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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노조가 8월 26일 울산 동구 현대중공업 본사에서 3시간 부분파업을 벌이고 있다
 현대중공업노조가 8월 26일 울산 동구 현대중공업 본사에서 3시간 부분파업을 벌이고 있다
ⓒ 현대중공업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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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노조가 "사정이 어렵다"며 임금동결을 요구한 회사측에 반발해 지난 26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3시간 부분파업을 벌였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현대차노조)도 회사측이 '상여급제를 폐지한 개인 성과 반영 임금체계'를 제안하자 "27일 교섭에서 회사측의 전향적인 자세와 결단을 통한 납득 할만한 제시안이 없으면 결단할 것"이라며 파업을 예고했다. 오늘 27일 열린 교섭은 1시간 만에 끝났고, 현대차노조는 결렬을 선언했다.

한편 정부가 임금피크제와 취업규칙 변경 등 이들 정규직노조를 겨냥한 소위 노동개혁을 추진하고 있어 앞으로 노사간 특단의 합의가 나오지 않으면 큰 파업 회오리가 몰아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회사측 공세에 대기업노조 파업으로 맞서나

27일 지역신문들은 '7분기 연속 적자 악재 뒤로한 채 현대중 노조 2년 연속 파업 강행', '현대중 노조 2년 연속 파업. 위기 아랑곳 배부른 투쟁 비난' 등 일제히 파업 비난 기사를 실었다. 지역 방송의 논조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같은 현상은 노동자의 도시 울산에서는 매년 되풀이 되는 연례행사처럼 정착된 느낌이다. 하지만 올해는 정부의 노동개혁 의지가 강해 예년에 비해 그 후유증이 클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 노조가 이처럼 언론의 비난속에서도 파업을 강행하는 것은 회사측에 대한 불신이 첫 번째 요인으로 분석된다. 회사측이 위기를 과장하고 있고, 경영실수에 의한 적자를 노동자에게 전가하려 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하기 때문이다. 

정병모 현대중공업노조 위원장은 26일 파업에서 "2분기 연속 적자를 자랑삼아 이야기하는 무능한 경영진들은 염치도 없이 그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기기만 열중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회사측은 조선 3사 모두 최악의 경영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이며, 노조가 파업으로 내부 분열을 자초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조용수 현대중공업 상무는 "노사가 협력하여 총력을 모아도 모자랄 판에, 노조의 파업은 회사를 더 어렵게 만들 뿐이다, 지금은 회사를 살리는 것이 급선무"라며 맞섰다.

현대차노조에서도 이전부터 파업 분위기가 감돌았다. 회사측이 정부의 노동개혁을 등에 업은 입장을 고수하자 집행부와 더불어 현장조직도 "회사측이 정권의 가짜노동개혁에 발을 맞춰 대국민 사기극을 벌이고 있다, 회사측이 요구하는 임금체계 변경 등은 임금을 삭감하고 인사고과를 부할하려는 개악안이라 강력 투쟁에 돌입해야 한다"고 집행부에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 대기업노조의 강한 반발에도 정부의 노동개혁은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박 대통령은 지난 26일 "일자리가 없고 실업자가 되는 젊은 청년들이 고통 속에 좌절하고 있다, 젊은 청년들의 일자리를 찾아주는 것이 노동 개혁"이라며 강한 의지를 보였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27일 "노동개혁은 청년들을 결혼시키는 일"이라며 박 대통령 발언에 맞장구를 치면서 향후 행보를 정리한 듯 보인다.

이처럼 대기업 정규직노조와 회사-정부 간의 일촉즉발 상황이 전개되는 가운데서도 그동안 대기업노조를 지원해와던 시민사회의 반응은 의외로 냉담하다.

대기업노조 위기에 시민사회가 냉담한 이유

지난 2006년 노동법 개정 총파업, 2008년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총파업 등에 참여하며 시민사회로부터 지지를 받았던 현대차노조. 하지만 그후 현대차노조는 한솥밥을 먹는 비정규직 문제에 소홀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급기야 비정규직노조가 불법파견 해소를 부르짖는데도 오히려 회사측과 신규채용에 합의하면서 시민사회로부터 "노동조합 민주주의에 반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현대차노조는 지난해 '국민총파업' 참여를 두고 벌인 조합원 찬반 투표를 다수결의 '파업 반대'로 부결시켰다. 올해 4·24 민주노총 총파업 때도 '억지파업'이라며 사실상 파업에 불참하면서 급기야 이를 비판하는 노동단체 대표를 상집들이 폭행하는 불상사가 벌어지기도 했다.

현대중공업노조도 지난 2004년 하청노동자 박일수 열사의 분신 때 보여준 반 노동자적 행태로 민주노총으로 제명당한 후 시민사회의 공분을 자아내는 행보를 보여왔다. 급기야 시민사회가 반발한 이명박 정부의 노동정책에 모범 노조로 칭송을 받으면서 공분은 극에 달했다. 비록 지난해 민주노조로 집행부가 바뀐 후 하청노동자를 끌어 안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이미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하청노동자 비율과 상대적 박탈감은 걷잡을 수 없는 상태가 되어 버렸다.

지난해 현대차노조의 국민총파업 불참을 두고 한 시민단체 회원은 "마음이 착잡하다, 자신들에게 어려움이 닥칠 때 과연 누가 도울지 의문"이라고 토로한 바 있다. (관련기사 : 현대차노조 '총파업 불참'... 시민사회 "마음이 착잡")

그동안 나름대로 '노조의 사회적 역할'을 하며 시민사회의 지지를 받고 입지를 굳혀온 대기업노조. 하지만 시나브로 무뎌져온 대기업노조의 사회적 역할로 인해 시민사회가 허탈감에 빠진 것이 엄연한 사실이다.

막상 자신들이 어려울 때 도와줄 이가 없다는 현실에 직면한 대기업노조가 앞으로 지향해야 할 바가 무엇인지를 말해주는 대목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울산>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현대차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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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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