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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박근혜 대통령이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여당 국회의원 초청 오찬에서 "이제는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개혁에 매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많은 난관이 있겠지만 우리가 한마음으로 노력한다면 반드시 해낼 수 있다고 저는 믿는다"고 발언하고 있다.
▲ 박 대통령 "이제는 경제활성화·개혁에 매진할 때" 박근혜 대통령이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여당 국회의원 초청 오찬에서 "이제는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개혁에 매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많은 난관이 있겠지만 우리가 한마음으로 노력한다면 반드시 해낼 수 있다고 저는 믿는다"고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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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쁜 소식을 전하겠다. 박근혜 대통령께서 새누리당 의원 전원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 하시기로 했다."

25일 새누리당 국회의원 연찬회 첫날 일정이 만찬 자리의 떠들썩한 건배사로 마무리돼 가던 시점이었다. 남북 고위급 접촉이 성공적으로 끝난 터라 술도 몇 순배 돌았다. 만찬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하려는 듯 갑작스럽게 청와대 발 '기쁜 소식'이 전격 발표됐다. 박근혜 대통령의 오찬 초대 소식이었다. 

대통령의 갑작스런 '청와대로의 초대'에 설왕설래가 오갔다. 당이 공지한 대로 박 대통령의 초대를 기쁘게 받아들이는 의원들도 있었지만 반대로, '이런 식의 초대가 어디 있느냐'며 반발하는 기류도 없지 않았다. "내일 일정을 다 취소하게 생겼다"라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대통령의 갑작스런 통보에 여당 의원들 볼멘소리

대통령의 초청장을 들고 온 이는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이었다. 현 수석은 이날 저녁 연찬회가 열리고 있는 천안 우정공무원교육원을 찾아 김무성 대표에게 박 대통령의 뜻을 직접 알렸다. 의원들은 물론 기자들도 예상치 못한 '통보'였다. 

청와대는 이날 오후 5시경 이미 출입기자들에게 "26일 박 대통령의 공식 일정은 없다"라고 했었다. 불과 2시간 사이에 오찬 일정이 잡혔다는 이야기다. 현기환 수석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 일정이 없다고 한 것은 오찬 행사 확정이 좀 늦어져서 그런 것"이라고 양해를 구했다.

청와대는 갑작스럽게 오찬 행사가 잡힌 배경에 대해 "박 대통령의 임기 반환점을 앞두고 여당 의원들과의 오찬 행사를 계획했지만 남북 관계 긴장이 계속되면서 미루고 있다가 남북 고위급 접촉이 잘 마무리돼 그런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박 대통령이 남북 고위급 접촉이 진행되는 동안 밤잠을 거의 못 잤는데도 의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하기로 한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문제는 여당 의원들과 소통하기 위해 마련된 오찬 회동의 날짜가 결정되고 여당에 전달하는 방식이다. 청와대는 "오래전부터 검토해 왔다"고 설명했지만 그 과정에서 여당과 협의는 부족했다. 그리고 청와대의 일방적인 통보가 이어졌다.  

이 때문에 19대 국회의 마지막 정기국회 개원을 앞두고 전략 등을 논의하는 중요한 행사인 올해 의원 연찬회는 예정보다 3시간 일찍 마무리되는 등 당초 계획보다 대폭 축소됐다. 20대 총선 필승 전략과 4대 구조개혁 추진 방안 등을 놓고 당내 의원들 간 난상 토론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려던 계획도 틀어졌다.

오찬 시간에 맞춰 청와대에 도착하기 위해서는 늦어도 오전 9시 30분경에는 청와대로 출발해야 했기 때문이다.

여전한 수직적 당청 관계... 반쪽 행사된 연찬회

새누리당의 한 재선 의원은 "청와대는 의원들이 한 자리에 모일 기회가 흔치 않아 연찬회 날짜에 오찬을 잡았다고 하는데 다른 날짜에 대통령이 초청한다고 해도 안 가겠다고 할 의원들이 몇이나 있겠느냐"라며 "대통령 일정이 여의치 않았다면 연찬회 진행에 지장이 없게 만찬으로 행사를 기획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또 다른 의원도 "이런 식은 아니지 않느냐"라며 "내일 오찬에 참석하지 않겠다"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26일 오찬이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당·청이 소통하는 자리였다며 만족스러운 눈치다. 하지만 박 대통령과 여당 의원의 오찬 추진 과정에서 여전히 수직적인 당·청 관계의 속살은 여과 없이 드러났다. 박 대통령의 한 마디에 오래전부터 준비해 왔던 당의 중요한 행사는 반쪽짜리가 됐다.

이날 오찬을 두고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의 참모들이 귀담을 들을 필요가 있을 것 같아 그대로 옮긴다.

"박 대통령이 의원들을 본인이 오라면 오고, 뭘 하라면 해야 하는 부하 직원으로 여기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 의원들을 청와대로 불러 점심을 먹일 게 아니라 박 대통령이 연찬회장으로 깜짝 방문해 의원들과 함께 식판에 담은 밥을 먹으면서 후반기 국정운영에 대한 협조를 부탁했더라면 어땠을까. 아마 의원들이 진심으로 감동해 대통령을 돕자고 하지 않았을까."


태그:#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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