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함정> 포스터

영화 <함정> 포스터 ⓒ 데이드림 엔터테인먼트


* 이 기사에는 영화의 일부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도시에 사는 젊은 부부가 우연히 산골마을이나 섬 같은 오지를 찾아갔다가 그곳에서 벌어지는 사건에 연루되거나 살인마를 만나 위기를 겪게 된다는 이야기는 이런 스릴러 장르 영화에 낯설지 않은 설정이다.

게다가 사건의 키를 쥐고 있는 범상치 않은 남자가 바로 마동석이라니. 그간 <악의 연대기><더 파이브><이웃사람> 등의 영화에서 보여주었듯이 마동석은 남성성의 상징 같은 존재다. 주로 영화에서 감초 같은 조연으로 활약하던 그가 주연을 맡은 <살인자>의 실패가 우려되기는 하지만 이 영화에서 마동석은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역할을 맡아 영화를 끝까지 이끌어 간다. 이 영화는 오롯이 마동석의, 마동석에 의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산마루 식당을 운영하는 위험해 보이는 남자 상철을 연기한 마동석. 언제나 그는 기본은 한다.

산마루 식당을 운영하는 위험해 보이는 남자 상철을 연기한 마동석. 언제나 그는 기본은 한다. ⓒ 데이드림 엔터테인먼트


유산에 대한 트라우마로 부부사이가 좋지 않아 걱정이던 소연(김민경 분)은 남편 준식(조한선 분)과 여행을 계획한다. 하지만 섬에는 묘한 기류가 흐르고 그들을 맞이하는 성철(마동석 분)부부는 비밀을 감추고 있다. 부부관계 회복을 위한 일종의 이벤트가 끔찍한 사건으로 변하게 되고 이제 부부는 살인마의 손에서 탈출을 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지게 된다. 

재미있는 것은 소연이 성철이 운영하는 산마루 식당을 찾아가게 되는 계기가 바로 인터넷이라는 것이다. 진부한 소재와 전형화된 캐스팅이 영화의 극적인 재미를 떨어뜨릴 수도 있지만 영화는 영리하게도 요즘 이슈가 되는 SNS라는 코드를 집어넣어 또 다른 이야기축을 형성한다.

 쫓는 자와 쫓기는 자의 심리 대결이 볼 만하다

쫓는 자와 쫓기는 자의 심리 대결이 볼 만하다 ⓒ 데이드림 엔터테인먼트


하지만 아쉽게도 영화는 이러한 장치를 잘 살리지 못해 재미를 반감시킨다. 'SNS를 통해 사람들이 사라진다.'는 문장을 영화의 카피로 사용한 데에 반해 실상 영화에서 그러한 부분은 잘 확인할 수가 없다. 심지어 성철의 집에는 컴퓨터도 보이지 않는다. '최근 5년, 실종신고 25만건', '2만 3천 명의 생사 불명자'라는 광고문구를 나열하고 있지만 실제로 <추격자>나 <실종><짐승> 같은 영화의 모티브가 된 이러한 사건들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잘 건져내지 못한 느낌이다.

하지만 섬마을이라는 제한된 장소가 주는 폐쇄적인 공포와 잔인하지만 관객을 오싹하게 만드는 일부 장면들이 영화의 분위기를 잘 살리고, 인물들의 관계에서 오는 긴장감과 앞으로 전개될 사건에 대한 서스펜스가 영화를 보는 관객으로 하여금 몰입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몇몇 대사들이 겉도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배우들의 앙상블은 나쁘지 않고 몇몇 쇼트는 영화관을 나서고 나서도 기억에 남을 정도로 훌륭하게 촬영되었다.

 <함정>에서 성철역을 맡아 열연한 '마요미' 마동석

<함정>에서 성철역을 맡아 열연한 '마요미' 마동석 ⓒ 데이드림 엔터테인먼트


최근 본인도 인정하는 '마요미'라는 별명이 말해주듯이 마동석은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들며 종횡무진 활약을 펼치고 있다. 거대한 몸과 강한 인상이 주는 위압감에 반해 사람을 미소짓게 하는 묘한 매력도 가지고 있는 사나이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영화 <함정> 역시 그런 마동석의 매력을 십분 활용한 영화이다. 그러나 마동석의 캐릭터에 기대어 플롯과 서스펜스의 중요성을 놓친 건 아닌가 아쉬움이 남는다. 좋은 소재와 매력있는 배우들의 앙상블이 돋보이긴 하지만 어딘가 조금 부족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오랜만에 스크린에서 만나는 조한선은 연기 인생 최초로 스릴러 장르에 도전하며 연기변신을 꾀하고 있다. 더 이상 그는 <늑대의 유혹>이나 <연리지>의 꽃미남 청춘스타도 아니고 <열혈남아><무적자>의 선이 굵은 깡패 역할의 자기복제만을 반복하는 우를 범하지 않는다. 이번 영화의 캐릭터는 평면적이긴 하지만 무척이나 자연스럽게 스크린에 녹아들며 배우로서의 커리어를 다시 쌓아가고 있는 것이 보일 정도로 열연하였다.

2001년 미스코리아 진을 차지하며 주목받기 시작한 김민경은 최근 MBC 드라마 '1%의 어떤 것'으로 안방에도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간 '소문난 칠공주', '부모님 전상서' 등으로 연기자로서의 경력을 작지만 꾸준히 쌓아가던 그녀는 이번 영화로 본격적인 연기자로서의 활약을 선보이며 앞으로의 가능성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앞으로의 연기활동이 기대되는 지안

앞으로의 연기활동이 기대되는 지안 ⓒ 데이드림 엔터테인먼트


성철의 내연녀이자 준식을 유혹하는 묘한 매력의 김민희 역을 맡은 지안은 2003년 미스 춘향 선발대회에서 1위를 차지하고 뒤이어 장우혁의 뮤직비디오 '지지않는 태양'에 출연하며 본격적인 연예계 활동을 시작했다. <뉴하트>나 <올드미스 다이어리>에서 단역을 맡아 연기실력을 쌓아가던 그녀는 이번 영화에서 맡은 역할로 다음 출연작이 몹시도 궁금하게 만들었다.

<트럭>과 <호로비츠를 위하여>의 권형진 감독은 드라마와 스릴러의 장점을 모두 살려 감각있는 연출력을 선보이며 저예산이지만 흡인력 있는 미스테리 스릴러 영화를 완성시켰다. 독특한 미장센과 관객의 혼을 쏙 빼놓는 장면 연출 센스가 돋보인다.

우정출연한 <나쁜 피>의 윤주도 짧지만 강력한 인상으로 신 스틸러로서의 매력을 선보였다. 영화는 9월 개봉 예정이다. 흥미로운 소재와 간담을 서늘케 하는 설정으로 완성된 영화 <함정>은 유독 공포나 스릴러 장르가 약세를 보였던 올해 극장가에 반가운 손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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