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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버지니아에서 발생한 방송기자 2명의 피격 사망 사건을 보도하는 CNN 뉴스 갈무리.
 미국 버지니아에서 발생한 방송기자 2명의 피격 사망 사건을 보도하는 CNN 뉴스 갈무리.
ⓒ C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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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방송기자 2명이 생방송을 진행하다가 총격을 받고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AP,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26일(현지시각) 미국 버지니아 베드퍼드 카운티의 브리지워터 플라자에서 이 지역 방송국 WDBJ의 앨리슨 파커(24) 기자와 애덤 워드(27) 카메라기자가 생방송을 진행하던 중 전직 동료 기자의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

이날 프랭클린 카운티의 복합 휴양시설에서 상공회의소 대표 비키 가드너와 지역 개발에 관한 인터뷰를 진행하던 파커 기자와 워드 기자는 갑자기 나타난 괴한의 총격을 받고 쓰러졌다.

인터뷰를 하던 파커 기자가 총에 맞아 쓰러지고, 워드 기자가 들고 있던 카메라가 바닥에 떨어진 데 이어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는 등 당시 상황이 생방송으로 고스란히 중계되면서 미국 전역에 충격을 안겼다.

파커 기자와 워드 기자는 현장에서 사망했고, 인터뷰에 응한 가드너 역시 등에 총을 맞았으나 목숨을 건져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특히 카메라기자인 워드는 결혼을 앞둔 약혼녀가 방송 조종실에서 총격 상황을 직접 목격한 것으로 알려져 주변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파커 기자의 남자 친구인 같은 방송사 앵커 크리스 허스트도 그동안 주변에 알리지 않고 사내 연애를 하다가 이번 사건이 발생하자 자신의 트위터에 연애 사실을 공개하며 "우리는 서로 정말 사랑했고, 지금의 슬픔을 말로 표현할 수 없다"라고 적었다.

용의자는 방송사서 해고된 전직 기자

총격을 가한 용의자는 6,7발을 발사한 뒤 달아났다. 용의자는 경찰의 추격을 피해 차량을 타고 도주하던 중 스스로 총을 쏴 자살을 시도했고,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다가 결국 사망하고 말았다.

용의자는 WDBJ 전직 기자로 베스터 리 플래내건(41)으로 밝혀졌다. 그는 사건 발생 5시간 후 고속도로에서 경찰의 추격을 피해 과속하다가 사고를 냈고, 차 안에서 자살을 시도하다가 체포됐다.

용의자가 사망하면서 정확한 범행 동기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경찰은 '증오 범죄'로 추정하고 있다. 그는 2012년 3월 방송사에 입사했으나 '분열적 행동'으로 불과 11개월 만에 해고당했다.

용의자는 범행 후 트위터에 자신이 저지른 총격 동영상과 함께 파커 기자와 워드 기자를 향해 "나와 같이 일하다가 (나 때문에) 인사부로 갔다", "인종차별적 발언을 해서 신고했으나 방송사 해고하지 않았다"라는 글을 올렸다.

플래내건은 해고 당시에도 경찰에 의해 강제로 방송사에서 끌려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그가 전직 동료와 방송사의 인사 조치에 대한 개인적 원한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지상파 CBS 계열사인 WDBJ는 버지니아주 남서부 지역 소식을 전하는 방송사다. 총격을 당한 두 방송기자의 상사인 제프리 마크 총괄 매니저는 "모든 직원들의 가슴이 무너졌다"라며 "우리가 사랑하고, 뛰어난 능력의 두 방송기자를 앗아간 끔찍한 사건"이라고 애도했다.

백악관, 희생자 애도하며 총기규제 촉구

총격이 발생한 당시의 생방송 인터뷰 장면 갈무리.
 총격이 발생한 당시의 생방송 인터뷰 장면 갈무리.
ⓒ WDB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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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자가 생방송 도중 피격되어 사망하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하자 미국 백악관은 성명을 통해 희생자와 가족들에 대한 깊은 애도를 표하면서 총기규제 입법을 재차 촉구하며 의회를 압박했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이번 사건은 미국에서 총기 폭력이 얼마나 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것"이라며 "총기 규제를 위한 조치가 반드시 필요하며, 입법권을 가진 의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012년 12월 코네티컷주 샌디훅 초등학교에서 총기 난사로 아동 수십 명이 숨지는 참사를 계기로 강력한 총기 규제를 추진하고 있으나 공화당과 미국총기협회(NRA)의 강력한 반발에 막혀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의 유력 대선 후보인 클린턴 힐러리 전 국무장관도 성명을 통해 "이제는 총기 폭력을 멈추기 위한 행동에 나서야 한다"라며 "이번 사건으로 분노가 차올라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라고 총기 규제를 지지했다.


태그:#미국 총기사고, #WDBJ, #총기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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