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이 막판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 투수와 토종 투수간의 다승왕 경쟁이 뜨겁게 펼쳐지고 있다.

 

지난 9일 15승 고지에 올라선 두산의 유희관은 이번 시즌 다승왕을 사실상  예약하는 듯했다. 그러나 발목 부상을 당해 엔트리에서 빠지면서 다승왕 자리가 무주공산이 되는 느낌이다. 유력한 다승왕 후보로 해커가 급부상했다. 해커는 후반기 컨디션이 상승 가도를 달리고 있는 데다 유희관을 한 경기차로 추격하고 있었기 때문.

 

그러나 유희관의 부상은 오래 가지 않았고 바로 22일에 케이티전에 출전을 했다. 케이티와의 경기에서 7이닝 4실점을 하면서 패전투수가 되어 승수 추가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그러나 지난 29일 한화와의 경기에 선발등판해 승리투수가 되며 다승왕 경쟁이 다시 안갯속에 빠졌다.

 

후반기 강한 상승세 보이는 해커

 

유희관이 발목부상으로 주춤거린 사이 NC의 에릭 해커는 5연승을 달리며 다승 경쟁의 분위기를 자기 쪽으로 가져왔다. 지난해 좋은 투구를 하고서도 승운이 따르지 않았던 해커는 국내 무대 3년째를 맞은 이번 시즌에는 불운이 행운으로 바뀌며  팀의 에이스로 확실히 자리잡았다.

 

각종 투수 부문 기록에서 상위권에 올라있는 등 지난 2년과는 딴판이다. 불과 2년 전 리그 최다패 4위 및 2할대 승률을 기록했던 투수가 이제는 8할대 승률과 함께 다승왕까지 노리고 있다.

 

해커는 지난 27일 마산 한화전에서 8이닝을 4안타 1실점으로 틀어막고 로저스와의 맞대결을 승리로 장식했다. 시즌 16승(4패)째를 챙긴 해커는 유희관을 2위로 밀어내고 시즌 처음 다승 단독 선두에 올랐다.

 

전반기 10승을 올리는데 그쳤던 해커는 후반기 상승곡선을 이어가며 6승1패의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8월에 등판한 5경기에서 모두 7이닝 이상을 소화하면서 이닝히터로서의 역할도 확실히 했다. 특히 8월 등판경기에서 평균자책점 0.97를 기록하며 전체 평균자책점도 2.60으로 끌어내리며 이 부문 1위 양현종을 압박해 가고 있다.

 

해커와 유희관이 같은 승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퀄리티 스타트에서는 해커가 25번 등판 가운데 21번으로 24번 중 15번에 그친 유희관에 비해 더 많다.

 

해커는 뜬공 비율이 낮으면서 홈런 허용 갯수도 매우 적은 편인데 지금까지 9개의 홈런을 허용하는데 그치고 있다. 반면 유희관은 17개의 홈런을 허용하며 해커에 비해 홈런 허용 갯수가 훨씬 높다.

 

다만 해커의 등판 경기가 유희관보다 한 경기 더 많지만 소화 이닝 수에서는 166과 3분의 1이닝으로 유희관보다 3이닝밖에 많지 않아 경기당 이닝 소화력에서는 유희관이 조금 앞선다.

 

유희관, 토종투수 자존심 회복하나

 

7월까지 13승을 올렸던 유희관은 8월 들어 3승만을 추가하며 시즌 16승을 기록한 가운데 해커와 다승부문 공동선두를 기록하고 있다.

 

외국인 투수들은 KBO 리그에서 3년 연속 평균자책점 타이틀과 2년 연속 다승 타이틀을 가져갔다. 그러나 이번 시즌은 토종투수들의 선전이 이어지고 있다. 평균다책점 부문에서는 양현종이 타이틀을 회복할 것으로 예상이 되는 가운데 다승 부문에서도 유희관의 선전이 시즌 막판까지 이어지고 있다.

 

유희관은 전반기에만 12승을 거두며 독주 체제를 굳히는 듯했다. 후반기 초반까지만 해도 3승1패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유희관은 공의 구속이 135㎞도 나오지 않지만 타자들은 '느림의 미학'으로 불리는 그의 공을 쉽게 공략하지 못한다.

 

구속이 느리지만 던지는 템포가 워낙 빨라 타자 입장에서는 느리다는 느낌을 받지 못한다. 또 직구는 120∼130㎞, 체인지업은 110∼120㎞로 던지는 가운데  커브는 100∼110㎞ 정도로 던지는 변화무상한 공으로 인해 타자들은 타이밍을 잡기가 어렵다.

 

빠른 공 대신 유희관은 제구력이 뛰어나고 경기 운용이 노련하다. 승리 투수가 된 경우, 대부분 후반에 뒤집기승을 거두는 경우가 많았다. 느림의 미학과 끈기의 투구로 이번 시즌 다승왕을 향해 달리고 있는 유희관. 토종 투수 다승왕이라는 기록 수립과 함께 느린 공으로 다승왕이 될 수 있다는 또 하나의 기록 수립을 향해서 꾸준하게 달려가고 있다.

2015.08.30 20:40 ⓒ 2015 OhmyNews
유희관 해커 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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