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영진위원에 임명된 이광훈 감독, 김선엽 평론가, 양영철 교수

신임 영진위원에 임명된 이광훈 감독, 김선엽 평론가, 양영철 교수 ⓒ 문화체육관광부


"자격이 없는 인물들은 아니지만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이 무슨 자리 채우는 게 아니지 않나. 영화계의 의견 수렴도 없이 자기들 입맛에 맞는 인물들을 일방적으로 내리꽂는 모습은 아니라고 본다."

신임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이하 영진위원) 선임에 대한 한국영화감독조합 관계자의 총평이다. 중견 영화제작자 역시 "현장을 벗어난지 오래된 사람이 영진위원에 임명됐다"는 말로 현장을 중시하는 영화계 정서와는 거리가 있는 인물이 영진위원에 선임된 것에 대해 부정적 시선을 나타냈다.

문화체육관광부 김종덕 장관은 지난 27일(목)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에 영화감독 이광훈, 영화평론가 김선엽, 경성대 영화학과 교수 양영철씨를 각각 임명했다. 지난해 연말 김세훈 영진위원장과 함께 일부 위원이 새로 선임된 이후, 임기 만료에 따른 영진위원 교체가 모두 마무리 됐다. 영진위원의 임기는 2년이다.

영진위원 선임을 바라보는 영화계 시선은 부정적

이번에 새로 선임된 이광훈 위원은 영화 <닥터봉>, <패자부활전>, <자귀모>, <천년호> 등을 연출한 현장 영화감독 출신으로서, 현재는 서강대학교 영상대학원 겸임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김선엽 신임 위원은 영화전문기자 출신 영화평론가로 현재 영화평론가협회(이하 영평) 기획이사를 맡고 있다. 제천국제영화제 수석 프로그래머와 부산영화제 프로그래머, 영상물등급위원회 비디오소위 위원, 영화진흥위원회 영화문화다양성소위 위원 등을 맡고 있다. 현재는 영화평론가이자 수원대학교 연극영화학부 겸임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양영철 신임 위원은 영화 연출부 스태프로 영화계에 입문하였으며, 영화 <박대박>을 연출한 바 있고, 부산영상위원회 위원과 부산아시아단편영화제 집행위원장을 역임하였다. 현재는 경성대학교 영화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부산국제단편영화제 집행위원장, 한국영화학회 이사로 활동 중이다.

이번 선임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는 "현장 경험을 토대로 영화계와 소통하고, 전문성을 바탕으로 영화 진흥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영화계에서는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한 중견 감독은 "이광훈 감독이 현장을 떠난 지 오래돼서 아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몇몇 제작자들 역시 "교류를 안한지 오래돼 영진위원 선임이 뜻밖이다"라는 반응을 나타냈다. 현장 활동 감독들로 구성된 한국영화감독조합은 "영화감독들에 대한 배려로 생각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김선엽 신임 영진위원에 대해 영평의 한 평론가는 "크게 드러내지는 않지만 보수적 성향의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영평 회장을 보수적 인사로 분류되는 정재형 교수가 맡고 있는 상태에서 기획이사를 담당하고 있다는 것이 비슷한 성향임을 말해준다는 것이다. 정 교수가 영평 회장이 된 이후 영화단체들이 구성한 '표현의 자유 사수를 위한 범영화인 대책위원회'에서 함께 탈퇴하자는 제안을 (영평이) 영화학회 쪽에 했었다"고 영화학회 관계자는 전했다.

이에 대해 또 다른 평론가는 "김 위원을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나름 합리적인 인물로 알고 있다"며 "최소한 소통은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한 대학 영화과 교수는 "온건하고 무던한 인물로 알고 있다"며 "무엇보다 영진위에서 영화계의 목소리를 제대로 전달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양영철 신임 영진위원에 대한 평가도 비슷하다. 이야기가 통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평가가 있지만, 자기 색깔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점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양 신임위원은 부산시에서 부산영상위원장 후보군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지역에서 나돌고 있다. 부산영상위원장은 오석근 감독이 맡고 있으나 올해 초 부산시의 부산영화제 위원장 사퇴 압박 논란 과정에서 이용관 집행위원장과 가까운 인사들도 물러나게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부산국제단편영화제 관계자는 "양 위원장님이 두루 원만한 관계로 사람들과 지내다 보니 그런 이야기가 도는 것 같다"면서 "매사에 합리적이고 신중하신 분"이라고 말했다.

점점 멀어지고 있는 영화계와 영진위

이번에 선임된 영진위원들의 공통점은 영화인들이 참여한 촛불집회나 각종 성명에서 이름을 찾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굳이 찾자면, 지난 2월 국내 50개 영화제들이 영진위의 영화제 등급면제 개정 분류에 반발해 발표한 성명서에 양영철 신임 위원이 위원장으로 있는 부산국제단편영화제가 포함된 것이 그나마 찾아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이는 최근 장관과 가까운 영진위 쪽 관계자가 일부 인사들을 접촉해 영진위원 임명 의사를 타진하는 과정에서 했다는 말과 일치한다. 영화계 인사들에 따르면, 영진위 관계자는 접촉한 영화계 인사에게 "각종 성명 발표나 촛불집회에 동참한 경력이 깨끗하다"는 것을 강조하며 영진위원에 관심이 있는지를 물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저명 영화평론가는 "기대감이 없다보니까 관심을 두기가 싫다"며 "극우 쪽을 피하려 한 것 같은데, 영화계가 인정할 대표성은 없는 사람들 아니냐"고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또 "참여정부 시절에는 보수와 진보에서 균등하게 추천을 받아 영진위원을 임명했는데, 이제는 한쪽으로 편중된 인사들만이 선임되면서 영진위에 대한 영화계의 불신만 더 커지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영화평론가 변재한 순천향대 교수는 "영화계와 영진위가 점점 멀어지고 있는 분위기에서 영진위원들의 역할이 중요한 것 같다"며 "새로 임명된 영진위원들이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도록 좋은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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