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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노동자 85%가 간접고용 비정규직이다. 정말로 심각한 수준이다. 그런데 지난 8월 19일 '인천공항 간접고용 비정규직 문제 해법 찾기 토론회'에서 인천공항공사를 대표한 발제자는 "아웃소싱은 경영기법의 하나이며 이것을 비정규직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아웃소싱(외주화)이 경영기법의 하나일지는 모르겠지만, 인천공항을 운영하는 데 꼭 필요한 인력을 외주업체에 맡긴 것이며, 노동자들은 10년 넘게 같은 일을 하고 소속된 외주업체만 바뀌면서 저임금과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간접고용 비정규직 문제의 전형'인 것이다.

따라서 아웃소싱이 비정규직이 아니라는 말은 현실을 호도하는 발언이다. 기업과 정부는 '외주화'가 완전히 독립적인 업무를 전문적인 업체에 맡겨서 상호 협조관계를 유지하는 경영방식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지금 대다수의 외주화는 원청기업이나 공공기관이 업무는 통제하면서 외주업체들에게 노무관리업무만 대행시키는 간접고용구조다. 

이 외주화는 당연히 노동조건을 떨어뜨린다. 현대중공업은 위험한 업무에 안전시설을 강화하기보다는 외주화로 위험을 떠넘긴다. 외주업체는 안전시설을 할 여력도 능력도 없으니 노동자들은 위험한 환경에 노출돼 일한다.

2014년 한 해 동안 13명의 하청 노동자들이 이렇게 목숨을 잃었다. 그런데도 현대중공업은 산업재해 비율이 낮다는 이유로 산재보험료를 감면받았다. 외주업체 노동자들의 사망을 현대중공업의 책임으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이익을 본 것은 현대중공업 원청이며, 하청업체도 중간착취를 하면서 적어도 손해는 보지 않는다. 다만 원청이 책임져야 할 몫을 하청노동자들이 생명으로 떠맡았다.

그리고 그렇게 죽거나 다친 노동자들의 가족과 주변에로 고통은 전가되었다. 원청은 '비용절감'을 위해서 간접고용을 사용하지만 그 비용은 '절감'된 것이 아니라 하청노동자들에게 떠넘겨진 것이다.

외주화는 위험을 양산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곳곳이 위험에 처해있다. 구미에서 불산누출 사고가 있었고, 동탄의 삼성전자에서도 불산누출 사고가 있었다. 전국에 20년도 넘는 산업단지들이 늘어가고 있다. 이렇게 노후화된 산업단지들에서 언제 어떤 사고가 터질지 알 수 없다.

그런데 노동자들만 사고의 위험에 노출되는 것이 아니다. 구미에서 불산이 누출되었을 때 주변에 사는 아파트 주민들이 모두 대피해야만 했다. 그 주민들은 자신이 사는 곳 주변에 이토록 위험한 화학물질을 다루는 곳이 있다는 것을 알기는 했을까? 그런데 기업들은 돈을 들이지 않고 모든 책임으로부터 면제받기 위해서 이런 유해하고 위험한 업무를 외주화해버린다. 그렇게 관리되지 않은 위험은 사회 전체로 전가되는 것이다.

지금 대중교통이나 다중이용시설의 안전관리는 대부분 비용절감을 이유로 외주화돼 있다. 그런데 그것이 이용객들의 안전에 어떤 위협을 가하는지는 충분히 알려지지 않았다. 인천공항만 하더라도 보안경비업체가 여러 개로 나뉘어서 층별 관리를 하게 되어 있다.

위험한 상황이 층을 넘어 발생할 때 업체간 상호협조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고, 당연히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다. 인천공항이 이렇게 보안업체를 분리한 이유는 업체간 경쟁을 시키고 노동자들이 노조로 뭉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이다. 비용절감과 관리통제의 편의성 때문에 공항 이용자들의 안전을 뒤로 돌린 셈이다. 

공항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인천공항공사는 안전관리 업무를 외주화한 후 안전업무는 독립적인 업무라고 주장하면서 업무 지시를 하지 않는다. 그런데 인천공항 소방대 등 외주업체는 소방업무에서 독립적인 권한을 갖고 있지 않으며 현장에서는 지휘권을 행사할 수도 없다. 외주업체도 지휘권이 없고, 인천공항은 '독립적 아웃솟싱'이라는 명분을 유지하려고 직접지휘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않으니 당연히 안전업무에는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런 안전업무의 공백은 KTX에서도 나타난다. 우리는 당연히 승무원이 안전업무를 한다고 생각하지만 코레일관광개발이라는 외주업체 소속인 승무원들은 '안전'이 아니라 '안내' 업무만을 하도록 되어 있다. "코레일이 노동자들에게 직접 업무지시를 하고 안전업무라는 핵심업무를 하므로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법률적 판단을 피하기 위해서 한국철도공사가 이런 매뉴얼을 만든 것이다. 천명을 싣고 시속 300km로 달리는 KTX의 현실이 이렇다. 

외주화는 공공성을 훼손... 기업의 책임을 방기하게 한다

외주화는 단지 유해위험업무나 안전업무만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를테면 공공업무의 경우 외주화는 공공성을 훼손할 가능성이 높다. 많은 지자체들이 가로청소나 생활쓰레기 수거업무를 민간위탁하고 있다.

민간위탁도 외주화의 한 방식인데, 민간위탁업체들은 공공성을 위해서가 아니라 돈을 벌려고 위탁을 받는 것이다. 따라서 위탁을 받은 후 가장 적은 돈을 들여 가장 많은 이윤을 내려고 하니, 노동자들의 인력을 줄이고 월급을 깎는 것이다. 그렇게 될 경우 생활쓰레기 수거가 제대로 제 때에 될 리가 없다.

'공공부문 민영화'가 공공성을 훼손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시민들은 민영화를 막아내려고 하지만, 이미 민간위탁이나 외주화 자체가 민간에게로 공공의 업무를 떠넘기는 것이고, 돈벌이 중심의 업무를 하도록 만들고 있는 것이기에 이에 대한 경각심이 필요하다.

민간기업도 외주화를 하면서 자신의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 대부분 기업들은 콜센터를 외주화하고 있다. 은행업무를 처리하거나 통신 관련 업무를 처리하는데 단순한 질문, 단순한 문제라면 외주화된 콜센타 노동자들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거나 복잡한 처리와 관련하여 콜센타 노동자들이 스스로 결정하거나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외주노동자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업들은 고객과 직접 대면하는 콜센타를 외주화함으로써 자신들이 책임져야 할 일의 방패막이로 만드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고객들의 정보를 다루는 업무를 외주화할 경우 개인정보가 마음대로 떠돌 수 있다. 청주시 수도검침원들은 민감한 수용가들의 개인정보를 다룰 수밖에 없기 때문에 청주시가 직접고용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공무원의 마음가짐과 그 정도의 엄격함으로 수도검침원 일을 해야 한다고 하면서 정작 위탁방식을 택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다.

삼성전자서비스도 마찬가지다. 시민들은 A/S가 잘 된다고 믿기 때문에 삼성전자의 제품을 산다. 삼성전자 제품의 구매비용에는 A/S 비용이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그 비용이 온전하게 서비스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이윤을 챙겨주기 위해서 사용되고 있다.

삼성전자 제품을 수리하는 노동자들은 삼성전자서비스 소속이 아니라 외주업체의 소속이다. 이 업체들은 삼성전자로부터 받은 도급금액으로만 유지되는 업체들이다. 삼성전자서비스는 업체들에게 낮은 도급금액을 주고, 그 업체들은 다시 노동자들에게 낮은 임금을 지불한다.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와 삼성전자서비스, 도급업체들은 이익을 볼지 모르지만 정작 그 서비스를 하는 노동자들은 낮은 임금을 받고, 고객은 더 많은 서비스비용을 지불하게 된다. A/S가 외주화된다는 것은 이런 의미이다.

책임져야 할 자들이 직접고용하라!

외주화는 '책임의 전가'를 그럴싸한 말로 포장한 것이다. 외주화로 인해서 원청은 비용을 절감하지만 노동자들은 임금과 노동조건이 형편없이 떨어지고, 사회적으로 위험이 양산되고 책임이 분산되어 버리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와 기업들은 이런 외주화를 확산하려고 시도해왔다. 2006년 제2차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이 나왔을 때 '합리적 외주화'라는 이름으로 공공부문에서 외주화를 확산할 길을 열었다. 기획재정부는 '기준인건비제도'라는 이름으로 인건비를 묶어두기 때문에 공공부문에서 인력이 필요한 경우 '사업비'로 늘릴 수 있는 외주화를 선호하게 된다.

'작은정부'라는 포장 아래 노동자들을 간접고용 비정규직으로 늘려왔던 것이다. 민간기업에서도 소위 '비핵심업무'부터 외주화가 시작되었지만 이제는 전 영역에 걸쳐 간접고용 비정규직이 늘어나고 있다. 

박근혜 정부 들어와서는 파견 허용 대상을 확대하고, 사내하도급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서 이런 외주화 방식을 제도화하려고 한다. 지금까지 32개 업무에 한해서만 파견을 할 수 있었지만 55세 이상의 준고령자는 업무 제한 없이 파견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사무직과 전문직에서 파견이 가능하도록 만들려고 한다.

'파견'이라는 간접고용 형태를 정상적인 고용형태로 만들어버리겠다는 것이다. 사내하도급 가이드라인은 한층 더 심각하다. 지금까지의 각종 외주화는 사실상 불법파견일 가능성이 높았다.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업체에 아웃소싱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실은 업체는 노무관리만 하고 실질적인 업무지시는 원청이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것을 아예 합법화하여 원청이 업무지시도 자유롭게 하면서 노동자들을 간접고용으로 부려먹겠다는 것이 '사내하도급 가이드라인'의 내용이다.

어떠한 말로 포장해도 '외주화'는 비정규직화일 뿐이다. 어떤 말로 포장해도 외주화는 기업이 비용절감을 이유로 그 비용의 책임을 노동자와 사회로 전가시키는 것일 뿐이다. 그렇게 해서 원청 대기업들은 710조 원이 넘는 사내유보금을 쌓아두었고, 노동자들은 저임금 장시간 노동, 그리고 세계 1위의 산재사망이라는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게 됐다. 우리 사회는 미래가 없는 '비정규직 사회'가 됐다.

이제는 이 외주화를 멈춰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기 위해서라도 우선 파견확대와 사내하도급 가이드라인이라는 '노동시장 구조개악'에 맞서는 노동자들의 투쟁에 응원을 보내며 함께 해야 한다. 또한 공공부문에서부터 외주화된 업무를 다시 직접고용으로 되돌리는 노력을 해야 한다. KTX 승무원들이, 인천공항 노동자들이, 그리고 수도검침원 노동자들이 그런 요구를 하고 싸움을 하고 있다. 이것이 우리 사회를 안전하게 만드는 싸움이다. '외주화는 더 이상 안 된다'는 사회적 목소리가 높아질 때 책임있는 자들이 직접 고용하는 원칙이 똑바로 서게될 것이다.


태그:#외주화, #KTX, #간접고용, #안전, #비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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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폐연대는 우리의 삶과 노동을빈곤과 위기로 내모는 불안정 노동을 철폐하고 인간다운 삶을 함께 살아가기 위해 운동하는 단체입니다. 홈페이지 : http://workright.jinbo.net 단체 이메일 : work21@jin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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