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다소 부정적이었던 반응을 의식했던 걸까. 26일 방영한 JTBC <투유 프로젝트-슈가맨을 찾아서>(이하 <슈가맨을 찾아서>)는 시청자가 지적한 부분을 적극적으로 반영, 지난 회보다 한층 개선된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첫 회보다 더욱 살아난 유재석-유희열 간의 티격태격 케미도 일품이었지만, 가장 돋보이는 변화는 역시 슈가맨의 존재감이었다. 1996년 잠시 여성들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았다가 소리 소문도 없이 사라진 '풍요 속의 빈곤' 김부용의 등장도 반가웠지만, 1992년 한국을 전역을 강타한 드라마 <질투>의 주제곡을 부른 유승범은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시청률 56.1%에 육박하는 드라마의 인기와 함께 동명의 주제곡 '질투'도 세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지만, 노래의 유명세에 비해 정작 그 노래를 불렀던 유승범의 이름을 정확히 기억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그간 김경호의 '금지된 사랑' 등 작곡가로서 꾸준히 활동했다고 하나, 그야말로 '질투' 한 곡만 빅히트를 시키고 홀연히 사라진 주인공 유승범은 한 시대를 풍미한 '원 히트 원더'를 찾겠다는 제작진의 의도와 명확히 맞아 떨어진다.

김부용 또한 오랜만에 만나서 반가운 '슈가맨'이었다. 음악 자체보다는 당시 '맘보걸' 이선정, 서유정과 함께한 춤이 더 화제를 모으긴 했지만, 당시 '리틀 정우성'이라 불렸을 정도인 김부용의 스타성은 요즘의 인기 아이돌 못지 않았다. 다만 그 시기가 너무나도 짧았을 뿐이다.


슈가맨을 찾는 과정을 일일이 보여주는 대신, 유재석과 유희열의 코믹한 대결 구도 속 긴장감을 십분 활용해 슈가맨들과의 토크를 한층 강화한 것도 두드러진 변화 중 하나였다. 지난 회에서는 어수선한 분위기 탓에 잘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유재석은 방송 출연이 익숙지 않은 게스트조차 무장해제하게 하는 놀라운 힘을 가진 진행자이다. 거기에 오랫동안 라디오 DJ, KBS <유희열의 스케치북> 진행 등을 통해 뮤지션들과 눈높이 대화가 가능한 유희열의 추임새가 있으니, 슈가맨들과 함께하는 추억 토크가 한결 살아나기 시작했다.

또한 존박과 AOA의 지민, 인피니티의 성규와 나인뮤지스의 경리가 각각 팀을 이뤄 만든 리메이크송도 인상적이었다. 원곡의 본질을 크게 훼손하지 않으면서, 2015년의 감각에도 부합하는 재해석을 보여준 이들의 무대는 지난 첫 회의 부진을 말끔히 씻은 기분이다.

지난 회에서처럼 많은 것을 보여주겠다는 욕심을 버리는 대신, 선택과 집중을 단행한 <슈가맨을 찾아서>는 한층 간결해지고 부드러워졌다. 이 프로그램의 다음회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