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천안의료원 응급환자를 받는 응급실의 입구이다.
▲ 천안의료원 응급실 천안의료원 응급환자를 받는 응급실의 입구이다.
ⓒ 김도현

관련사진보기


메르스 사태가 한창이던 지난 6월, 공공의료기관인 '천안의료원'에 근무하는 간호사 이경옥씨는 '메르스 폐쇄병동'에 투입됐다. '일단 살려야 한다'는 의료진으로서의 사명감이 앞섰지만, 3주 연속 폐쇄병동에서 버티는 것은 고된 노동이면서, 참기 힘든 '고통'이었다.

하지만 그의 어깨에 지워진 '공공의료원 수간호사'의 책임감은 가족들과 떨어져 '감옥'과 같은 그곳에서도 버틸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었다.

우리 사회는 지난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공공의료의 중요성'을 새삼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최근 '의료민영화'에 대한 사회적 찬반 양론이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의료'를 '수익창출의 도구'로 사용할 때 국민에게 얼마나 큰 위협이 되는지를 깨닫게 된 것.

특히 경상남도 홍준표 지사가 '수익성'을 들먹이며 '진주의료원'을 폐쇄하면서 '논란'이 일었지만, 메르스 사태는 '공공의료정책의 중요성'을 온 국민이 두 눈으로 목도하기에 충분했다.

지난 27일 오후 충청남도가 세운 공공의료기관인 천안의료원을 방문했다. 이곳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있는 어윤강씨는 지난 7월 환자 A(64)씨의 사례를 들려주며 공공병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A씨는 약 1년 전에 길에서 미끄러져서 다리가 골절되었어요. 다친 이후에 걷지도 못하였지만 치료비가 없어서 병원에 가지 못한 채 1년 동안 집 안에서 누워 지냈죠. 지역사회기관에 연계되어 우리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는데 의사 진단 결과는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게 했습니다. 다친 후 바로 치료를 받았으면 간단한 시술만으로도 해결할 수 있었지만 돈이 없어서 치료를 받지 못해 더 큰 수술로 치료를 했습니다."

A씨는 바로 치료를 받았으면 간단한 시술만으로도 치료할 수 있었지만, 돈이 없어서 1년 동안 집안에서 누운 채로 지냈던 것이다. A씨와 같이 돈이 없어서 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에게 천안의료원에서는 국가에서 지급하는 긴급의료지원비로 150만 원을 지원한다. 또한 그 이상의 치료비가 필요하면 후원회를 통해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돈 없어 치료 못 받는 사람들... "돈보다 사람이 우선인데"

메르스 사태를 몸소 겪은 천안의료원 수간호사 이경옥씨 또한 '공공병원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또 강조했다.

"보통 모병원이 있는 자병원에서 환자를 옮겨야하면 어디로 보내나요? 모병원으로 보냅니다. 하지만 메르스와 같은 전염병 환자들은 민간병원에서는 모병원이 아닌 공공병원으로 보냅니다. 민간병원은 돈을 벌어야 하는데 전염병 환자를 받으면 돈을 벌 수 없기 때문이죠. 하지만 공공병원은 그렇지 않습니다. 공공병원은 1차로 전염병 상황에서 적극 대처하는 의무를 가졌기 때문에 메르스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온 힘을 쏟았습니다."

이 수간호사는 민간병원은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병원이기 때문에 메르스와 같은 전염병 환자를 꺼려하기도 하지만 공공병원은 수익보다는 국민건강을 우선하기 때문에 전염병과 같은 상황에서 보다 더 효과적이고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메르스 상황 때 컨테이너로 지어진 폐쇄병동에서 3주동안 지낸 이 수간호사에게 어떤 마음으로 일했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그는 "사람 살리는 일이 우선이에요, 간호사이기 때문에 사람생명이 우선이고, 돈보다는 사람이 우선이고, 나보다는 환자가 우선"이라고 답했다.

그리고는 "사명감이라고 말하기도 그렇지만, 전 간호사니까, 그저 '내가 해야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천안의료원 응급실의 모습이다.
▲ 천안의료원 응급실 천안의료원 응급실의 모습이다.
ⓒ 김도현

관련사진보기


공공병원은 메르스와 같은 상황 속에서만 그 역할이 빛나는 게 아니다. 이날 천안의료원에서 만난 B씨는 지난 21일 저녁에 눈에 이물감이 느껴져 민간병원인 ㄴ병원 응급실을 급히 찾았다고 한다. 응급실에서 한 일이라곤 식염수를 주사기에 주입해서 눈을 씻어낸 일밖에 없는데 7~8만 원 가량의 치료비가 나왔다는 것.

만약 공공병원 응급실에서 같은 치료를 받았다면 절반도 되지 않는 2~3만 원의 비용만 부담했으면 될 일이다. B씨는 자신이 살고 있는 곳에서 천안의료원이 멀리 있는 것을 매우 안타까워했다.

천안의료원 벽에 부착된 의료비 정찰제 포스터이다.
▲ 의료비정찰제 천안의료원 벽에 부착된 의료비 정찰제 포스터이다.
ⓒ 김도현

관련사진보기


그렇다면 왜 이렇게 치료비가 차이 나는 것일까? 천안의료원 관계자에게 물었다. 그러자 이 관계자는 "공공병원은 기본 의료수가 자체가 민간병원보다 저렴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공공병원에서는 과잉진료를 금지하고 적정진료를 한다, 공공병원은 취약계층만을 위한 병원이 아니라 일반 환자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되는 병원"이라고 말했다.

공공병원은 우리사회에서 위와 같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진주의료원 폐업에 대한 여론이 상반된 의견이 야기되고 있다. 공공병원이 수익성을 따져도 되는 것일까? 공공병원이 존재하는 목적과 수익성은 역설적이다. 또한 공공병원이 만약 없다면 지난 메르스 사태에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생각하면 우리 사회는 의료민영화 문제점에 대해서도 신중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덧붙이는 글 | 김도현 기자는 오마이뉴스 대전충청지부 인턴기자입니다.



태그:#공공병원, #천안의료원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