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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대학교(총장 최순자)가 이승만 전 대통령 흉상을 설치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인하대는 내년 2월 준공 예정인 '60주년 기념관'에 학교 설립자인 이 전 대통령의 흉상을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하대는 또, 인하공과대학을 인수해 1971년 종합대학 인하대학교로 승격시킨 고(故) 조중훈 전 한진그룹 회장의 흉상도 같이 세우기로 했다.

인하대 "건물 내 흉상으로 작게 설치하는 방안 검토 중"

인하대의 이름은 인천의 인(仁)자와 하와이 하(荷)자를 따와 만들었다. 이승만 대통령이 '미국의 MIT 같은 공과대학을 만들겠다'는 취지로 하와이 교포들의 성금, 국민 성금, 인천시의 부지 제공 등을 지원받아 1954년 국립 인하공과대학으로 개교했다.

인하대 설립 당시 하와이 동포들의 성금과 한인 기독교학교 매각대금 등 15만 달러에 정부 출연금 6000만 환, 국내의 민간기부금 등 총 9674만여 환과 인천시의 토지 기부 등이 보태졌다. 인하대를 가리켜 '민족사학'이라고 부른 것은, 이처럼 하와이 한인 이민자들과 국민의 성금으로 설립됐기 때문이다.

인하대는 1954년 4월 24일 개교했다. 인하대 초대 이사장은 당시 부통령인 이기붕이 맡았다. 그리고 한국인 최초로 이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천문학자 이원철이 초대 학장에 취임했다.

1960년 4·19 혁명으로 이승만 독재정권이 몰락하고 이승만 대통령이 하야하자, 재단이 잠시 와해됐다. 이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인천 출신의 기업가인 고 조중훈 회장에게 대한항공을 인수하게 하면서 인하공과대학을 같이 인수하게 했다.

인하대의 이승만 대통령 흉상 세우기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인하대는 학교 설립자로서 그 업적을 기리기 위해 동상 설치가 필요하다며, 지난 1979년 2월 교내 인경호 북쪽에 높이 6.3m(좌대 3m 포함)의 이 전 대통령 흉상을 세웠다.

그런데 1980년대 초 민주화운동과 맞물려 인하대 학생들은 이 전 대통령의 독재와 친일 행적을 비판하기 시작했고, 1983년 10월 이 전 대통령의 동상을 철거했다. 이 동상은 현재 서울 모처 창고에 보관 중이다.

2010년에 당시 이본수 총장과 인하대 총동창회가 이 전 대통령 동상 재건을 추진했지만, 거센 반발 여론에 부딪혀 중단됐다.

인하대 총동창회 내 반응 엇갈려

이번에 다시 최순자 총장이 이 전 대통령 흉상 설치를 추진하기로 하면서, 인하대 안팎에서 갈등이 재현되고 있다. 이 전 대통령 흉상 설치는 인하대에만 국한되는 문제는 아니다. 광복과 분단 70년을 맞이한 해에 이승만 독재와 친일 논란으로 확산하는 형국이다.

이 전 대통령의 공과를 인정해야 한다는 게 흉상 설치를 주장하는 이들의 입장이다. 이 전 대통령이 독립운동을 위해 하와이에 세운 학교가 한인 기독교학교이고, 이 매각대금을 인하대 설립에 보탠 만큼 이 전 대통령의 흉상을 설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하대 일부 교수와 인천지역 시민사회, 이 전 대통령 동상을 철거했던 인하대 동문의 의견은 다르다. 이들은 이 전 대통령의 친일 행적과 친일 청산을 위한 국회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 해산, 자유당 독재와 부정부패 등을 거론하며 흉상 재건은 '잘못된 역사 인식의 출발'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인하대 관계자는 "과거 동상이 있던 자리에 설치하는 게 아니라, 건물 내 흉상으로 작게 설치하는 사업이다"라며 "확정된 것은 아니고 현재 검토 중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전 대통령이 인하대 설립을 주도한 만큼 필요하다고 보고, 고 조중훈 회장 흉상과 같이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하대가 이 전 대통령의 흉상을 설치할 계획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서 역시 반응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인하대학교 총동창회 페이스북 계정에는 "학교를 세운 사람으로 동상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한다", "과도 있지만, 공도 큰 만큼 세워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반면, 동상을 끌어내린 83학번이라고 밝힌 이는 "설립자를 세우려거든 하와이 동포들의 조형물을 세워야 한다"고 반박했고, "독재의 딸이 대통령이 되니 독재자 동상이 다시 등장했다"고 비판도 나왔다.

신규철 인천평화복지연대 정책위원장은 "개교 60주년 기념관은 인하대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지은 건물이다, 그것도 정석인하학원이 사립학교법을 위반하다가 적발돼 불가피하게 지은 건물이다"라며 "그런 건물에 이 전 대통령과 고 조중훈 회장의 흉상을 설치하는 게 과연 염치가 있는 행동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인하대 설립자를 굳이 따진다면 이 전 대통령 하나로 국한할 수 없다"며 "하와이 동포들의 기부에 국민 성금, 인천시의 토지 기부가 보태졌다, 인하대의 설립 정신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지적했다.

○ 편집ㅣ곽우신 기자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인하대, #이승만, #친일, #조중훈, #하와이동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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