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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목포대학교 도림캠퍼스에서 열린 전국해양문화학자 전체회의가 끝난 후 종합토론을 하고 있다. 왼쪽에서 두번째가 김영란 교수이다
 20일, 목포대학교 도림캠퍼스에서 열린 전국해양문화학자 전체회의가 끝난 후 종합토론을 하고 있다. 왼쪽에서 두번째가 김영란 교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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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회 전국해양문화학자대회(8월 20일부터 23일까지)가 끝났다. '섬의 시대, 바다의 시대를 열다'라는 주제로 국립목포대학교 도림캠퍼스에서 열린 대회에는 전국에서 200여 명의 학자가 참여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개회식 첫날, 기자의 눈길을 끄는 발표가 있었다. 목포대학교 김영란 교수가 발제한 <경험에서 얻은 섬복지의 현실과 몇 가지 제안>이 바로 그것이다. 김 교수는 어촌과 농촌의 노인에 관해 연구한 결과를 바탕으로 '제3기 지역복지계획 2015년~2018년'이라는 자료를 전라남도 도지사에게 제출했다. 김 교수는 자신의 자료를 근거로 청중들에게 의미있는 제안을 했다.

김 교수는 ▲ 사회복지학계에서 섬의 복지를 연구하는 경우가 희귀하다는 점을 알리고 ▲최근 섬복지에 관한 연구 경향 ▲ 마지막으로 향후 섬복지 체계 개선을 위해 주민생활거점센터 설립을 제안했다.

전국 65.11% 섬 있는 전남, 재정자립도는 최하위 그룹

전라남도는 전국 섬의 65.11%에 달하는 2219개의 도서와 전국의 46.1%에 해당하는 6475㎞에 달하는 해안선이 있다. 하지만 재정자립도는 꼴찌 수준이다. 특히 전라남도 서단의 완도군, 진도군, 신안군은 재정자립도가 약 5%다.

'여기 사람이 있다'며 "우리가 어디에 살든지 똑같은 수준의 복지가 제공돼야 한다"고 주장한 김 교수는 "공무원도 가지 않으려는 섬을 민간인에게 가라고 하거나 민간이 갈 것이라고 미루는 것은 정부 직무유기의 일종"이라고 비판했다.

"섬주민에게도 육지 주민들과 동일한 복지가 제공돼야 한다"라고 주장한 그녀는 "섬에 사는 노인들을 대도시의 생활과 비교하면 마치 원시시대를 사는 것처럼 생활하고 있다"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녀가 연구원들과 함께 방문해 기록한 진목도 상황이다.

진도군청에서 39㎞ 해상에 위치한 면적 0.39㎢의 진목도는 농산물로 고구마와 보리 등을 재배하며 부근 해역에서는 갈치, 전갱이, 쥐치 등이 많이 잡힌다. 마을에는 이장님을 포함해 부부가 두 가구, 아들과 어머니 한 가구, 나머지 일곱 가구는 독거로 모두 80세 이상의 할머니들이었다.

전라남도 재정자립도는 전국에서 가장 낮은데, 22개 전라남도 시군 중에서 완도군, 진도군, 신안군이 가장 열악하다
 전라남도 재정자립도는 전국에서 가장 낮은데, 22개 전라남도 시군 중에서 완도군, 진도군, 신안군이 가장 열악하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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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들은 잘 모이지 않고 각자 생활하는 편입니다. 밥도 혼자 드시는데 반찬을 거의 해서 드시지 않아요. 주로 미역국을 끓여서 말아 드시거나 물에 말아 드시고 반찬은 단무지 하나 정도입니다. 물이 부족해서 농사를 짓지 않는 편이고 과일이나 육류도 없습니다." 

섬은 세상과 격리돼 있으면서도 또한 세상을 향해 열려있는 이중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섬의 이중성은 무한한 상상력을 제공하는 특정한 이미지의 장소이다. 하지만 실제로 섬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낙후와 부재, 소외를 겪으면서도 떠나지 못하는 생활의 터전을의미 한다. 전남발전연구원에 근무하는 김준 연구원의 얘기다.

김영란 교수의 '섬복지에 대한 몇 가지 제안' 자료
 김영란 교수의 '섬복지에 대한 몇 가지 제안'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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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정치적·정책적으로 어촌에 관심을 가졌던 적이 없으며, 섬은 사회적으로도 늘 사각지대였습니다. 그 유명한 새마을운동 시기조차도 어촌과 어민은 행정력과 재정력 부족으로 소외되었습니다."

김영란 교수가 10년간 도서지역의 복지를 연구하는 동안 주제어로 '도서지역 복지'라는 주제로 RISS통합검색을 해보니 14편에 불과했다. 섬은 그만큼 학자나 일반인에게도 관심이 없는 지역이다.

섬과 바다에서 생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천시하는 말로 '섬놈', '뱃놈', '갯것'이라는 칭호로 불렀으니 말할 것도 없다. 육당 최남선은 "조선이 바다를 버리고 스스로 고립됨으로써 망국의 비극을 맞게 되었다"고 진단했다.

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장 강봉룡 교수의 얘기다.

"쾌속선은 3만 원 넘는데, 버스비는... 이게 차별"

전국해양문화학자 대회가 열린 목포대학교 도림캠퍼스에는 해산물을 이용한 의미있는 조형물이 설치됐다. 목포대학교 이정연 교수가 멸치와 소라고동, 소금, 굴, 고래밥 등을 이용해 바다를 형상화했다
 전국해양문화학자 대회가 열린 목포대학교 도림캠퍼스에는 해산물을 이용한 의미있는 조형물이 설치됐다. 목포대학교 이정연 교수가 멸치와 소라고동, 소금, 굴, 고래밥 등을 이용해 바다를 형상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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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안여객선 이용료가 항공료나 육로보다 비쌉니다. 안전하지도 쾌적하지도 않아요. 예컨대 90㎞ 정도 떨어져 있는 목포~흑산도 간 쾌속선비는 3만4300원이고, 70㎞ 정도 되는 목포~광주간 고속버스비는 5700원입니다. 이러한 교통비의 차이는 육지와 대비해 섬에 대한 국가의 차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겁니다.

이는 국민이 섬을 방문하여 섬을 향유할 수 있는 권리를 심각하게 훼손 제약합니다. 국가가 이러니 국민 역시 바다와 섬을 멀리하고, 섬에 가지 않고 살지 않으려는 마음을 갖게 될 수 밖에 없어요. 육지 중심의 인식에 사로잡혀 바다도 우리의 소중한 영토라는 인식을 갖지 못하게 됩니다. 연안여객선 공영제가 그 답입니다."     

전국 유인도 466개 섬을 혼자서 세번이나 일주한 이재언 연구원이 자신의 저서 '한국의 섬' 시리즈 13권 중 5권을 먼저 출간해 해양문화학자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전국 유인도 466개 섬을 혼자서 세번이나 일주한 이재언 연구원이 자신의 저서 '한국의 섬' 시리즈 13권 중 5권을 먼저 출간해 해양문화학자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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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흔히 '찾아가는 섬, 아름다운 섬'이라는 말로 섬을 대상화 한다. 섬주민이 살 수 없는 섬은 아름다운 섬이 아니다. 섬주민이 떠나는 섬이 아닌 머물 수 있는 섬이라야 진정으로 아름다운 섬 아닐까.

덧붙이는 글 | 여수넷통에도 송고합니다



태그:#섬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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