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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후 3시부터 서울역 광장에서 세월호 501일째를 맞이하여, 추모국민대회가 열렸다. 참가자들이 아직 시신조차 찾지 못한 세월호 실종자의 피켓을 들고 있다.
▲ 세월호 500일 추모국민대회 오늘 오후 3시부터 서울역 광장에서 세월호 501일째를 맞이하여, 추모국민대회가 열렸다. 참가자들이 아직 시신조차 찾지 못한 세월호 실종자의 피켓을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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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오후 3시부터 서울역 광장에서 세월호 참사 500일 추모국민대회가 열렸다. 그동안 정상적인 사회시스템이라면 이미 진상규명과 관련자에 대한 처벌 등은 다 이뤄졌어야 했다.

그러나 그것은 희망사항일뿐,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는 이 나라의 민낯을 보았을 뿐 아니라, 국가의 안보를 운운하는 정치 권력의 기만이 얼마나 더러운지 똑똑히 보았다. 500일이 되도록 진상규명이 안 된 것은 고사하고, 세월호 유족들에게 '좌빨 딱지'를 붙이는 데 성공한 정치권력은 이제 새월호는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참가자가 "진상규명없이 대한민국 없다!"라는 구호와 세월호를 상징하는 종이배, 나비, 가이 포크스 가면 등으로 자신의 의지를 표현하고 있다.
▲ 세월호 추모집회 참가자가 "진상규명없이 대한민국 없다!"라는 구호와 세월호를 상징하는 종이배, 나비, 가이 포크스 가면 등으로 자신의 의지를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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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광장에 모인 추모집회에서 외쳐진 구호는 다양했지만 "감추는 자가 범인이다"라는 구호가 가장 많이 외쳐졌다. 그리고 범인은 아시다시피 현 대통령이다.

대통령이 조롱당하는 나라, 그러나 대통령은 이런 국민의 소리는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지지율애만 목숨을 거는 듯하다. 지뢰 폭발 사고 이후 이어진 남북회담과 그 성과(?)로 지지율이 급상승했다는 소식에 희희낙락하는 시점이니 세월호 참사 500일인들 501일인들 관심이나 있을까 싶다.

"501일째, 세월호 안에 사람이 있습니다!", 이들은 인양작업은 시작되었지만 유가족들의 참관을 불허하는 정부에도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다.
▲ 세월호 추모집회 "501일째, 세월호 안에 사람이 있습니다!", 이들은 인양작업은 시작되었지만 유가족들의 참관을 불허하는 정부에도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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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인양작업이 시작됐다지만, 유가족들은 참관조차도 하지 못한단다. 도대체 무엇을 감추고 싶은 것이고, 무엇이 두려운 것인가?

유가족들의 요구가 부당한 것이라거나 인양작업을 하는데 무리한 요구라면 국민이 먼저 유가족에게 회초리를 들 것이다. 그런데 아예 유가족들의 입장이나 요구사항은 들어볼 생각도 하지 않고 참관을 막는다. 정상적이지가 않다. 무리수가 너무도 많아서 자꾸만 "도대체 뭐가 있어서 저러는가?" 자꾸만 의심이 생긴다.

서울역광장에서의 추모집회를 마치고 광화문 분향소까지 거리행진을 했다. 유족 및 참가자들 2천여명이 긴 줄을 이루고 가두행진을 했다.
▲ 세월호 추모집회 서울역광장에서의 추모집회를 마치고 광화문 분향소까지 거리행진을 했다. 유족 및 참가자들 2천여명이 긴 줄을 이루고 가두행진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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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생각들을 했다.

집권 절반을 넘긴 시점, 그동안 가장 잘했던 것이 이번 지뢰폭발 사고와 관련한 남북회담이었단다. 세월호 참사를 정상적인 수준에서 해결만 했어도 지금보다 더 높은 지지율을 담보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을까?

500일, 짧지 않은 시간이다.
절망할 수도 있는 시간이고, 희망을 접어버릴 수도 있는 시간이다.
그 긴 시간동안 유족들을 길거리에 방치한 대통령, 참으로 나쁜 대통령이요, 모진 대통령이다.

서울역 계단을 오르는 중 계단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 노숙자를 만났다. 서울역 여기저기에는 모든 희망을 다 버린 듯한 노숙자들도 눈에 많이 띄었다. 희망을 버리는 순간, 사람으로서의 존엄성은 다 무너져 버린다. 아직도 유족들이 희망을 품고, 진상규명을 부르짖을 때에 정부는 응답해야 한다.
▲ 노숙자 서울역 계단을 오르는 중 계단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 노숙자를 만났다. 서울역 여기저기에는 모든 희망을 다 버린 듯한 노숙자들도 눈에 많이 띄었다. 희망을 버리는 순간, 사람으로서의 존엄성은 다 무너져 버린다. 아직도 유족들이 희망을 품고, 진상규명을 부르짖을 때에 정부는 응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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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에 참석하려고 서울역 광장으로 향하는 길에 노숙인들을 많이 만났다.

그중에서는 아예 희망이라고는 다 접은 듯한 모습을 보이는 이들도 있었으며, 그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상당히 괴로웠다. 희망이라는 것을 포기했을 때, 이젠 다 끝났다고 생각할 때 사람이 망가질 수 있는 것이구나 생각했다.

이렇게 국민과 유가족이 아우성을 치는 것은 아직도 희망을 버리지 않았음이니 고마워하며 이 아우성에 귀를 기울일줄 아는 것이 대통령다운 모습이 아닐까?

가드행진을 벌이고 있는 참가자들은 "세월호 범인은 감추려는 자"라는 구호를 외치며, 그 범인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지목했다.
▲ 세월호 추모집회 가드행진을 벌이고 있는 참가자들은 "세월호 범인은 감추려는 자"라는 구호를 외치며, 그 범인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지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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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기대가 너무 큰 사치라는 것은 사실 절반의 임기를 채우기도 전에 알았어야 했다. 거꾸로 가는 역사, 더 살기 좋은 세상이 아니라 조금만 한눈을 팔았다가는 언제 누군가의 비수에 쓰러질지 모를 긴장감을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 나라가 되어버렸다.

더욱더 한심한 것은 이제 왠만한 부끄러운 짓은 부끄러운 것도 아니며, 부정부패와 사기행각이 오히려 능력이 되어버린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서울역광장에서 광화문 방면으로 행진을 하고 있는 집회 참가자들이 아직도 실종된 실종자들의 피켓을 높이 들고 있다.
▲ 세월호 추모집회 서울역광장에서 광화문 방면으로 행진을 하고 있는 집회 참가자들이 아직도 실종된 실종자들의 피켓을 높이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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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마음이라면, 국민의 안보를 생각하는 대통령이라면 도대체 이렇게 매몰찰 수가 있는가?

가타부타 세월호 관련한 대통령의 언행이나 행보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것은 대통령에 대한 도전처럼 느껴진다. 그만큼 성의가 없었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나는 세월호 사건만으로도 대통령은 농락당해도 할 말이 없다고 여기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를 농락하는 일베의 행위에 대해서도 유족들이 나서기 전에 단호하게 대통령이 막았어야 한다. 그리고 보수진영에서 좌파 운운하면서 이념몰이를 할 때에도 정부차원에서 그들을 제제했어야 한다. "청와대로 가자!"고 유족들과 세월호 진상규명을 외치는 이들이 행동하기 전에 대통령이 광화문에 나왔어야 한다.

그랬다면, 아마 수직상승해서 좋아서 죽은 이번 지지율보다 더 높은 지지율을 누리며 국민화합에 힘쓴 대통령으로 남을 수 있었을 것이다.

대통령이 조롱당하고 있다고 분노할 것인가? 누가 이토록 대통령을 조롱당하게 했는가? 그가 바로 세월호의 진상규명을 가로막는 장본인이 아닌가?
▲ 세월호 추모집회 대통령이 조롱당하고 있다고 분노할 것인가? 누가 이토록 대통령을 조롱당하게 했는가? 그가 바로 세월호의 진상규명을 가로막는 장본인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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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미 대통령 취임 전부터 지금까지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이들이 많다.

이것은 그들의 문제가 아니라 임기 절반의 시간을 보내도록 대통령으로서의 신뢰를 얻지 못한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이 아닐까 싶다.

국민인권위원회에서 79일째 고공시위를 벌이고 있는 기아차 비정규직 최정명, 한규협 씨를 응원하며, 그들과 실시간 통화를 했다. 세월호 추모집회를 이어가는 이들의 응원과 동시에 그들도 세월호의 진상이 밝혀지고,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어가자는 결의들을 다졌다.
▲ 세월호 추모집회 국민인권위원회에서 79일째 고공시위를 벌이고 있는 기아차 비정규직 최정명, 한규협 씨를 응원하며, 그들과 실시간 통화를 했다. 세월호 추모집회를 이어가는 이들의 응원과 동시에 그들도 세월호의 진상이 밝혀지고,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어가자는 결의들을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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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광장에서 광화문광장으로 가는 길, 시청앞에서 시위대가 잠시 멈췄다.

국가인권위원회 건물에서 고공농성을 하는 기아차 비정규직 최정명, 한구협의 정규직화 요구에 대한 지지를 보내기 위한 행동이었다.

이 문제 역시도 소위 정치하는 분들이 관심을 가지고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면 지금 이 상황까지 왔을까? 올해 무척이나 뜨거운 여름이었는데, 28일자로 79일째 고공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그들의 사연을 대통령이 직접 챙겼다면 이 문제가 이렇게 장기화 되었을까?

이런 마음이 없는 것일까?

이렇게 약한 자들의 소리를 듣고, 그들의 아픔을 해결하기 위해 일하는 것은 의미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대기업과 가진 자들, 변함없아 자신을 지지하는 이들만 국민으로 생각하고 나머지는 적으로 생각하는 것인지. 그렇지 않고서야 어지 이리도 냉담한지....

광화문 광장에 걸려있는 실종자들을 새긴 목판화, '아직 배안에는 사람이 있다' 500일이 넘었는데도 여전히 이 구호를 외쳐야 한다는 것이 마음 아프다.
▲ 세월호 추모집회 광화문 광장에 걸려있는 실종자들을 새긴 목판화, '아직 배안에는 사람이 있다' 500일이 넘었는데도 여전히 이 구호를 외쳐야 한다는 것이 마음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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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광장, 잊지말자 0416.

거기엔 아직도 우리 곁으로 돌아오지 못한 이들이 새겨져 있었다. 시신이라도 찾을 수 있기를 간절히 원했건만 아직도 그들은 차가운 바닷속에 있다. "아직도 거기에 사람이 있다"고 외치는 이유다.

나는 이날 서울역광장의 추모집회에 참석한 후에 광화문까지 도보행진을 함께했다. 그런 과정에서 서울역 광장의 노숙자들 중에서 희망을 완전히 버린 듯한 이들을 보았다. 그리고 그들의 의지가 아무리 결연해도 받아주지 않을 사회의 높은 벽을 보았다. 결국, 절망할 수밖에 없고, 희망의 끈을 놓아버린 이들은 이미 존엄한 인간성을 담보하기 어려워보였다.

과연 우리는 이 정권에 대해서, 이 나라의 대통령에 대해서 희망의 끈을 접어야 할 것인가? 그렇지 않기에 이토록 간절하게 요구하는 것이 아닌가? 이제 이 아우성에 귀를 기울여 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말 나쁜 대통령으로 남을 것이다.

지금까지는 당신은 정말 나쁜 대통령이었다. 그러나 아직 기회는 있다. 좋은 대통령이 될 수 있는 기회는 여전히 남아있다. 절반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을 했을 때, '그래도 세월호와 관련해서는 좋은 대통령이었어'라는 평가가 있길 바란다.



태그:#세월호추모집회, #기아차고공농성, #노숙자, #추모국민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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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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