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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입구
▲ <아트제안> 생명 대 생명 전시장 입구
ⓒ 김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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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동물실험실이었던 곳에서 '생명'을 주제로 한 전시회가 열린다. 사실 많은 사람들은 서울시내에 '동물실험실'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잘 모를 수 있다. 이 곳의 위치는 지하철 3호선 불광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 뒤쪽으로 북한산이 훤히 바라보이는 전망 좋은 곳이다.

지금은 '서울혁신파크'로 이름을 바꾸었지만 과거에는 보건복지부 소속의 '질병관리본부'였던 곳이고 그 안의 한 건물 자체가 동물실험실로 사용되고 있었다. 그 건물에는 지금도 '동물실험실'이라는 간판이 붙어있다. 주로 토끼를 대상으로 실험했다는데, 그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실험이었을지는 별로 상상하고 싶지 않다.

아무튼 이 건물은 몇 년 전에 폐쇄되었고 그 공간을 작가그룹 <아트(Art)제안>이 전시장으로 되살려냈다. <아트제안>은 현시대의 사회적인 문제에 관심을 갖고 사회 참여적인 예술을 실현하는 예술인 그룹이다. 하민수(54) 대표를 중심으로 박설아, 김수향, 허은영 등 13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번 전시회의 제목은 <생명 대 생명>이다. 어찌보면 '동물실험실'에 어울리는 주제다. 과거에 수많은 동물들이 실험당했을 공간에서 '생명'을 말하는 것이다.

"지금 시대와 사회적인 상황을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작년하고 올해, 세월호 사건이랑 메르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희생됐잖아요. 그런 문제도 있고 기본적인 도시의 환경문제, 생명의 존중보다는 자본만을 위하는 그런 풍토도 비판하고 싶었어요."

생명을 이야기하는 예술인 그룹

전시장 내부. 복도 양측의 방에서 작품들이 전시된다.
▲ <아트제안> 생명 대 생명 전시장 내부. 복도 양측의 방에서 작품들이 전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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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 개막일인 지난 29일 전시장에서 만난 <아트제안> 하민수 대표의 이야기다. 하 대표는 이번 전시회를 1년 가까이 준비해오면서 전시공간을 고민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이 실험실을 알게되었고, 몇 년간 폐쇄되어있던 이 장소를 전시공간으로 허가받기 위해서 많이 노력해왔던 것.

"제가 생각했던 주제하고 공간이 맞아 떨어졌어요. 그러면서 동물들에 대한 고민도 같이 하게된거죠. 과거에 구제역이나 조류독감이 퍼졌을 때, 그 동물들을 처리하는 과정이 굉장히 비인간적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이 동물실험실이 제가 생각했던 테마에 적합한 장소라고 봤어요."

그동안 방치되어있던 건물이었기에 한 달전부터 청소를 시작해야 했다. 벽에 붙어있는 각종 얼룩들을 도구로 긁어내고 바닥을 쓸고 닦고 하면서 전시를 준비해왔다. 그 과정에서 건물 내부 한쪽에서 토끼털도 발견되었다고 한다.

건물 내부로 들어가면 복도 양측으로 여러 개의 방이 놓여있다. 정말 실험실에 적합했던 분위기라고 느껴진다. 그 방마다 작가들이 한 명씩 전시를 하고 있다. 하 대표는 한쪽 방에서 <시대유감>이란 제목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작품에서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포즈를 취하고 있고 그 옆에는 번호가 붙여져 있다.

"작년에 세월호 사고가 났을때 정말 충격적이었죠. 근데 그 일이 아직도 해결이 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이 사회가 너무 잔인하고 무능하다고 느껴진 거예요. 얼마 전 메르스 사태 때도 마찬가지에요. 같은 일이 반복된다고 생각했어요. 사람이 수백명이 죽어나가도 까딱 안하는 사회가 너무 비인간적으로 느껴진 거죠."

사회에 대해서 비판하고 고민하는 전시회

하민수 작가의 <시대유감>
▲ <아트제안> 생명 대 생명 하민수 작가의 <시대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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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민수 작가의 <시대유감>
▲ <아트제안> 생명 대 생명 하민수 작가의 <시대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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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하 대표는 <시대유감>에서 다양하게 사람들을 묘사했다. 이번 메르스 사태 때 환자들에게 번호를 붙여서 '몇 번 환자' 이렇게 표현하는 것에도 거부감을 느꼈다. 물론 실명을 공개하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지만 개인이 가진 과거와 존엄성이 번호 하나로 무시된다고 보았던 것이다.

하 대표는 자신의 작품에서 사람들의 옆에 번호를 붙여서 이런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동시에 다른 작품에서는 무언가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모습을 표현했다.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마치 무언가를 기다리는 것 같다. 기다려도 기다려도 오지 않는 어떤 것을 또는 어떤 사람들을.

이번 전시회에 참가한 박설아(31) 작가는 <교차공간>을 통해서 이런 작품들이 전시되는 공간을 형상화했다.

"제가 평소에 공간을 그리는 작업을 많이 하거든요. 그 공간이 낯설 수도 있고 익숙할 수도 있는데 그런 공간을 약간 비틀어서 작업을 해왔어요. 이번에는 이 전시회 주제에 맞게 공간의 경계를 그리면서, 이 곳에서 사라진 생명들도 표현하려고 했어요. 모든 생명들의 무게는 다 소중하니까 이번 전시를 통해서 그런 생각들을 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이번 전시회는 9월 23일까지 열린다. 굳이 세월호와 메르스 사태를 꺼내지 않더라도 작년과 올해에 생명과 관련해서 참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다. 작가들의 말처럼 전시장에 와서 작품들을 둘러보며 그 생명에 대한 생각들을 해보면 어떨까. 이곳에 오면 탁 트인 북한산의 경치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박설아 작가 <교차공간>
▲ <아트제안> 생명 대 생명 박설아 작가 <교차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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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향 작가 <Stories>
▲ <아트제안> 생명 대 생명 김수향 작가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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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아트제안, #생명대생명, #동물실험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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