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초 주말이었다. 기자는 고양 다이노스의 행사를 취재하기 위해 고양 국가대표 야구 훈련장을 방문 중이었다. 마침 그날은 고양 레인보우야구단(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시구 행사가 있었다. 고양 레인보우 야구단의 감독인 해설위원 A씨도 아이들과 함께 행사에 참가 했다.

그 해설위원은 아이들이 시구하는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다 기자에게 말을 걸었다. "강 기자, 8월 17일에 대학생들이 즐겁게 뛰어노는 야구행사가 있습니다. 한국대학야구연맹에서 주최하는 동아리 야구 대회인데 익산에서 열립니다. 시간 괜찮으면 꼭 취재 와요. 저도 내려갈 겁니다."

전라북도 익산에 야구장이 만들어 진 것은 나 역시 알고 있었다. 그런데 동아리 전국야구 대회가 있다는 사실은 금시초문이었다. 우리나라에도 이러한 대회가 있었나? 생각하던 기자는 궁금증을 갖고 지난 17일 오전 익산으로 향하는 KTX 열차에 몸을 실었다.

전국대회 그 뜨거운 열정

원광대학생                개막식 연주에 한창이다.

▲ 원광대학생 개막식 연주에 한창이다. ⓒ 강윤기


익산 야구장에 도착하자 더운 날씨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원광대 학생들은 분주히 행사 준비를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 원광대학교 필하모니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행사에 사용될 연주 연습에 한창이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A해설위원은 흡족한 표정을 지으면서 "저거 봐요, 대학생들이 뭔가 하려는 모습이 얼마나 기특합니까? 취업난 때문에 요즘 대학생들 얼마나 생기가 없는지 모르겠습니다. 어른으로써 정말 미안한 마음이에요"라고 말했다.

이제 시설적인 부분은 어느 정도 결실을 맺었다고 본다. 내년에 대구에 신축 야구장이 들어선다면 거의 대부분의 경기장이 인프라 개선이 된다. 그렇다면 이제 야구계가 나가야 할 방향은 하나다. 이제는 생활 밀착 야구가 돼야 한다. 아직까지 프로야구가 국내 스포츠 중에 최고의 인기를 끌고 있지만, 이 열기가 지속된다는 보장은 없다.

또한, 스포츠 자체에 무관심하고 싫어하는 사람이 훨씬 많다. 그렇기에 시설적인 인프라를 떠나 내적인 인프라를 다져야 할 때다. 그렇기에 이런 행사는 야구를 좋아하는 선수들 뿐 아니라 야구에 전혀 관심 없는 대학생들에게 하나의 축제의 장으로 활용 되는 소중한 대회이다.

어떤 동기로 대회가 진행됐는지 궁금해 하는 기자에게 대회 운영을 맡은 전국 대학클럽야구연합회장 곽동희씨는(아래 곽 회장) "한국대학야구연맹에서는 야구의 저변확대를 위해 대학야구동아리의 전국화 및 체계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게 되어 준비하게 되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야구의 저변확대는 참으로 쉽지 않다. 막상 대학에서 야구를 하고 싶어도 할 공간이 없다는 것이 큰 문제다. 대부분의 경우 인조잔디가 깔려 있거나 축구 골대 정도는 설치돼 있으나 마운드가 있는 운동장은 부족하다.

막상 야구장이 있더라도 엘리트 선수들의 연습장으로 사용 되거나 혹은 프로 선수들의 특별 타격 훈련이 진행되기 때문에 일반 학생들이 야구장을 이용하기란 상당히 어렵다. 이에 한국대학야구연맹 관계자 또한 "자체적으로 학생들이 리그를 진행 하고 있는 곳이 있지만 운영이 어려운 곳이 많다"며 매우 안타까워했다.

참가팀 중 하나인 목원대 소속 목원이글스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주장인 이수빈 선수는 기자와의 대화에서"비교적 규모가 작은 소운동장에서만 연습을 진행하고 있는데, 간혹 공이 잘못 날아가 다른 교우나 교직원들에게 연습을 제지당하는 경우도 많았다"라면서 "이번 전국대회를 위해 팀에서 자체적으로 돈을 걷어 사회인들이 받는 야구 레슨을 신청해 연습을 진행하기도 하는 등 악조건이 많았다"라고 말했다.

대학클럽팀 레슨을 진행하는 스포엔터에듀 조범준 대표와 하기룡 코치도 대학클럽야구의 열악한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조 대표는 "전국에 야구를 사랑하고 배우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에 비해 장소가 협소해 레슨을 오랜 시간 진행하고 싶어도 진행할 수 없는 경우도 많이 있다"라면서 "배우고자 하는 열망에 비해 시설 인프라가 많이 부족함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전국대학클럽야구연합회 운영진과 곽 회장은 마라톤 회의 끝에 메가스터디에서 후원금을 받아 메가스터디배 대회를 개최하려고 했다. 그러나 운영진의 장고 끝에 대회가 여러 개가 열리는 것보다는 하나의 대회가 제대로 열리는 게 수월하겠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논의 끝에 한국대학야구연맹과 함께 대회를 하게된 것. 대학생들이 주가 되어 대회를 기획한다는 것 자체가 어른들의 입장에서는 납득이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국대학야구연맹 박성호 전임 회장과 연맹은 모든 것이 가능하도록 최대한 아낌없는 지원을 해주었다.

또한, 대학생들이 경기장을 활용할 수 있고 익산시에서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 갈수 있도록 배려해준 박경철 익산 시장의 도움을 빼놓을 수 없다. 개막 행사가 진행될 때 대학생들의 고충을 진심으로 들어주고 공감해준 박 시장은 이 대회의 숨은 조력자인 것이다.

박 시장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익산시는 훌륭한 야구 인프라를 갖춘 도시다, 대학생들이 이 즐거운 축제를 즐겼으면 좋겠고 젊은 패기를 가지고 항상 도전하는 자세를 잊지 않았으면 한다"라면서 "익산시 또한 젊은 여러분들을 위해 끊임없이 도울 방법을 생각하겠다"라고 답했다.

원광대학교 응원단                            박경철 익산시장의 찬사를 한몸에 받은 원광대학교 응원단 이 신해철의 그대에게를 통해 젊은 패기를 마음껏 발산하고 있었다.

▲ 원광대학교 응원단 박경철 익산시장의 찬사를 한몸에 받은 원광대학교 응원단 이 신해철의 그대에게를 통해 젊은 패기를 마음껏 발산하고 있었다. ⓒ 강윤기


대학 동아리 야구리그 대표자들이 함께 모여 마라톤 회의를 거쳐 장고 끝에 나온 의견은 하나였다. 이제는 대학동아리야구도 체계적인 조직이 필요하다는 것. 동아리야구를 하는 전국의 친구들과 상호 교류가 가능한 상태에서 전국 규모의 대회를 개최할 수 있다면 이는 클럽야구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그래서 발 빠르게 조직을 구성했다고 한다.

젊은 패기로 의기투합한 그들은 이번 대회를 대학생의, 대학생에 의한, 대학생을 위한 대회로 만들었다. 곽 회장은 정말 열심히 발품을 팔았다. 개막식부터 대학생 아나운서(원광대 방송국 아나운서)가 사회를 봤고, 원광대 오케스트라 동아리에서 배경음악 연주를 했다. 애국가 제창도 음악동아리에서 맡았고, 입장식 때 피켓과 VIP 의전 축하공연도 대학생들의 몫이었다.

곽 회장은 "대학생들이 이처럼 자신들의 끼를 분출할 수 있는 장이 앞으로도 많아져야 한다고 느꼈습니다, 특히 야구는 이처럼 여러 가지 장르를 섞을 수 있는 최적의 스포츠임을 새삼 느꼈습니다"라면서 말을 이어갔다.

"이러한 시도를 처음부터 수용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것이 가능하도록 믿어주시고 뒷받침해주신 한국대학야구연맹 관계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또한 원활한 대회진행을 위해 아낌없는 지원과 협조를 해주신 익산시청 관계자 분들, 대회 후원해주신 메가스터디, 결승전을 생중계해주신 SPOTV관계자 여러분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대회 운영 관계자 말에 따르면 "SPOTV 생중계 동시 접속자수가 평일 낮 시간임에도 2000여 명을 넘었다고 한다. 지속적인 홍보가 된다면 앞으로 더욱 발전할 수 있다고 본다"라고 전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경우 일본의 고시엔처럼 여름 방학 때 학생들이 여름을 불태울만한 야구 축제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어느 한 부분을 꼽을 수 없이 모든 부분이 열악하다. 곽 회장도 이에 동의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야구저변확대와 대학생들의 사기진작을 위해서 이 대회가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한국대학야구연맹, 문화체육관광부, 지자체 등에서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더위와의 사투를 벌이는 선수들

폭염경보가 한창인 날씨에 경기가 열리다 보니 선수, 심판, 기록원 할 것 없이 더위와의 전쟁을 치렀다. 대회 참가팀 목원이글스의 선수 한 명은 18일 3경기(오후 2시 40분~오후 4시 30분)에서 더위 먹은' 증상을 호소하며 구토 증상을 보여, 경기 중 교체되어 앰뷸런스 차량으로 이동했다. 경기 주심도 어지러움을 호소하여 경기 중 교체될 만큼 날씨가 매우 습하고 더웠다.

경기장 분배 또한 마찬가지다. A구장을 연달아 쓰는 팀이 있는 반면 다른 팀은 B구장에서 연달아 세 경기를 치르기도 했다. 형평성과 선수들의 휴식시간을 보장받지 못했던 것이다.

내년에 열릴 대회에서는 오후 경기 시간과 경기장을 매 경기가 끝날 때 마다 조정하고, 오후 경기의 경우 그라운드 정비 시간(클리닝 타임)등을 두어 선수와 기록, 심판진이 잠시 쉬는 시간을 두고 진행하는 대회가 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방 팀을 배려한 숙소와 셔틀버스

이러한 악조건에서도 성공적인 대회로 정착할 수 있었던 것은 숙소와 교통편이 미리 정해져있기 때문이었다. 한국대학야구연맹에서는 지방 참가팀들의 편의를 위해 숙소제공과 교통편 마련을 통해 이동에 불편함이 없도록 노력했고, 전년까지 보여주던 '수도권 대학들만의 전국대회에서' 지방대학들이 적극적으로 참가하는 전국대회 시스템(예선을 통한 본선 시드권 등)을 갖췄다.

결정적으로 단판으로 결정되는 토너먼트 방식이 아니었다는 것이 각광을 받았다. WBC(월드베이스볼 클래식)처럼 '더블 엘리미네이션' 대진 방식을 통해 승자는 승자끼리 패자는 패자끼리 붙는 방식으로 2패를 하면 탈락이 확정 되는 방식으로 최소한 두 번의 기회를 주었다는 점이 큰 매력 요소였다.

단지 한 게임만 뛰고 집으로 돌아갈 짐을 챙긴다면 허무함과 아쉬움이 가득할 것이다. 이를 고려한 대진 방식은 참가 대학팀들에게 큰 호평을 받았다. 가장 중요한 점은 한게임이라도 더 게임을 뛸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 부분이야 말로 가장 큰 동기부여가 아닐까?

대학야구연맹에서 바라볼 때 동아리 야구 대회는 번외경기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팀 숫자로 비교해봤을 때 엘리트 대학 야구팀은 30개 대학 동아리 야구팀은 400개가 넘는다. 시대의 흐름이 엘리트 야구보다 생활 밀착인 동아리 야구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

이들이야말로 KBO 리그의 잠재적 팬 층이다. 직접 경험 해보고 야구를 보면서 응원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 뭔가 어설프지만 사람들에게 공감을 불어 넣을 수 있는 힘이 있는 동아리 야구의 활성화야 말로 진짜 야구의 출발점이다.

소중한 추억                 과연 이 선수들이 자기 이름 석자와 유니폼뒤에 적힌 백넘버가 야구장 전광판에 뜨는 경우가 얼마나 있을 것인가? 이런 부분이야 말로 우리가 만들어갈 소중한 기억이다.

▲ 소중한 추억 과연 이 선수들이 자기 이름 석자와 유니폼뒤에 적힌 백넘버가 야구장 전광판에 뜨는 경우가 얼마나 있을 것인가? 이런 부분이야 말로 우리가 만들어갈 소중한 기억이다. ⓒ 강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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