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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 데이트(play date) 미국식 정의 : 아이들끼리 놀 수 있도록 부모끼리 정한 약속

아이들이 점점 커가면서 가족끼리만의 외출을 심심해 하는 경우가 종종 생깁니다. 새로운 장소에 가서 다양한 체험을 하거나 볼거리를 접할 때에는 그나마 괜찮은데 집에서 계획 없이 쉬거나 야외 활동을 위해 동네 공원에 나갈 때는 친구와 함께 하기를 원하더군요.

"오늘은 누가 (공원에) 나와?"
"엄마! 친구** 나온대?"
"엄마, **엄마한테 카톡 했어?"

이렇듯 아이들이 친구와 놀기를 원할 때에는 어쩔 수 없이 플레이 데이트를 주도하게 됩니다. 그나마 안면을 튼 몇 안 되는 친구 엄마들에게 제가 휴가인 날 혹은 주말에 우리 아이들과 같이 놀아줄 수 있는지 물어보는 거죠.

드물게는 키즈카페에서 모임이 성사되기도 하고, 최근에는 동네 인근 공원에서 주말 저녁에 만나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놀거나 자전거를 타는 등 야외활동을 하도록 하고, 어른들은 모여앉아 이야기를 할 수 있죠. 지난 몇 주간은 너무 뜨거운 한낮을 피해 저녁 무렵 인근 공원에 나가 아이들이 놀게 하고, 분식집에서 저녁거리를 사와 다 같이 먹으며 편안히 주말을 마무리 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습니다.

플레이 데이트... 가족끼리의 시간 줄었다?

이런 플레이 데이트를 하기 전에는 저희 가족끼리 시간을 보낼 때가 많았습니다. 아이들은 자전거를 타거나 놀이터에서 놀고, 아이들을 지켜보며 남편과 저는 가져간 책을 읽거나 배드민턴을 치는 등 가벼운 운동을 하기도 했습니다. 또는 저는 리본을 만들고 남편은 드론을 띄우는 등의 시간을 보낼 수 있었죠. 플레이 데이트를 하면서는 사람들을 만나 대화를 하니 취미를 누릴 시간이 없어져 좀 아쉽습니다. 그래도 아이들이 친구와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기도 해요.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다니던 시절에는 육아가 힘들어 회사로 도망을 간 처지라 정말 회사에 올인했고, 동네 엄마들을 단 한 사람도 알지 못했어요. 그러다가 육아를 전담해주시던 친정엄마가 아프셔서 10개월간 육아휴직을 하면서 하나둘 동네 엄마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런 플레이 데이트가 본격화된 건 휴직 때 잠깐과 지난 한두 달 새의 일인데요.

저희 가족끼리 공원에서 놀다가 우연히 자전거를 타고 나온 아이들 친구 가족을 만난 겁니다. 주말에 밖에서 만난 아이들은 서로를 너무 반가워 하더군요. 하루를 너무 즐겁게 놀고 나니 아이들의 욕구가 커졌어요. 그 이후 공원에 갈 때마다 친구 타령을 합니다. 또 그 이후에도 우연히 다른 친구 가족을 만나기도 했고요.

평일에 동네 엄마들과 교류할 기회가 없는 저의 경우 그런 만남을 통해 친구 엄마들과 유치원에서 있었던 제가 모르는 일에 대한 이야기도 듣게 됩니다. 요즈음 학원 트렌드도 듣고, 아이들이 내년에 입학하게 될 초등학교에 대한 이야기도 들으면서 저도 모르게 정보를 얻으려고 노력하게 돼요.

며칠 전 집에 방문하신 학습지 선생님의 추가 학습 권유에 한동안 심란해있던 저는 동네 엄마들과 이야기를 나눈 뒤 당분간은 좀 더 제 스타일 대로 아이들의 학습을 이끌어가기로 결정할 수 있었는데요. 학습지 선생님들은 어느 정도 아이와 익숙해지면 수학, 한문, 영어, 과학 등 여러 가지를 해야 한다며 (영업을 하시는 통에) 엄마들의 마음을 불안하게 한다는 얘기도 들을 수 있어 도움이 되었죠.

이미 두발자전거를 잘 타는 여자 친구 덕분에 도통 두발자전거를 타려 하지 않던 방글이(딸아이)가 2~3주 만에 능숙하게 타게 되기도 했습니다. 땡글이(아들)에게는 느끼지 못한 경쟁심이 발동한 것도 같아요.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가 쉽게 두발자전거를 배우게 되어 좋을 따름이죠.

단점도 있지만, 좋은 점 분명 있다

플레이 데이트가 늘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집 아이들은 어떤 학습을 하더라, 친구 부모들은 아이들을 어떻게 대하더라, 친구들은 어떤 옷을 입더라 등등 눈에 보이고 귀에 들어오는 모든 것들에서 제 아이와 남의 아이를 비교하게 되기도 합니다.

사소한 일들이 오해가 되어 쌓이기도 합니다. 성격이 야무진 딸래미의 경우 말하는 투가 저를 닮아 까칠하고요, 개구쟁이 아들의 경우 장난치다가 친구들과 주먹다짐을 하기도 하는데요. 이때 워킹맘의 아이라며 색안경을 끼고 보는 일이 생기더라고요.

또 쌍둥이 남매와 친구가 어울리면서 그 부모와도 꽤 친해졌다고 생각하는데도, 저를 아니 쌍둥이 남매를  빼고 몇몇 친구 아이들과 그 엄마들끼리 어딘가 다녀왔다는 얘기를 건너로 듣게 되는 경우 혹은 그런 상황 - 어딘가를 다녀오거나 어딘가로 가거나를 우연히 보게 되는 경우 기분이 안 좋아지기도 하더라고요.

친구와 같이 놀기를 원하는 아이의 마음과는 달리 아직 혼자 놀기에는 어려서 혹은 비용이 많이 드는 장소에 가는 것처럼 부모의 도움이 필요한 놀이나 체험을 기획하는 경우, 워킹맘의 아이는 소외된다는 것을 직접 경험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상황을 주위에서 심심치 않게 듣기도 했고요. 한편으론 워킹맘의 아이라 소외된다는 느낌을 받게 하기 싫어 애쓰는 제가 참 우습기도 하네요.

사실 제가 쿨한 척, 과감히 행동하는 척하는데 내심 타인의 시선을 많이 신경 쓰며 사는 소심한 성격이에요. 그래서인지 제 아이들이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보일지도 무척 많이 신경을 쓰고 있더라고요.

앞으로 긴 기간 학교에 다니고 친구를 사귀는 과정을 겪어야 할 아이들. 또 그런 아이들을 지켜봐야 하는 제 입장에서 동네 엄마들과의 교류는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돼요. 최대한 주변의 말에 휘둘리지 않고 '마이웨이(my way)' 하고 싶지만 저는 괜찮은데 아이들이 소외당할까 봐 두렵기도 하고요.

지금부터 미리 그 관계에 대해 걱정하고 경계하기보다는 아이들이 즐거우면 부모도 함께 즐거울 수 있는 상황을 만들고, 경쟁상대이기보다는 함께 공유하고 나누는 이웃으로 만들려고 노력해야겠죠? 사실 누군가에게 들은 아이의 친구 엄마라는 존재의 정의 때문에 사실 무척 걱정하고 있기는 합니다.

아이의 친구 엄마란….

기쁨을 나누면 질투가 되고
슬픔을 나누면 약점이 된다.

친구 엄마와의 어울림, 정말 그런가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이나연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blog.naver.com/nyyii)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쌍둥이 육아, #까칠한 워킹맘, #70점 엄마, #플레이 데이트, #아이 친구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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