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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세대의 삶을 공감한 현대사서.
10년 간의 오랜 공부 끝에 공감으로 돌아온 박세길 저자가 청년들의 아픔을 되돌아보고, 미래를 이야기한다.
▲ 박세길 저 '한국 현대사 열한 가지 질문' 표지 청년세대의 삶을 공감한 현대사서. 10년 간의 오랜 공부 끝에 공감으로 돌아온 박세길 저자가 청년들의 아픔을 되돌아보고, 미래를 이야기한다.
ⓒ 맹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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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은 사람을 변하게 만든다. 2015년 3월, 의정부중학교에 발령을 받은 나는 수업시간 15분 만에 졸고 있는 아이를 발견했다. 45분 수업 중 20분의 설명을 준비한 것조차 다하지 못하고 아이들을 잠들게 만들다니, 정말 핵폭탄급 충격이었다.

그 이후 나는 현재까지 해결하지 못한 고민의 과제로 나날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마 저자 박세길씨도 이 정도의 충격을 받지 않았나 싶다. 책의 머리말에 있는 내용은 저자가 받았던 충격과 자신이 새로운 고민을 해야만 했던 이유를 알려준다. 그 이유는 바로 대중의 '공감'이 부재함에 있었다.

21세기에 접어들며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어딘지 시대 흐름에 뒤처지고 있음을 느꼈다. 내 콘텐츠는 더 이상 대중의 감흥을 얻지 못하고 있었고, 그동안 나를 지탱했던 신념체계도 빠르게 허물어져 갔다. 2004년 무렵 나는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서기로 결심했다. 『한국 현대사 열한 가지 질문』 中-

대중의 공감을 찾아 나선 저자의 노력은 2015년 6월에 출간된 『한국 현대사 열한 가지 질문』으로 일단락되었다.

그 내용구성을 보면 총 3부 11장으로 편제되어 있고, '좌절'과 '희망'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저자가 바라보는 현대의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먼저 1부 '좌절의 시대'에서는 현재 청년세대가 겪고 있는 고통을 4대 대란(취업, 벤처, 카드, 부동산)을 중심으로 분석하고, 그 원인이 외환위기 이후 청년들의 희생을 전제로 한 부모세대의 사회경제적 기득권 챙기기에 있었음을 고백한다. 또한 보다 근본적인 원인이 외환위기로 한국에 강제로 투입된 신자유주의와 그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 사회구조·경제체제에 있었음을 명시한다. 한편으로는 당시의 국민·참여정부와 노동계, 그리고 진보개혁 세력의 적절치 못한 대응의 영향도 지적한다.

다음으로 2부 '절망에서 희망으로'에서는 우리 현대사의 굴곡 속에서 실패와 성공의 경험을 성찰함으로써 우리가 가질 수 있는 희망을 탐색하였다. 저자는 해방공간 속에서 팽배했던 대중과 유리된 엘리트주의, 승자독식 정치풍토의 문제점을 인식하였고, 그로부터 대중에 대한 공감, 상생의 움직임이라는 교훈을 얻었다. 또한 한국전쟁이라는 민족상쟁의 경험 속에서 외세에 의존하고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을, 통일이 전쟁을 정당화해주지 않음을, 민족상생의 관점 외에는 대안이 없음을 깨달았다. 한편, 저자는 1960~80년대에 걸쳐 현재의 대한민국을 있게 해준 산업화와 민주화를 성공시킨 주역이 '대중'이었음을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3부 '다시 희망으로'에서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한국경제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미래를 향한 희망의 움직임들이 있음을 주장한다. 승자독식, 엘리트주의, 돈 중심의 사고에 반기를 든 청년세대의 등장과 그들의 등장을 알리는 촛불시위는 첫 번째 움직임이다. 두 번째는 돈보다는 사람의 먹고사는 활동을 중점을 두는 사람중심의 경제이다. 세 번째 움직임은 최근 보수 세력까지 공감을 표하는 블루오션, 통일경제이다. 앞의 세 가지의 희망의 움직임 속에서 삼포세대라 불리는 청년들의 문제에 대한 해결을 찾고 있으며, 대한민국 사회의 미래를 내다보고 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책을 읽었고, 저자가 원하던 '공감'을 했다. 공감했던 부분은 차치하고, 내가 공감을 할 수 있었던 이유를 생각해본다면 두 가지가 있는 것 같다. 첫 번째로, 저자가 머리말에서 밝히고 있듯이 상당히 최근의 문제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현재를 이야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과거와 미래마저도 역사로 끌어들인다고 했던 저자의 분석들이 현대를 살아가는 나와 우리 가족의 지난 경험과 오버랩되면서 공감을 형성했던 것 같다.

두 번째로는, 저자가 경제적 측면의 논리에서 현대를 바라보았기 때문이다. 취업, 카드, 벤처, 부동산이라는 4대 대란의 경제문제를 중심으로 청년세대가 겪는 문제점을 지적하였고, 신자유주의와 외환위기라는 경제적 문제를 바탕으로 원인을 규명해주었으며, 그리고 사람 중심의 경제와 통일경제와 같은 경제적 측면의 희망으로 대안을 제시하였다. 이 이야기들에는 먹고 사는 문제로 고민하는 삼포세대의 청년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공감대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한편, 책의 전체적인 내용과는 별개로 감명 깊었던 부분이 있다. 바로 박세길 저자가 지닌 삶의 태도다. 저자는 90년대 '다시 쓰는 한국현대사' 등을 출간하며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대중의 공감대를 찾아 10년의 긴 시간을 보냈다. 그 시간 속에서 자신이 가지고 있었던 기존의 학문적 틀을 내려놓고, 대중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공감대를 형성하는 새로운 이야기들을 시작했다.

자신을 낮추고 자신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사람에게 귀를 기울이며 그들의 공감을 만들어내기 위한 공부를 한다는 것. 너무나 멋지고 존경스럽다. 이것은 어찌 보면 올해 교사로 입문한 나에게 앞으로 가장 필요한 태도가 아닐까 싶다. 이런 태도가 혹시 교직생활 첫 3월 달에 15분 만에 잠을 자는 아이를 보며 충격을 받았던 나에게 해결의 실마리를 주지는 않을까? 저자의 태도가 나에게 감명 깊었던 가장 큰 이유다.


한국 현대사 열한 가지 질문 - 민주화와 경제성장은 왜 보수정부와 삼포세대를 낳았나?

박세길 지음, 원더박스(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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