비례대표를 늘리고자 한다. 그러나 비례대표 숫자비례대표 정수 확대로 사회적 약자를 혐오하는 정칙 집단이 정당을 결성해서 의회에 진출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군소정당의 난립을 방지하기 위해서 저지조항이 있다. 이 규정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3% 이상을 득표한 정당에게만 비례대표 의원을 배분한다. 만약 저지조항을 넘어 의회에서 사회적 약자를 혐오하는 정치세력이 진출한다면, 이런 정당에 대한 통제는 헌법재판소의 위헌정당해산제도를 통해서 통제될 수 있다.

여섯째, 비례대표 숫자 확대로 군소정당의 난립의 정국이 불안해지지 않는가?

독일은 의회의 구성을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각각 반으로 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군소정당의 난립에 따른 불안한 정치 상황을 겪고 있지 않다. 독일은 한국과 달리 의원내각제 국가임에도 특정 정당이 과반을 차지 못해도 연립정부를 구성해서 다양한 세력이 내각에 참여하는 대연정에 성공한 사례가 있다. 여러 정당이 의회에 진입하더라도 정책 연대와 같은 방법으로 대화와 타협으로 의회를 운영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국회에서 다양한 세력을 비례대표 숫자 확대뿐 아니라 다른 제도가 있는가?

비례대표 숫자를 확대하자는 주장은 대체로 의회 내의 다양성 확보가 주된 목적을 제시했다. 비례대표 숫자를 확대하는 정책 말고도, 의회 내의 다양한 정치세력이 진입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대표적으로는 기호순번제, 기탁금제, 높은 선거비 보전 득표율과 같은 문제이다. 1번, 2번과 번호를 배정 받은 후보자는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일본의 경우에는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 투표장에서 후보자의 이름을 유권자가 직접 쓴다. 또는 미국의 경우에는 각각의 투표소 마다 후보자의 등재 순위가 무작위로 변해서 제시된다. 그리고 고액의 기탁금 제도와 득표율이 15%가 넘어야 선거비가 보전되는 제도 역시 신진정치세력에게 상당히 불리하다.

그리고 선거구에서 한 명만 당선되는 구조인 소선구제를 선거구에서 두 명에서 세 명 정도 선출할 수 있는 중대선거구제를 통해서 사표방지와 다양한 정치세력이 의회에 진출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한다. 이와 같은 사항들에 대한 개선도 함께 병행되어야한다.

이번 변론대회에서 참여한 이후 우리가 현실 정치를 싫어하는 자세를 취하기보다는 불합리한 선거제도를 개선하려는 의지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걸 느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여경수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hunlaw.tistory.com/)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비례대표, #변론대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내게 힘이 되는 생활 헌법(좋은땅 출판사) 저자, 헌법 연구자.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