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아래 맨유)가 휘청거렸다. 지난 시즌에 비해 조직력이 더 좋아져 설욕의 기회라 여겼지만, 천적 관계는 결코 무시할 수 없었다. 게다가 지난 시즌 홈&어웨이 2경기 결과 '스완지 시티 2-1 맨유'의 점수판까지 일치했다.

개리 멍크 감독이 이끌고 있는 스완지 시티가 한국 시각으로 지난 30일 밤 12시 웨일즈에 있는 리버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2016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4라운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홈 경기에서 2-1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고 4위(2승 2무 7득점 4실점)까지 순위표를 끌어올렸다.

맨유 선취골, 분위기는 좋았지만...

전반전을 득점 없이 끝낸 원정 팀 맨유는 최근에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까지 가볍게 통과했기에 선수들의 자신감이 넘쳐보였다. 바이에른 뮌헨에서 데려온 중앙 미드필더 슈바인슈타이거가 중심을 잘 잡아주기 때문에 중원에서 공을 원하는 대로 돌릴 수 있었던 것이다.

후반전 시작 후 3분만에 선취골까지 터졌다. 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그들의 표정은 활짝 피어나기 시작했다. 왼쪽 측면에서 루크 쇼가 기습적으로 올린 공을 웨인 루니가 슬쩍 흘려주었고 반대쪽에서 달려온 후안 마타가 미끄러지며 차 넣었다.

지난 시즌에 당한 2패의 치욕을 씻어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만들어진 것이다. 측면 공격형 미드필더 멤피스 데파이, 안정적인 수비력을 자랑하는 오른쪽 풀백 다르미안도 모자라 언제나 든든한 미드필더 슈바인슈타이거까지 데려와서 새로운 팀이 된 느낌으로 시즌 초반 흐름을 형성하고 있었으니 자신감이 느껴졌다.

반대로 스완지 시티는 지난 시즌과 거의 같은 팀이었다. 가나에서 데려온 탄력 넘치는 공격형 미드필더 안드레 아이유 말고는 핵심 선수들이 그대로 뛰고 있었다. 0-1로 끌려가고 있었지만 스완지 시티 선수들은 차근차근 조직력을 완성하기 시작했다. 거짓말처럼 한국인 미드필더 기성용이 바꿔 들어간 뒤부터 놀라운 일이 벌어진 것이다.

기성용 효과, 대역전 드라마 쓰다

스완지 시티의 개리 멍크 감독은 선취골을 내주고 10분 뒤에 공격형 미드필더 라우틀리지를 빼고 기성용을 들여보냈다. 무모한 측면 싸움보다 가운데 쪽에서 공을 안정적으로 소유하며 역습을 노리는 전술 변화를 비교적 이른 시간에 주문한 것이다.

기성용 효과는 거짓말처럼 단 3분만에 나타났다. 중원에서 공 소유권을 따낼 수 있으니 역습이 빠르게 이뤄졌고 시구드르손의 정확한 크로스가 안드레 아이유의 머리를 빛냈다. 이 경기 전까지 무실점 행진을 자랑하던 맨유의 가운데 수비 구멍이 너무나 크게 보였다. 골을 터뜨린 아이유는 물론 바페팀비 고미스까지 완전히 놓친 것이었다.

그리고 5분만에 아름다운 역전 결승골이 나왔다. 2만 828명의 스완지 시티 홈팬들은 빗속에 만들어진 멋진 역전 드라마에 환호성을 보냈다. 역습의 출발점은 역시 기성용이었다. '기성용-존조 셸비-시구드르손-아이유'로 이어진 네 차례의 간결한 패스는 보는 이들이 탄성을 터뜨릴 정도로 부드러웠다. 그리고 아이유의 절묘한 찔러주기가 골잡이 바페팀비 고미스를 빛냈다.

강한 슛보다 정확한 돌려차기를 선택한 고미스는 각도를 줄이며 몸을 내던지는 맨유 골키퍼 로메로를 피해 공을 제대로 굴려넣고는 특유의 엉금엉금 세리머니를 펼치며 포효했다. 전반전 27분에 감각적인 오른발 아웃사이드 슛이 골대 불운에 가로막혔던 고미스가 드디어 활짝 웃는 순간이었다.

이에 맨유의 판 할 감독은 역전골을 내주고 3분 뒤에 마이클 캐릭과 애슐리 영 두 선수를 한꺼번에 들여보내며 반전을 노렸고 76분에는 안데르 에레라를 빼고 펠라이니까지 들여보내며 높은 공 싸움을 주문했다.

맨유는 88분에 주장 웨인 루니가 결정적인 동점골 기회를 잡았다. 상대 센터백 둘을 절묘한 드리블 실력으로 따돌리며 골키퍼 파비안스키를 혼자서 상대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슛 타이밍을 잡지 못했기에 수비수 윌리엄스의 커버 플레이에 걸리고 말았다. 넘어진 루니가 마틴 앳킨슨 주심에게 반칙이라 호소했지만 이의 제기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로써 '스완지 시티 2-1 맨유'라는 경기 결과 공식이 2년째 이어지게 되었다. 천적 관계가 정말로 굳어지는가 하는 것은 내년 1월 3일 올드 트래포드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제 A매치 휴식기를 보내고 스완지 시티는 다음달 12일 오후 11시(한국 시각) 비카리지 로드 스타디움으로 들어가 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왓포드를 상대하고, 시즌 첫 패배를 기록한 맨유는 9월 13일 오전 1시 30분 올드 트래포드에서 리버풀 FC와 만나는 레즈 더비를 펼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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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2015-2016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4R 결과(30일 밤 12시 리버티 스타디움-웨일즈)

★ 스완지 시티 2-1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득점 : 안드레 아이유(61분,도움-시구드르손), 바페팀비 고미스(66분,도움-안드레 아이유) / 후안 마타(48분,도움-루크 쇼)]
축구 프리미어리그 기성용 스완지 시티 맨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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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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