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도 김현수는 명실상부 최고의 좌타자다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 시즌이 끝나면 FA 자격을 취득하면서 해외 진출 가능성도 내다볼 수 있다. 이미 그를 보기 위해 ML(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야구장을 찾는 등 많은 관계자들의 시선이 김현수를 향하고 있다.

지난 2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의 정규시즌 11차전에서 유희관의 8이닝 1실점 호투에 힘입어 두산은 2연승을 질주했다. 여기에 동점포와 호수비를 펼친 김현수는 말 그대로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4번 타자의 자존심을 지켰다.

김현수는 시즌 초반부터 줄곧 3할대 타율을 유지하고 있다. 그 말은 큰 슬럼프 없이 꾸준한 기량을 선보였다는 이야기다. 잭 루츠, 데이빈슨 로메로 두 외국인 타자가 제몫을 다하지 못하면서 4번 타순으로 내려갔지만 '타격기계'는 멈추지 않았다.

6월 12일 이후 3할 타율 유지, 그에게 부진은 없다

연습하는 김현수 꾸준해서, 더 가치있는 김현수의 활약은 계속 빛난다.

▲ 연습하는 김현수 꾸준해서, 더 가치있는 김현수의 활약은 계속 빛난다. ⓒ 박중길


김현수는 6월 11일 LG전을 끝으로 두 달 넘게 2할대 타율로 떨어진 적이 없다. 29일까지 8월 월간 타율이 2할8푼9리로 조금 주춤했지만 그래도 본인의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또 매 달마다 홈런 3~4개씩을 추가하며 자연스럽게 20홈런 고지에도 홈런 두 개만을 남겨둔 상황이다.

욕심을 버리는 것, 그가 다짐했던 올 시즌 목표다. 그래서 테이크 백 동작 이후의 과정에서 오른발의 높이가 예년보다 낮아졌다. 파워보단 히팅 포인트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5월 중반까지 3할5푼의 고타율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도 파워보단 정확한 콘택트 위주의 타격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그런 그에게 '꾸준함'이라는 보상은 뒤따랐다. 3할1푼과 3할2푼, 이젠 1푼 사이를 오간 지 두 달이 훌쩍 넘었다. 7월 말 3할3푼대까지 타율이 치솟으며 후반기에 돌입하자마자 스퍼트를 냈으나 8월 초부터 서서히 타격감이 떨어지는 듯했다. 그럼에도 타율이 큰 폭으로 떨어지지 않았다.

그는 시즌 초부터 팬들과 언론의 관심을 한몸에 받으며 FA와 관련한 질문을 수없이 받았다. 하지만 스프링캠프부터 지금까지 김현수는 일관된 답만 내놓았다. FA, 멀리 나아가 해외 진출도 전혀 신경쓸 겨를이 없다고 밝혔고 남은 시즌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내비췄다.

그도 그럴 만한 것이,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그리고 포스트시즌까지 큰 경기 경험은 셀 수 없이 많았는데 한국시리즈 우승 반지는 한 차례도 껴보지 못했다. 2001년 이후 트로피를 든 기억이 없는 두산팬들에게도 '한국시리즈 우승'은 아직 꿈만 같다. 김현수는 그 꿈에 앞장서고 싶은 것이 아닐까.

공수 완벽, '타격기계'는 계속 돌아간다

몸 푸는 김현수 자리에 관계없이 자신의 길을 나아가는 김현수, 괜히 두산의 보배가 아니다.

▲ 몸 푸는 김현수 자리에 관계없이 자신의 길을 나아가는 김현수, 괜히 두산의 보배가 아니다. ⓒ 박중길


김현수는 지난 29일 한화전에서 4번 타자로 선발 출장해 3타수 2안타, 추격의 솔로포와 놀라운 호수비를 선보여 선발 유희관의 짐을 덜어줬다. 특히 편안하게 밀어치듯 타격한 공이 잠실구장의 좌측 담장을 살짝 넘어가 상대 선발 송은범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이 홈런으로 역전의 발판이 마련됐고, 오재일의 2타점 역전 적시타까지 터져 두산은 초반 분위기를 완전히 주도했다.

멋진 수비도 보여주었다. 1-4로 앞서던 6회 초 1사에서 정근우가 친 공이 좌측 담장 근처까지 향했는데 팔을 쭉 뻗으며 타구를 낚아챘다. 펜스와 충돌에도 아무 일 없던 것처럼 금방 일어선 김현수에게 관중석에선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그리고 6회초 2사 1루, 김태균의 타구도 센스있게 처리하며 묵묵히 유희관의 8이닝 소화를 이끌었다.

이날 경기를 통해 수비에서도 본인의 가치를 증명한 김현수의 올 시즌 실책은 단 한 개에 불과하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활약에 크게 놀랄 게 아니라는 의견이 존재하지만 적은 실책 개수는 나름대로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단지 공격형 외야수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 오늘날의 김현수를 존재하게 만든 원동력은 단연 수비다.

지금으로부터 8년 전, 그러니까 정확히 말해 2007년 일본에서 진행된 스프링캠프 때였다. 신고선수로 입단해 팀 내에서 입지라곤 눈곱만큼도 없던 당시 연습경기에 출장했다. 김경문 감독(현재 NC)은 펜스에 충돌했는데도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타구를 잡아낸 그의 집중력을 높이 평가, 그해 김현수에게 많은 기회를 부여했다. 2007년 김현수의 1군 출장 경기 수는 99경기, 이름이 낯선 팬들에겐 파격적인 기용에 가까웠다.

쟁쟁한 선수는 많다. 그러나 경쟁에서 살아남는 건 본인 하기 나름에 달려있다. 김현수는 여전히 그 쟁쟁한 경쟁 속에서 생존하고 있고, 이젠 최고의 대우를 받는 '스타'로 거듭났다. 꾸준해서 더 가치가 있고, 감히 평가하기 힘든 그의 존재감은 적어도 올시즌 두산의 야구가 끝나기 전까진 계속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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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위 기사는 네이버 블로그 유준상의 뚝심마니Baseball(blog.naver.com/dbwnstkd16)에도 동시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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