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출연 중인 백종원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출연했을 당시의 백종원 ⓒ MBC


요리하는 방송, 이른바 '쿡방'의 열풍이 계속되고 있다. '셰프테이너'('셰프+엔터테이너'로 TV에 나오는 요리사를 가리키는 말) 혹은 '요섹남'('요리하는 섹시한 남자'의 줄임말)과 같은 신조어가 등장했고, 다양한 요리사들이 안방 시청자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인물을 하나 꼽으라면 아마도 많은 이들이 외식사업가이자 요리연구가인 백종원을 떠올릴 것이다.

백종원은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하 <마리텔>)을 안정 궤도에 올려놓은 1등 공신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tvN <집밥 백선생>을 통해서는 지상파 부럽지 않은 인기를 주도하고 있다. 오는 28일부터 방영될 SBS <백종원의 3대 천왕>이 처음부터 백종원의 출연을 염두에 두고 기획됐을 만큼, 그를 향한 방송계의 러브콜은 앞으로도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방송계의 '백종원 열풍'은 왜 쉽게 꺼지지 않는 것일까? 그의 인기 요인이야 이미 여러 가지 분석이 나왔으니 여기선 생략하기로 하고, 예능 프로그램 속 캐릭터로 한번 그를 들여다보자.

수많은 경쟁자(?)를 제치고 백종원이 쿡방 열풍의 정점에 설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캐릭터의 힘에서 찾을 수 있다. 어떤 프로그램에 갖다 놓든지 거기에 어울리는 자기 역할을 찾아내고 또 200% 이상 소화해내기 때문에 전혀 질리지가 않는 것이다. 이미지 소모의 우려에도 불구, 여전히 그의 인기가 뜨거운 이유다.

'마리텔' '한식대첩' '집밥 백선생' 속 백종원, 다 달랐다

가령, <마리텔>에서 백종원은 '백주부' 캐릭터로 시청자와 호흡했다. 유난히 수다스럽고 분주한 모습으로 뚝딱 음식을 만들어 내는 모습은 흔히 떠올릴 수 있는 주부의 이미지, 딱 그것이었다. 여기에 백종원은 인터넷 생방송이라는 특징을 살려 끊임없이 시청자로 참여한 누리꾼들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인다.

누리꾼들의 장난스런 '드립'도 여유롭게 받아치며 프로그램에 재미를 불어넣고, 그 과정에서 '슈가보이'나 '사과보이' 같은 새로운 캐릭터도 만들어 냈다. 그가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누구도 넘기 힘든 시청자 점유율을 기록하며, 오랜 기간 챔피언 자리에 머무를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자신을 내려놓고 누리꾼들의 한마디 한마디에 귀를 기울이는 소통의 노력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SBS <백종원의 3대 천왕>에 출연하는 외식사업가이자 요리연구가 백종원

SBS <백종원의 3대 천왕>에 출연하는 외식사업가이자 요리연구가 백종원 ⓒ SBS


이렇듯 친근함을 무기로 내세운 <마리텔>과 달리 올리브 TV <한식대첩> 속 백종원은 전혀 다른 사람처럼 느껴졌다. <한식대첩>에서 백종원은 만능 백과사전처럼 식재료에 대해서라면 뭐든지 척척 설명해 주며 시청자의 이해를 도왔다.

그렇다고 해서 자신의 지식을 자랑하거나 과시한 것도 아니다. 경연에 참가한 이들의 음식을 맛볼 땐 겸손한 태도를 유지하면서, 꼭 필요한 조언만 건넨다. 참가자들이 프로그램의 주인공이며, 자신은 이들이 돋보일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이라는 것을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제작진 입장에서는 더 없이 고마운 존재가 아닐까 싶다.

이제는 백종원의 상징과도 같은 프로그램이 되어버린 <집밥 백선생>에서의 모습은 또 어떤가. 이 프로그램에서 백종원은 자상하면서도 엄격한 '선생님' 캐릭터로 또 한 번 자신의 캐릭터와 이미지를 변주한다.

윤상과 김구라 등 제자들에게 조리법을 가르쳐줄 때 백종원은 하나부터 열까지 다 설명해주는 대신, 제자들이 직접 실패를 경험하고 그 실패에서 무언가를 배울 수 있도록 이끌어 준다. 그리고 늘 질문을 던져 스스로 무언가를 깨닫게 도와준다. 또, '정답이 없다'고 강조하며 제자들의 동기를 부여한다. 기본에서 출발해 응용으로 나아가는 그의 가르침은 정말로 그가 선생님이 아닐까 하는 착각마저 들 정도다. 분명 <마이 리틀 텔레비전>과 <한식대첩> 속 캐릭터와는 차별화된 모습이다.

비록 쿡방에 대한 대중의 피로도가 조금씩 쌓이는 중이라고 할지라도, 그의 새 프로그램인 <백종원의 3대 천왕>이 기대되는 건 바로 그래서다. 그가 프로그램마다 각기 다른 모습을 보여 주고 있으며, <백종원의 3대 천왕>에서는 또 어떤 캐릭터를 잡아 갈지 쉽게 예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감히 예측해 보건대, 그 어떤 셰프테이너보다 캐릭터 변주 능력이 뛰어난 백종원을 둘러싼 열풍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지속되지 않을까 싶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박창우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saintpcw.tistory.com),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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