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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학교 법학관 앞에 박 상경의 분향소가 차려졌다. 분향소에는 수십개의 헌화와 박 상경을 추모하는 글들이 있었다.
 동국대학교 법학관 앞에 박 상경의 분향소가 차려졌다. 분향소에는 수십개의 헌화와 박 상경을 추모하는 글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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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어."

총기 사고로 세상을 떠난 박 상경이 입대 전 '어떤 사람이 되고 싶냐'는 물음에 답한 말이다. 박 상경의 입대 전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보며 동국대학교 동문들은 눈물을 훔쳤다.

'필요한 사람'이 되고자 했던 박 상경은 동국대 철학과 재학 중 의경으로 입대해 복무하다 지난 25일 총기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지난 30일 오후 5시 동국대학교에서 구파발 검문소 총기사고 희생자 고 박 상경의 동문들이 추모제를 진행했다. 박 상경의 동국대 철학과 동문과 교수를 중심으로 그를 생전 알지 못했던 동국대 동문들도 참석했다.

100여 명의 학생들과 철학과 교수들은 박 상경을 기리며 학내 행진을 한 뒤, 학내 팔정도에 모여 추모제를 진행했다.

박 상경을 기리는 추모제는 지난해 4월 세월호 사고 당시 아이들을 구하다 세상을 떠난 선생님 역사교육학과 09학번 고 최혜정씨를 기리는 학내 추모제 이후 약 1년 반 만이다.

행진 중 학내에 있는 고 최혜정씨를 기리는 현수막을 지나갈 때, 안드레 정치외교학과 학생은 "최혜정 동문이 세상을 떠난 지 1년 반이 지난 지금 과연 무엇이 바뀌었는가"라며 고개를 떨궜다.

100여 명의 학생들은 약 40분간 학내 행진을 마치고 동국대 법학관 앞에 차려진 고 박 상경의 분향소 앞에 모여 헌화를 했다. 학생들이 절을 하자 바닥에는 눈물과 땀이 떨어졌다. 학생들이 헌화를 마치고 떠난 분향소 바닥에는 비가 온 듯 물방울들이 떨어져 있었다.

동국대 학생들에게 이날은 개강을 이틀 앞둔 여름방학 마지막 주말이었다. 개강 준비에 바빴을 추모제 참가 동국대 학생들은 오후 5시부터 시작된 행진이 끝난 저녁 6시, 추모제에도 참석해 자리를 지켰다.

"경찰의 총기 관리, 세월호 참사 축소판 "

총기사고로 세상을 떠난 박 상경의 동국대학교 동문들이 박 상경을 기리며 학내 행진을 하고있다. 100여명의 학생들이 참석했다.
 총기사고로 세상을 떠난 박 상경의 동국대학교 동문들이 박 상경을 기리며 학내 행진을 하고있다. 100여명의 학생들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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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기사고로 세상을 떠난 박 상경의 동국대학교 동문들이 박 상경을 기리며 학내 행진을 하고있다. 100여명의 학생들이 참석했다.
 총기사고로 세상을 떠난 박 상경의 동국대학교 동문들이 박 상경을 기리며 학내 행진을 하고있다. 100여명의 학생들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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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내 행진과 추모식에 참가한 철학과 홍윤기 교수는 경찰의 총기 사고를 강력히 비판했다.

"1987년 1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이래 경찰에서 일어난 사건 중 가장 치명적인 사건입니다. 박종철이 죽었을 때 '책상을 탁 치니까 억하고 죽었다'는 경찰의 말도 안 되는 발표가 있었습니다.

이번 경찰의 발표를 보면 변한 것은 전혀 없었습니다. 경찰의 총기 관리를 보고 세월호 참사의 축소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수백 명의 생명을 죽여 놓고, 공권력이 팽목항 앞에서 안전과 재난에 대해 그렇게 이야기했는데 바로 경찰서 안에서 경찰이 경찰을 총으로 겨누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그렇게 총기 관리를 했다면 이것은 엄청난 문제가 됩니다"

"잊지 말아 주세요"

추모제에서 박 상경의 일부 철학과 동문들은 눈물을 흘리며 그에게 '부치지 못한 편지'를 읽었다. 철학과 학생들은 박 상경이 2012년 동국대 철학과에 입학해 1학년 대표를 맡을 정도로 주변 사람과의 대인 관계가 좋았다고 전했다. 학생들은 박 상경이 항상 웃으며 주변 사람들에게 "다솜!"이라 인사했다고 전했다. '다솜'은 '사랑'의 순우리말이다.

박 상경과 동기인 철학과 12학번 안태경 학생은 "말해도 되지?"라며 공중에 말을 던졌다.

"비밀로 해달라고 했지만... 말해도 되지? ○○이는 시를 써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저는 나중에 시집을 하나 사주겠다고 어렴풋이 말했었습니다. 나중에 사주겠다고 했는데... 한 권 사서 쥐여줄걸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가족들에게 ○○이를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는 우리에게도 가족과 같았습니다. ○○이를 떠나보낼지언정 잊지 맙시다."

학생들이 행진을 마치고 박 상경의 분향소에 들려 헌화를 하고 절을 하고 있다.
 학생들이 행진을 마치고 박 상경의 분향소에 들려 헌화를 하고 절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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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강을 이틀 앞둔 30일 일요일 개강 준비에 바쁠 동국대 학생들이 늦은 시간까지 추모제 자리를 지키고있다.
 개강을 이틀 앞둔 30일 일요일 개강 준비에 바쁠 동국대 학생들이 늦은 시간까지 추모제 자리를 지키고있다.
ⓒ 허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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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윤기 동국대학교 철학과 교수가 박 상경을 추모하는 학내 행진에 참석했다.
 홍윤기 동국대학교 철학과 교수가 박 상경을 추모하는 학내 행진에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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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 12학번 김상애 학생은 박 상경이 세상을 떠난 후 가장 많이 눈물을 흘린 학생이다. 김상애 학생은 편지를 든 채 한참 동안 눈물을 흘리고서야 말문을 열었다.

"21년은 너의 찬란함을 펼치기에 너무 짧았을 시간이었을 텐데... 우리 모두에게 보여줬던 환한 모습을 이제 정말 볼 수는 없는 걸까. 너가 지금이라도 장난처럼 돌아올 것 같아. 너의 자리 비워둘게. 난 믿을 거야, 함께 항상 할 것이라고. 내 인생에 잠시 들려줘서 정말 고마워 ○○아."

마지막으로 학생들은 김광석의 <부치지 않은 편지>를 부르며 추모식을 마쳤다.


태그:#의경 총기사고, #박 상경, #동국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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