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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열고 최근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 합의한 내용의 이행을 강조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8일 보도했다. 김 제1위원장은 또 중앙군사위 일부 위원들을 해임하고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회의에는 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과 총정치국, 인민무력부, 총참모부, 내각 간부와 군단급 지휘관 등이 참석했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열고 최근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 합의한 내용의 이행을 강조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8일 보도했다. 김 제1위원장은 또 중앙군사위 일부 위원들을 해임하고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회의에는 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과 총정치국, 인민무력부, 총참모부, 내각 간부와 군단급 지휘관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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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운명적인 시각에 화를 복으로 전환시킨 이번 합의를 소중히 여기고 풍성한 결실로 가꾸어가야 한다."

북한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은 28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전했다. 남북고위급 접촉의 결과물인 8.25 합의를 높게 평가하면서 합의 이행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이에 앞서 8.25 합의 북측 대표였던 황병서 총정치국장과 김양건 대남비서도 유사한 발언을 했다. 황 총정치국장은 합의 발표 당일인 25일 북한 전 주민이 시청하는 조선중앙TV에 나와 "북남관계 개선의 새로운 분위기가 마련된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고, 김양건 비서도 27일 "고위급 접촉의 합의 정신에 기초해 북남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적극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지뢰폭발 사건'에 대해서는 여전히 북한이 한 행위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합의문의 '창조석 모호성'을 활용한 '국내용 발언'으로 봐야 한다.)

김정은 위원장 등 북한 최고 지도부의 발언 내용이 전해지던 무렵, 남쪽 언론에서는, '참수(斬首)작전'이 화제였다. 조상호 국방부 군구조개혁추진관(육군 준장)이 27일 공개 세미나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하려는 징후가 보이면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 등 북한 핵심 지도부를 제거하는 '참수(斬首)작전' 계획을 도입하기로 했다는 것이었다.

'작계 5015'도 있다. 지난 6월 한미 양국 군이 작계 5027을 대체하는 새로운 '작전계획 5015'를 만들어 양국 합참의장 간에 서명을 마쳤다는 것이었다. (작계 5015는 북한의 핵·미사일, 생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WMD)의 공격적 제거에 비중을 두고 유사시 선제타격하는 개념을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왜 하필 지금 참수계획·작계5015 발표할까

남북 대치 상황에서 군이 당연히 대비해야 할 내용들이다. 북한도 유사한 전술이 준비돼 있을 것이다. '유사시 초기에 적 지도부를 제거한다'는 계획은 작전의 기본이고, 당연히 이번에 처음 논의된 것도 아니다. 그런데 왜 하필 국방부는 '8.25 합의' 직후에, 한마디로 요약하면 '김정은의 목을 따겠다'는 자극적인 내용을 공개했을까. '작계 5015'도 마찬가지다. 평소에는 대단히 예민하게 다루던, 그것도 이미 지난 6월에 서명을 마쳤다는 '작계 변경'사실을 지금 공개한 것일까.

통일부와 비교해보면 국방부는 매우 튄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예정돼 있던 언론인터뷰를 취소했고, 5.24 조치 해제나 남북정상회담으로 줄달음쳐가는 언론에 "지금은 그런 얘기까지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선을 긋는다. "이명박 정부 이후 7년 반 만에 존재감을 과시했는데 왜 이렇게 얌전하냐"고 물으면, "다 알면서 그러냐"고 한다. 청와대가 누르고 있다는 것이다. '전쟁의 북소리'가 그쳤는데, 대화를 담당할 통일부는 차분(?)한 반면, 국방부 스피커가 계속 요란한 것은 비정상적이다.

국방부는 왜 이렇게 '똥볼'을 차고 있을까.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군에 대한 '문민통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외교안보라인의 팀플레이도 실종된 것"이라고 진단한다.

이미 전조가 있었다. 남북고위급접촉이 절정에 달했던 지난 23일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북한 잠수함 전체의 70%인 50척이 기지를 이탈했는데, 어디로 갔는지 파악이 안 된다. 일찍이 없었던 심각한 상황이다"라고 공개했다.

북한 잠수함 기동에 대한 정보는 1급 군사기밀이다. 그런데 다른 사람도 아닌 대변인이 이를 공개해버린 것이다. 상황에 따라서는 협상판 자체를 파탄 낼 수도 있는 '사건'이었다. 뒤늦게 이를 안 한민구 국방장관이 김 대변인을 크게 질책했다는 뒷말이 나오고 있지만, 석연치 않다. 애초 대변인 재량으로 발표할 수 있는 사안을 넘어서는 사안이었기 때문이다.

외교안보부처 관계자는 "국방부가 의도적으로 그러는 것은 아니겠지만, 어쨌든 정부 차원의 조율이 되지 않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안보 타워'가 여전히 컨트롤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방부의 이같은 '일탈'은 북한을 '공세적인 압박'으로 다뤄야 하고, 이번에 대북확성기 방송 재개 등의 군사적 압박이 통했다는 정부 일반의 판단이, 군 조직이라는 특성상 더 강하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처럼 일시에, 그것도 공개되지 말아야 할 내용들을 터뜨리기는 어렵다.

북, 지난해 초부터 '남북관계 개선' 강조

그렇다면 '8.25 합의'는 실제로 궁지에 몰린 북한의 일방적 패배일까. 지난 4일 지뢰폭발사건이 북한 정권 차원의 기획이었는지, 일선부대 차원의 행동에 평양이 말려들어 가게 된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11년 만에 재개된 대북 확성기 방송이 박근혜 정부가 강조하는 것처럼 북한에 치명적이었는지는 더 살펴봐야 한다. 하지만 북한이 이번 상황을 남북관계 전반을 개선하는 계기로 활용하려 했다는 점 하나는 분명해 보인다.

지난 20일 김양건 비서가 김관진 안보실장에게 보낸 편지는 상징적이다. 북한군의 두 차례 포격 직후, 우리 군이 대응 포격을 하기도 전에 그는 "현 사태를 수습하고 관계개선의 출로를 열기 위해 노력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현 사태 수습'을 넘어 관계 개선의 길을 찾자는 것이었다.

북한의 이같은 태도는 '나름' 일관성을 갖고 있다. 지난해 1월 "정중히 제안한다"는 이례적인 표현을 써가며 '중대제안'을 했고, 같은 해 10월에는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에 황병서 총정치국장 등을 보내 '고위급 접촉'에 합의했다. 또 올해 신년사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정상회담을 언급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28일 경기도 포천에서 열린 통합화력훈련을 관람하고 나서 전역연기 장병을 격려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28일 경기도 포천에서 열린 통합화력훈련을 관람하고 나서 전역연기 장병을 격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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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이 8.25 합의를 '중대한 전환적 계기'라고 평가하면서, 그에 대한 이행 의지를 북한 내외에 대대적으로 '공표'한 것은, 지뢰 사건에 대한 '유감표명'이라는 대가를 치르기는 했지만, 나름의 성과를 냈다고 판단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말만 저렇게 하지 실제 행동은 다를 수 있는 것 아니냐 할 수 있다. 물론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북의 최고지도자가 직접 관계개선을 다짐하고 있는 이 국면을, '참수작전'운운으로 날려버리기에는 너무 아까운 소중한 기회다.

8.25 합의 관련, 북측 '배려' 발언 단 한마디도 없어

남북관계는 사실상 국내정치다. 때문에 정부가 이번 합의 결과에 대해 '자화자찬'하는 것은 당연하다. 대통령 지지도도 더욱 올려야 할 테니 말이다.

하지만 계속 북한과 대화를 하려면 '금도'가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 정부에서 이번 합의와 관련해 북측을 '배려'하는 표현은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립서비스라도 할 법한데,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또 대화의 문이 열린 시점에, 김정은 위원장을 겨냥한 참수작전과 유사시 선제타격을 담은 작계 변경 내용이 언론에 버젓이 발표되고 있다.

그래서 박근혜 정부가 결국은 북한붕괴론에 기초한 '흡수통일'을 기도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씻지 못하는 것이고, 이는 남북관계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남북은 언제든 다시 열전 상태에 돌입할 수 있는 상황이다. 김관진 안보실장과 황병서 총정치국장이 지난해 10월에 합의했던 '고위급 접촉'도, 몇몇 탈북자 단체들의 대북삐라 살포로 무산되지 않았던가.

○ 편집ㅣ손병관 기자



태그:#8.25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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